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포트 - 디지털 문화와 아날로그적 사유의 관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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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07.15 / 2016.07.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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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문내용: 디지털 문화와 아날로그적 사유의 관계
디지털과 아날로그
디지털이란 본디 손가락(digit)을 가리키는 말로 셈하는 것을 뜻한다. 손가락을 하나씩 접어 셈을 하듯이, 디지털이란 일정한 양을 독립적으로 표현함을 말한다. 따라서 수(數)는 디지털을 가장 대표적으로 상징한다. 오늘날 전 세계를 통일하고 있는 아라비아 숫자도 시원적으로는 손가락의 모습을 닮았으며, 그 손가락의 특정한 모습은 각기 특정한 수를 가리킨다. 디지털은 이처럼 개별적 양을 무엇보다도 우선시한다. 이런 손가락이 가리키는 것과 저런 손가락이 가리키는 것 사이의 값은 없다. 그럼 점에서 그 값이 분명하고 확실하다. 정세근, 「디지털문화의 철학적 이해」, 『철학의 21세기』, 철학아카데미, 소명출판, 2002, p82
오늘날의 문명은 숫자로 이야기해주길 바라고 있다. 그런 점에서 디지털세계이다. 그러나 아이들은 ‘얼만큼 사랑해?’라는 질문에 ‘이만큼’이라면서 두 손을 활짝 편다. 숫자적이지 않고 지시적인 것이다. 우리는 이러한 지시성을 아날로그라고 부른다. 사랑에 대한 답으로 디지털적인 답은 아무래도 모든 것을 다하지 못한다. 그래서 두 손을 활짝 피며 아날로그적으로 사랑을 표현한다. 때로 숫자를 무한화시켜서 ‘만의 만의 만의 만’이라고 말한다 쳐도, 비록 디지털적인 사고로 답한 것이긴 하지만, 무한의 개념이 개입함으로써 그 역시 아날로그적 해답으로 볼 수밖에 없을 것이다.
디지털은 셈이며, 아날로그는 가리킴이다. 그 둘의 철학적 특징을 한마디로 정의하면, 디지털은 ‘나뉨’ 곧 분할(分割)이며 아날로그는 ‘이어짐’ 곧 연속(連續)이다. 디지털이 처음부터 정확한 것은 결코 아니었다. 그러나 분할이 무한은 아닐지라도 극한까지 이름으로써 정확도를 높였고, 따라서 디지털은 정확성의 대명사가 되어 버렸다. 자동차의 계기판에서 바늘이 100km에서 왔다갔다할 때 우리는 속도계에 찍혔는지 아닌지 걱정하지만, 숫자로 100km라고 쓰여 있다면 그것보다는 정확하게 알 수 있는 것과 같다. 비록 근래의 바늘은 디지털이 많지만, 여기에서 바늘이란 아날로그이고 100은 디지털이다. 정세근, 「디지털문화의 철학적 이해」, 『철학의 21세기』, 철학아카데미, 소명출판, 2002, p83~84
디지털의 효용
디지털이란 온갖 층차를 미세하게 나누는 데 있다. 초기 프린터가 나왔을 때 우리는 ‘도트(dot)’ 프린터라 불렀고 이 점의 미세성에 따라 프린터의 품질이 차이가 났다. 문자가 연속적으로 ‘쓰여지는 것‘이 아니라 점이 매우 작게 몰리거나 멀어짐에 따라 ’드러나는 것‘이다. 현제 그 ’도트’는 ’닷’이란 이름으로 인터넷의 상징처럼 쓰이고 있다.
아직도 사진기의 경우 아날로그가 디지털보다 낫다는 말을 한다. 그러나 극한으로 나가는 디지털은 이론적으로 아날로그보다 나을 수 밖에 없다. 특히 디지털은 여러 번의 작업을 통해서도 원판의 손상이 거의 없이 계속 출력되지만, 아날로그는 비교적 그렇지 못하다. 최근 등장하고 있는 디지털 사진관은 과거의 전통방식보다 절대 경쟁력을 갖는다. 가격면에서 그러하고, 시간면에서 그러하고, 보존면에서 그러하다. 오늘날 증명사진은 바로 그 자리에서 여러 가지 크기와 배경으로 원하는 만큼 뽑아낼 수 있다. 플로피 디스켓에 담긴 원판을 얻어 왔다면, 전자우편으로 보내 뽑아달라고 해도 된다. 가져와서는 컴퓨터에 옮겨놓고 배경 화면으로 깔아도 되고, 사진을 달라는 잡지사로 전송해 주어도 된다. 정세근, 「디지털문화의 철학적 이해」, 『철학의 21세기』, 철학아카데미, 소명출판, 2002, p86
디지털문화의 특징
현대문명은 복제의 시대이다. 우리의 복제는 단순한 문서복사(copy)에서부터 생명 복제(cloning)까지 이른다. 우리는 복사한 자료로 논문을 발표하고 토론한다. 복사기가 없었던 시절을 생각하면, 우리의 행동 양태까지도 달라지고 있음을 느낄 수 있다. 앞으로 생명 복제가 가능해졌을 때, 우리는 지금과는 다른 행동 양태를 지닐것임은 쉽게 미루어 짐작할 수 있다.
디지털시대에 우리는 아직도 일할 수 있는가? 과거의 삶에서는 한 사람이 열 식구를 먹여 살렸다면, 오늘의 삶은 한 사람이 그 몇 배를 먹여 살리는 조건으로 바뀌어 버렸다. 노동의 의미는 삶을 유지시키는 ‘의무’에서 벗어나 인간이 누리는 ‘권리’의 영역으로 들어오고 말았다. 다시 말해, 일해야만 먹고 살 수 있는 것이 아니라 일하고 싶어도 일하지 못하게 된 것이다. 현대사회에서 노동은 몇몇의 특권으로 남았다. ‘엔트로피’라는 말을 우리에게 던져준 제레미 리프킨은 근작 『노동의 종말』(1996)에서 정보화시대가 초래할 대량의 해고를 걱정한다. 현제 전세계의 8억 명 이상이 실업자이거나 잠재적 실업자이다(1994, ILO). 기계에 의해 일자리를 빼앗긴 우리는 다시 기계화의 잠식에 면역된 것으로 오랫동한 여겨진 교육 및 예술 분야조차도 잠식되고 있다. 골반수술에 이미 로봇이 동원되고(1992), 도서는 모두 디스크화되어 제본조차 필요 없게 되어 지방도서관은 문을 닫게 되고, 인공지능의 소프트웨어로 쓰여진 핀치의 소설은 초판이 일만 오천 부 이상 팔리고, 슈트라우스가 칭송한 벡스타인 피아노 공장은 파산했지만(1993) 디지털 피아노는 30% 증가했고, 음악은 샘플링을 통해 없는 목소리를 만들어내며 텔레비전 배경음악으로도 쓰이고, 배우의 역할과 연기도 모핑되며 엑스트라도 디지털화되어 수백만 달러를 절감한다.
셋째, 독자나 관객은 더 이상 수동적이 아니다. 단방향의 전달은 쌍방향으로 되고, 줄거리는 정해진 것이 아니라 선택된다. 이른바 양자간의 공유영역(interface)이 생겨나게 된 것이다. 글쓰기는 물론 게임도 혼자 하는 것이 아니라 함께 한다. 동참의 영역은 수없이 많아지고 의견의 표출은 자유롭다. 이른바 하이퍼텍스트의 등장이다. 과거의 텍스트는 주체와 객체의 규정이 일방적이지만, 하이퍼텍스트는 기본적으로 비선형적이다. 이 비선형성은 과거의 글쓰기를 빠른 속도로 파괴하고 있다.
넷째, 가상현실이 현실보다 더욱 현실성을 갖는다. 우리가 컴퓨터에 빠지고 인터넷 항해에 미치는 것은 그 접속공간이 현실보다 더욱 현실감을 보여주기 때문이다. 가상현실의 기술이야말로 디지털시대의 꽃이라고 할 만큼, 흡입력이 강하다. 가상경험은 초창기의 스크린 앞에서 안경을 쓰고 보던 창문형 세계에서, 가상경기장에 자신의 모습이 비춰지는 거울형 세계, 놀이공원의 가상우주여행과 같은 탑승형 세계, 가상박물관과 같이 거대한 스크린으로 둘러 쌓인 동굴형 세계, 가상모델하우스와 같은 헬멧을 이용한 완전몰입형 환경을 거쳐, 가구배치를 스스로 해보는 확장현실에 이르고 있다. ‘가짜‘현실에서 ’더욱‘ 현실로 나가고 있는 것이다. 이제 시뮬레이션은 모의실험의 의미를 넘어 현실보다 더 현실적인 것이 되어, 이른바 ’시뮬라르크‘라 불리는 원본과 사본의 구별이 되지 않는 세상을 만든다. 컴퓨터 앞에서 보내는 시간이 사람을 만나는 시간보다 많은, 적지 않은 사람들은 이미 그러한 시대의 문을 두드리고 있는 셈이다.
다섯째, 새로운 문화운동이 등장한다. 디지털의 시대는 분명 다른 관계망을 설정한다. 이제는 소규모의 집단도 인터넷을 통해 큰 목소리를 낼 수 있고, 여론의 수집도 네티즌들끼리 쉽사리 이루어진다. 따라서 이 시대의 덕목은 거대담론에 참여하는 것이 아니다. 소박하고 순수한 사람들끼리 지닐 수 있는 가장 기초적인 덕목이 더욱 필요할지도 모른다. 따라서 소규모 공동체는 인터넷의 세계에서 새로운 사회를 형성한다. 정세근, 「디지털문화의 철학적 이해」, 『철학의 21세기』, 철학아카데미, 소명출판, 2002, p97~101

참고문헌: 참고문헌
조광제 외 8명, 『철학의 21세기』, 철학아카데미, 소명출판, 2002
김태훈 기자, 「커지는 디지털 그림자」, 한국경제 2008. 5. 30
이어령, 『디지로그 선언』, 생각의 나무, 2006
토론주제
1. 디지털문화의 역기능으로 일어나는 사회문제들을 해결하는데 아날로그적인 사유방식이 도움이 될 수 있는가?
2. 디지털문화는 진정으로 우리의 삶을 행복하게 해줄 수 있는가?
3. 디지털기술이 최고도로 발달되었을 때, 그 궁국적인 모습은 아날로그적인 세계를 완벽하게 구현하는 것으로 나타날 것이다. 조광제, 「몸과 과학기술의 대결로 본 철학과 예술」, 『철학의 21세기』, 철학아카데미, 소명출판, 2002, p38
2084년 인간의 감정을 완벽하게 디지털화 하는데 성공하였다. 그리고 마침내 감정을 가진 로봇(혹은 컴퓨터)를 만들어 내는데 성공했다고 할 때 이 로봇은 인격체로 대우받을 자격이 있는가?
4. 디지털세계의 미래는 빅브라더 조지 오웰(George Orwell, 1903∼1950)의 소설 《1984년》에서 비롯된 용어로 정보를 독점하여 사회를 감시하고 통치하는 절대 권력을 말한다. 사회의 혼란을 예방한다는 차원에서 정당화 될 수도 있지만 심각한 사행활 침해문제와 함께 사회통제의 수단으로 이용될 수 있다는 부작용이 있다.
가 지배하는 세상이 될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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