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2의 성에서 사이보그 선언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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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2의 성에서 사이보그 선언까지
여성, 여전히 제2의 성인가?
남성보다 더 똑똑한 여성인 ‘알파걸’과, 그런 여성들과 대비되는 ‘펫보이’라는 개념이 대두되고 있다. 이러한 단어들은 남녀를 차별하는 풍조가 사라져 감을 뜻한다. 또한 여성이 더 이상 제2의 성이 아니라고 보며, 여성운동은 시대에 뒤떨어진 가치쯤으로 치부하는 현실을 보여준다. 하지만 알파걸은 특정계층의 산물이고, 펫보이 역시 우리사회의 남녀관계를 대표하지 못한다. 즉, 남성이 여성을 직접적으로 차별하지는 않지만, 문화와 제도 속에서의 구조적인 차별이 이어지고 있다는 것이다.
한국사회는 ‘남녀평등지수’면에서는 우수하지만, ‘여성권한척도’에서는 열등한 성적을 면치 못하고 있다. 여성을 제2의 성으로 만드는 기제가 제도적으로 교묘하게 작동하고 있는 것이다. 요컨대, 가부장제는 크게 여성을 개인적이고 직접적으로 억압하는 사적 가부장제와, 성차별이 개인이 아닌 집합적으로 수행되는 공적가부장제로 구분되는데, 현재 사회는 공적 가부장제의 시대라고 볼 수 있는 것이다. 노동시장에서는 여성이 배제되지는 않지만 요직에서는 여성이라는 이유로 분리되며, 여성의 본분이 아이 낳는 것에 한정되지는 않지만, 여성은 여전히 남성보다 양육에 신경 써야 한다. 여성의 자유가 신장된 듯 보이나, 성적 자기 결정권 같은 세부적인 영역으로 들어가면 여전히 미미하다. 또. 여성을 왜곡하는 대중문화가 만연하고, 여성을 존중하는 듯해도 성범죄에 대한 처벌은 아직 약하며, 오히려 피해자 여성의 행실을 문제 삼기도 한다. 이러한 상황을 이겨내려는 페미니즘은, 여성만의 권익 찾기가 아니라, 남성과 여성의 공존의 가치를 지향한다. 이러한 페미니즘을 방해하는 요인을 알아보기 위해, 성을 둘러싼 논의들을 살펴보아야 한다.
2. 성의 다른 이름들: 섹스·젠더·섹슈얼리티
남성과 여성은 다르다고 일반적으로 생각된다. 객관적 가치의 평가처럼 기술되나, 실제로 우리 사회를 보면, 남성 우위에 입각한 가치 평가를 반영한다. 예로부터 남성에게는 좋은 속성을 할당하고, 이에 반대되는 부정적인 속성을 여성에게 할당하는 방식으로 남녀가 정의되어 왔었다. 이러한 통념에 대한 여러 가지 논쟁 과정에서 생겨난 설명 장치들로, 섹스, 젠더, 섹슈얼리티라는 용어가 등장하게 되었다.
먼저, 몸의 차이에서 성차는 비롯된다는 것으로 보고, 이를 설명하는 용어인 ‘섹스(sex)’가 있다. 염색체와 호르몬 및 생식기의 차이로 남녀의 성차가 발생한다는 것이다. 하지만 이러한 생물학적 결정론을, 생물학적으로 다르게 태어났다고 할지라도, 사회적인 조건 속에서 성 역할은 달라질 수 있다며 한 인류학자가 반박한다.
두 번째로, 사회화 과정을 중시하는 사회적 성을 의미하는 ‘젠더’가 있다. 우리가 흔히 알고 있는 남성적임과 여성적임은, 본디 태어날 때부터 가지고 난 것이 아니라, 문화 내에서 교육받은 결과라는 것이다. 이러한 주장은, 성차에 관한 생물학적 결정론을 반박하는 대안적 범주로 각광받았다. 하지만, 가부장제를 토대로 하는 젠더 개념에서는 여성들이 놓여있는 다양한 삶의 맥락을 놓쳐버린다는 문제가 있다.
이러한 맥락에서 섹스와 젠더를 포함하면서, 그것들의 한계를 넘어서려는 의도로 ‘섹슈얼리티’라는 용어가 사용되기도 한다. 이 개념은 성을 생물학적으로 고정된 실체로 보거나, 양육과정에서 고착된 심리적 성향으로 보지 않고, 몸도 심리적 성향도 담론 안에서 만들어지는 권력의 효과로 본다. 또, 성을 여성·동성애·계층·인종 등의 다양한 문제와 연계하여 논의한다. 이러한 복합적인 문제와의 연계는, 페미니즘 성 정치학에 실천적인 힘을 불어넣어 주었다.
3. 여성으로 사는 것을 둘러싼 논쟁들
성을 나타내는 다양한 용어인 섹스, 젠더, 섹슈얼리티를 둘러싼 논쟁은 페미니즘이 여성과 남성에 관한 가부장적인 해석과 여성 집단 내부의 차이에 대한 무관심 및 또 다른 여성인 동성애자들에 관한 배제를 극복하고자 하는 것임을 보여준다. 주목해야할 논의는 특히 여성으로 사는 것 과 관련된 논의 인데 이는 여성의 몸으로 사는 것과 여성의 젠더로 살아가는 것을 의미한다. 페미니즘은 여성으로 살아가는 것에 관심을 가지고 논의 해왔는데, 이는 배제당하는 여성의 일차적 관심에서 비롯된 것이다. 남성적 삶에 맞추어진 가부장적 문화 안에서 여성과 남성의 관계를 바로 잡을 대안적 삶을 원하기 때문이라고 볼 수 있다.
이 대안적 삶은 기존의 여성성을 버리는 방식으로 이루어져야 할까 혹은 역설적으로 여성성을 통해서 이루어야할까?
먼저 여성으로 사는 것은 특히 여성 생물학적으로 성역할(생리, 임신, 출산의 능력)을 수행하는 것은 가부장제에 종속 시키는 원천이라고 볼 수 있다는 입장이 있다.
이 능력들이 가부장제라는 가족 안에서 실현될 경우 여성을 결혼과 가족에 묶어두어 사회에서 여성이 자아실현을 하는 것을 방해할 뿐 아니라 이러한 핵가족은 여성과 남성의 역 열학을 제조하는 원천으로 기능을 한다는 것이다. 이러한 문제는 결혼을 하지 않거나, 여성복지,또는 가능하다면 몸의 분업(자연생식이 아닌 생식기술을 통한)을 통해 해결해 볼 수 있을 것이다. 만약 몸의 분업이 가능하다면 결혼제도 밖에서도 자녀를 출산 가능할 것이고, 생물학적 엄마와 양육하는 엄마가 분리가 가능하므로 어떤 가족을 이루고 살아갈 것 인가는 타고난 몸에 종속된 것이 아닌 개인에 선택에 맡겨진다고 볼 수 있다.
여성과 생식을 분리하려는 생각은 공상적인 듯 보이지만 이는 생식적인 의무를 하지말자는 어머니의 자유 확보 정도가 아닌 이러한 변화를 통해 기존의 가부장적 핵가족 자체를 변화시키자는 것이다. 하지만 과학기술의 도움으로 생식능력을 대신하게 하려는 것은 최선인가? 사회제도가 가부장적인 환경인데 출산과 양육방식만 통해서 달라지는가? 사회적 보완장치를 모색하는 갈만한길을 두고 여성의 자연적인 능력을 과학기술에 대행시키자는 것은 설득력이 있는가?
여성의 사회참여가 많아지는데도 출산과 육아를 보조할 제도가 따라주지 못하는 현실을 감안하면, 이러한 주장도 무시할 수 없다. 하지만 이러한 의견 역시 남자의 신체를 평균으로 표준으로 보고 여성의 신체를 과학기술로 보완한다는 것에서 많은 비판을 받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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