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주노동자 한국 사회의 소수자 아프리카 동남아 이주노동자를 중심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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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문내용
‘이주노동자’ 한국 사회의 소수자
―아프리카, 동남아 이주노동자를 중심으로―
대한민국은 민족이라는 단어에 열광한다. 하지만 민족이라는 단어는 한국 사회에서 소수자로 분류되는 이주 노동자에게는 그저 차별의 한 단면 일 뿐이다. 우리는 세계적인 스포츠 경기에서 우리나라 선수들이 좋은 성적을 거두어 국기가 단상위로 올라가는 모습을 보면 우리가 한민족이라는 것에 가슴이 뜨거워지며 2002년 한일 월드컵 때 광화문을 수놓은 응원단의 빨간 물결을 보며 한민족은 무언가 다르다는 생각에 뿌듯해지기도 한다. 어려서부터 우리는 ‘우리민족은 단일 민족이다’라는 말을 자연스럽게 받아 들여왔다. 지금도 역시 ‘우리는 하나’라는 말이 전혀 어색하게 느껴지지 않는다. 하지만 이러한 생각은 경제성장이 급속도로 이루어짐에 따라 이주형태가 다양해지게 되었고 국내에 여러 국가에서 온 다양한 인종이 거주하게 된 현 시점에는 여러 부작용을 가져오게 되었다. 단일 민족이라는 것은 우리가 순수혈통이라는 것, 즉 다른 민족의 피가 섞이지 않았음을 자랑스럽게 생각한다는 것이기 때문이다. 민족이라는 개념이 강해질 수 록 ‘우리’와 ‘우리에 속하지 않는 사람들’을 나누어 생각하게 되었고 이들에 대한 배타성은 부인할 수 없게 되었다. 특히 ‘우리에 속하지 않는 사람들’ 중에서도 동남아와 아프리카계 이주민노동자들에 대한 배타성은 상대적으로 그 정도가 심하다. 한국사회 안에서 흔히 소수자, 사회적 약자라고 분류되는 이주노동자에 대한 우리민족의 시선은 어떠하며 이들에 대한 차별의 근거는 무엇일까.
소수자 즉 이주노동자에 대한 차별은 대게 자문화중심주의에서 출발하기도 한다. 자문화중심주의란 자신의 문화를 다른 문화를 평가하는 기준의 잣대로 삼는 것이다. 우리는 근대화 과정에서 우리에게 상당한 영향을 끼친 미국으로 상징되는 ‘백인’의 문화를 제외하고 경제적으로 열등한 나라의 문화는 대체로 열등하다고 여기는 경향을 지니게 되었다. 이러한 과정을 통해 우리나라는 서구 중심의 세계화가 이뤄지게 되었고 서구 중심의 세계화는 우리에게 자연스럽게 백인을 우위에 둔 인종주의를 심어 주었다. 또한 흑인을 바닥에, 우리를 그 가운데 둠으로써 흑인에 대한 우월감을 가지게 하였다. 우리나라에 이주해 온 노동자들은 대게 동남아 국가에서 온 사람들이다. 이들을 우리보다 경제적으로 열등하다고 여기는 국가에서 온 것이며 우리가 우월하다고 느끼는 백인도 아니다.
“한국 사람들은 단일 민족이라 외국인한테 거부감을 갖는다고? 그래서 이주노동자들한테 불친절한 거라고? 웃기는 소리 마. 미국 사람 앞에서는 안 그래. 친절하다 못해 비굴할 정도지. 너도 얼굴만 좀 하얗다면 미국 사람처럼 보일 텐데……” 그 뒤로 나는 저녁마다 물에 탈색제 한 알을 풀어 세수했고 저녁이면 내가 얼마나 하얘졌나 보려고 거울 앞으로 달려갔다. 푸른 새벽 공기 속에서 하얗게 각질이 일어난 내 얼굴을 볼 때면 가슴이 설레었다. 내가 바라는 건 미국사람처럼 되는 게 아니었다. 그냥 한국 사람만큼만 하얗게, 아니 노랗게 되기를 바랐다. 김재영,『코끼리』,실천문학사, 2005, p.17.
위 인용문은 네팔에서 온 이주노동자 아버지를 둔 아카스라는 열네 살 소년이 피부가 희고 머리를 노란색으로 염색한 이주노동자인 쿤을 따라 미국인, 아니 한국인처럼 보이기 위해 탈색제로 세수를 하는 장면이다. 아버지에게 탈색제를 들킨 아카스는 종아리를 맞고 그날 밤 아카스의 아버지는 베이비로션을 실핏줄이 나도록 벗겨진 아카스의 얼굴에 발라준 후 이불을 뒤집어쓰고 흐느낀다. 네팔어로 하늘이란 뜻을 지니고 있는 아카스란 이름을 가진 열네 살 소년에게 얼굴색 이란 어떠한 의미일까. 사실 아카스는 어머니가 조선인인 혼혈아이다. 때문에 아카스의 얼굴은 아버지만큼 검은색은 아니었을 것이다. 하지만 친구들은 아카스에게 손으로 밥을 먹고, 그 손으로 대변의 뒤처리를 한다고 놀린다. 그들에게 아카스의 얼굴색은 별 문제가 아니었을 것이다. 그들에게 중요한 것은 아카스가 외국인 노동자의 아들이란 것이고, ‘우리에 속하지 않는 사람’이라는 것이다.
이제 아프리카나 동남아계 외국인 노동자는 전철 안에서도, 버스 안에서와 같이 우리 생활 곳곳에서 찾아 볼 수 있다. 한 때 얼굴이 까맣고 덩치가 있는 외국인 남성이 앉은 좌석 좌우 옆자리가 텅텅 비고 그 주변엔 사람들이 거의 없는 사진이 인터넷에 올라와 논란거리가 된 적이 있었다. 사실 누구나 한번쯤 이주노동자가 자신의 옆을 지나가거나 옆 좌석에 앉게 되었을 때 자리를 피하거나 그를 의식하게 되는 경험을 해보았을 것이다. 길거리에서 백인의 외국인들을 만났을 때 그들이 말을 걸어줘서 영어로 대화 한번 해봤으면 하는 생각이 드는 것과는 전혀 상반된 모습이다.
“헬로, 나이스 투 미튜.” 친구 어머니는 빨갛게 칠해진 얇은 입술을 실지렁이처럼 꿈틀댔다. 우물쭈물하다가 안녕하세요, 라고 인사를 했다. 그러자 아줌마 표정이 일그러졌다. “너 영어를 잘 못하니? 외국 애라고 해서 영어를 잘하는 줄 알았는데” 아주머니는 이제부터 영어로만 말하라고 했다. 그렇지 않으면 떡볶이와 스파게티를 주지 않겠다면서. 같은 책, p.36
위 인용문은 친구의 생일파티에 초대된 아카스가 친구의 엄마에게 영어를 강요당했던 일을 회상하는 부분이다. 아카스는 밤거리를 배회하면서 친구네 집에 들어가 영어를 몇 마디 가르쳐주고 맛있는 것을 얻어먹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한다. 앞서 언급 했듯이 우린 길에서 영어권 국가에 사는 것 같은 외국인을 만나면 간혹 영어로 대화해보고 싶은 충동이 든다. 미국을 중심으로 세계화가 이루어지고 영어가 세계의 공용어라는 인식이 퍼지면서 한국사회에도 영어 교육의 열풍이 일어난 것이다. 하지만 이주노동자가 영어를 구사하는 경우는 매우 극소수이다. 아시아에는 영어를 공용어로 사용하는 국가가 적고 단순 기술 노동력을 해외로 보내는 나라 중에서 영어를 공용어로 쓰는 국가가 많지 않기 때문이다. 사실 동남아계 이주노동자이고 옷차림이 허름해도 그 사람이 영어를 유창하게 구사한다면 우린 그를 단순한 외국에서 온 노동자라고 생각하지 않을 것이다. 영어의 구사 유무에 따라 외국인 노동자를 다르게 바라보는 것 역시 서구화 중심의 세계화가 만든 인종주의 한 단면이다.
외국인 이주 노동자를 다룬 영화〈방가방가〉를 보면 이미그레이션 이라는 대사가 자주 등장한다. 이 대사가 나오면 모든 외국인 노동자들이 어디론가 달리기 시작하는데 이는 불시검문을 나온 경찰을 피하기 위해서다. 2004년 외국인 강제 추방 정책에 외국인 노동자들의 자살이 잇달아 일어났고 이는 사회적 문제로 대두 되었다. 고용허가제가 도입되기 이전 이주 노동자의 신분은 크게 분류할 때 ‘산업연수생’과 미등록노동자로 나뉘었는데, 총 40만 명에 이르던 이주노동자 중 무려 80%가 미등록노동자였다.
모루 아빠는 무척이나 조심성 있는 사람이었다. (중략) 아들 모루와 아내가 한국에서 함께 살 때도, 필요 없는 바깥출입은 거의 하지 않았다. 일도 야간 일만 골라 했는데, 낮에 단속이 더 잦기 때문이라고 했다. 출퇴근 할 때도 자기가 외국인인지 알지 못하도록 검은색 헬멧을 쓰고 오토바이를 타로 날래게 다녔다. 이란주,『아빠, 제발 잡히지마』,삶이보이는창, 2005, p.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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