걸프전 새 구글 베네통 광고 이미지 분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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걸프전 새, 구글, 베네통 광고
보통 생명이라는 단어를 듣고 연상할 수 있는 이미지는 ‘활달하고 명랑하며 힘 있는 무언가’일 것이다. 화창한 봄날의 푸릇푸릇한 새싹이나, 넓은 초원에서 신나게 달리고 있는 말을 보면 생명력을 느낄 수 있다. 시원한 산들바람이나 새들의 지저귐, 아이들의 웃음소리를 듣는 것도 마찬가지이다.
생동감을 가진 이미지뿐만이 아니라 사랑이나 우정과 같은 감정을 그려보는 것도 생명을 떠올릴 수 있게 한다. 생명은 관계 속에서 살아갈 때에만 비로소 의미를 가질 수 있기 때문에 다른 것들과의 관계에서 생기는 이러한 감정들은 생명에 대해서 논의할 때 배제할 수 없는 것들이다. 이들은 우리의 삶에 큰 의미를 가지게 되며 사실상 모든 생명이 살아 나갈 수 있는 원동력이 된다. 생명체들이 번식을 하는 것이 우리가 느끼는 사랑이라는 감정, 그 때문인지는 과학적으로 밝혀지지 않았지만, 적어도 보고 느낄 수 있는 바로는 사랑 때문에 짝짓기가 이루어져 자손을 남길 수 있고, 부모가 모든 것을 바쳐가면서 자식을 돌보기 때문에 새로운 세대가 안전하게 성장할 수 있다. 동족간의 우정, 또는 드물지만 다른 종간의 우정도 생명체들이 살아가는데 필수적인 요소이다. 무리지어 살아가면서 위험을 피하고 체온을 나누는 동족 생명체들과 서로를 도우며 살아가는 공생관계에 있는 생명체들을 보면 그것을 알 수 있다. 이렇게 긍정적인 이미지와 감정들이 삶을 구성한다는 것을 생각할 때, 삶은 너무나 밝고 아름다운 것이다.
그러나 이들이 생명의 본질을 나타낼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이것들은 생명의 눈부신 한 단면만을 보여주고 있다. 생명은 분명히 어두운 측면도 가지고 있다. 생동감이나 역동적인 것 이면에는 항상 노쇠와 불구가 있고, 생명의 끝에는 죽음이 웅크리고 있다. 위에서 언급된 감정들과 상반된 감정도 우리 삶을 이루고 있다. 사랑 뒤에는 집착욕이나 소유욕이 있을 수 있고, 그로 인한 질투와 시기가 있다. 사랑의 끝에는 분노와 슬픔이 있고 종종 그것은 한 생명체의 삶을 산산이 부숴버릴 수 있다. 우정도 우리 삶을 가득 채운 것은 아니다. 동족 간에도 항상 다툼은 있고, 인간의 경우에는 동족간의 다툼이 자신에게 가장 큰 상처를 입힌다. 서로간의 생존 투쟁이 삶을 지배하고 있다. 38억년에 달하는 생명체 진화의 역사는 그들이 환경에 적응하기 위한 투쟁의 역사였고 그 투쟁에서 패배한 생명체들은 역사의 뒤안길로 영영 사라져 버렸다. 관계 속에서만 의미를 가진다는 생명의 가장 중요한 특성 중 하나는 개체고유성(個體固有性)이니 만큼 생명은 또한 충분히 고독하고 외롭다. 생명은 이렇듯 어둡고 슬픈 면을 가지고 있다. 우리가 애써 무시하는 생명의 어두운 그림자까지 모두 생각했을 때, 그것은 비로소 생명의 본질이 될 것이다. 이렇게 양면성을 가지고 있는 생명은, 딱 어느 한 가지의 속성으로 정의할 수 없다. 굳이 표현하자면 눈물겹게 아름다운 것이 생명이라고 말하고 싶다.
위의 사진과 만화, 그림은 모두 슬프지만 아름다운 생명의 모습을 보여준다. 사진에 나오는 새는 걸프전의 발발이 야기한 유전의 폭발로 바다에 유출된 기름이 온 몸에 묻어있다. 제시된 만화는 이 사진을 보충하기 위한 내용을 담고 있다. 새는 연약한 하나의 생명이다. 혼자서 여유롭게 하늘을 날아다니다가 먹이를 찾기 위해 바다 속에 한번 몸을 담갔을 뿐인데 날 수가 없다. 날아오르기 위해서 발버둥 칠수록 기름은 온 몸을 옥죈다.
기름은 인간들 사이의 전쟁, 이라크와 쿠웨이트 간의 전쟁으로 바다에 유출된 것이다. 전쟁은 인간들 사이의 이해관계에 따라 발생한 것일뿐, 자연과는 아무 상관도 없었다. 사진과 만화에 나오는 새들이 그들과 직접적인 연관이 없는 전쟁에 휘말리게 된 것은 자유롭고 개별적인 생명이 평화롭게 살아가다가 세계를 이루고 있는 관계성이라는 거대한 힘에 갑작스러운 운명을 맞게 된 것을 보여준다. 생명이라는 것은 이렇게나 유약하고 무기력한 것인가 하는 생각을 하면서 서글픔을 느끼다가 만화를 보면 다시 생명이 얼마나 강인하고 아름다운 것인지를 알 수 있다. 만화에서 어미 새는 아기 새를 구하기 위한 노력을 끝까지 포기하지 않는다. 기름투성이 바다에 빠지면 죽게 된단 것을 본능적으로 알면서도 바다에 뛰어들고 결국에는 아기 새를 품에 꼭 안은 채로 최후를 맞이한다.
연약한 생명체가 죽는다는 것은 변함없이 볼 수 있는 슬픈 결론이지만 죽음마저도 감수할 수 있는 모성애는 얼마나 강하고 아름다운 것인가? 그림과 만화에는 이 세계가 존속하도록 하는 위대한 사랑의 힘과 그럼에도 불구하고 유약한 하나의 생명이 거대한 세계의 힘에 어쩔 수 없이 굴복하는 모습이 함께 나타나 있다. 그래서 이들은 눈물겹도록 아름다우며 내가 생각하는 생명을 잘 드러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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