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신세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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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신세계>
개인적으로 느와르 영화를 좋아한다. 느와르 영화에는 남자들의 의리, 냉정함, 잔인함, 생존본능 등을 그대로 볼 수 있기 때문이다. 이 영화 <신세계>는 최민식, 이정재, 황정민 등 우리나라를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배우들이 모이면 어떤 영화가 분위기의 느와르 영화가 탄생할지 기대감이 상당했는데 이 영화는 내 기대감을 충족했다.
한편으로 <신세계>는 어쩔 수 없이 영화 <무간도>를 상기시키기도 했다. 아마도 구성과 극의 흐름 등에서 유사한 부분이 많아서 그랬던 것 같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신세계>는 <무간도>와는 차별되며 전에 없이 독특했던 느와르 물이었던 것 같다.
이 영화 <신세계>는 경찰 이자성(이정재)이 조폭에 위장하여 침투하여 결국 두목이 되는 스토리를 다루었다. 스파이 이자성이 조폭들의 결합체 골드문 회장이 되기까지의 험난한 과정 속에서 남자들의 의뢰와 배신이 수시로 교차하는데 전체적으로 꽤 괜찮은 수작이라고 평하고 싶은 괜찮은 느낌의 영화였다.
박훈정 감독의 <신세계>에 표현된 세상은 진정 누구의 신세계일까? 물론 <신세계>에서의 그 ‘신세계’는 밝고 따뜻한 느낌의 신세계는 분명 아닐 것이다. 아마도 영화의 감독은 우리나라의 어느 영역은 경찰 등 제도권의 통제권 너머에 있으며 내용상으로는 비합법적이지만 명목적으로는 불법으로 단정 지을 수 없는 조폭 기업의 시대가 도래했음을 선언한 듯하다.
이 영화에서 주인공 이자성이 만들어가는 신세계는 고향 친구이자 같은 화교출신인 정청이 직접 가르쳐준 지혜와 내 가족이 살아야한다는 강렬한 절박감이 섞여서 이루어진 것으로서 여기에는 선과 악에 대한 구분도 모호하며 그저 ‘마지막에 살아남는 놈이 강한 놈’이라는 생존의 의지만이 존재할 뿐이다. 물론 그가 원했던 신세계는 범죄 조직이 없는 유토피아지만 그것이 불가능하다는 것을 그는 너무 잘 알고 있다.
최민식의 연기력은 타의 추종을 불허한다. 배역이 주어지면 그는 마치 진짜 그 배역이었던 것처럼 연기를 한다. 그러나 신세계에서 최민식 보다 더 내 눈길을 사로잡았던 배우는 바로 황정민이었다. 이 영화 <신세계>에서 정청의 역할을 한 배우 황정민은 배우가 아니었으면 과연 무엇을 하고 살까라는 생각을 들 정도로 타고난 배우라는 느낌을 받았다. 그는 어느 조폭보다 더 조폭스러운 연기에 극의 몰입도를 높인다. 관객들 중 <신세계>를 보고 조폭을 동경하게 되는 이가 생긴다면, 아마도 그건 황정민이 연기한 ‘정청’ 때문이라 확신한다. 그는 유쾌하면서도 단호하고 정이 많은 캐릭터로서 많은 남자들이 동경할 수도 있는 조폭의 역할을 매우 능숙하게 보여줬다. 이 영화에서 강과장은 선을 상징하지만 악한 행동을 하며 정청은 악을 상징하지만 선한 행동을 하는 등 선과 악의 구분이 모호해지는데 이런 어지러운 상황을 황정민은 정청의 캐릭터를 절묘하게 표현하며 강과장의 캐릭터를 압도한다.
또한 이 영화의 압권은 단연 무게감이 있으면서도 절제된 영상미이다. 그런 와중에 정청의 유쾌함이 간혹 그 무게감을 흐리게 했지만 정청의 인간적인 모습 뒤의 단호함과 섬뜩함은 또 다른 절제된 무게감을 부여한다.
이 영화의 장점 중 하나는 배우들의 실감나는 연기였는데 최민식이나 황정민의 리얼한 연기는 관객들을 결코 실망시키지 않았다. 그러나 가장 아쉬운 것은 이정재였다. 사실 그의 연기력이 떨어진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하지만 그는 이 영화 <신세계>에서 그의 영화배우 경력 중에 가장 매력적인 캐릭터를 맡았지만 영화 속의 그는 그가 분한 캐릭터의 모호한 정체성만큼이나 답답하게 느껴졌다. 물론 그의 외모에서 뿜어져 나오는 무시 못 할 아우라 덕택에 대사가 없이 그저 표정연기만으로도 카리스마를 발산하지만 이번 영화에서의 그의 연기는 아쉬웠다.
또한 송지효가 연기한 캐릭터는 너무나도 작위적이라서 현실적인 맛이 떨어지는 듯 한 느낌도 받았다. 물론 송지효의 연기력은 중간 이상은 가며 그녀가 분한 캐릭터의 비중이 이 영화에서 큰 부분을 차지한 것은 아니었지만, 아마도 현실에는 존재하지 않을 것 같은 캐릭터일거라는 생각이 들었다.
한편 스토리 중에 납득이 가지 않았던 부분은 골드문 부회장이 이자성이 경찰이라는 것을 알았음에도 조직에 이를 알리지 않았는가라는 것이었다. 그냥 그를 제거해버리면 골드문 부회장의 입장에서는 문제가 간단하게 해결될 수 있었을 텐데 이 부분에서 스토리를 좀 더 세밀하게 다듬었으면 더 좋았을 것 같다는 아쉬움이 들었다.
몇몇 아쉬운 점에도 불구하고 영화 <신세계>는 한국에 많은 조폭과 경찰에 관한 영화들과 비교하면 좋은 영화이며 흔한 홍콩 느와르물과는 사뭇 다른 독창성이 있다. 특히 마지막 반전은 다른 느와르물에서는 보기 어려울 정도로 압권이었으며 인간 심리의 미묘한 부분을 날 것으로 보여주고 있어 자기만 살면 된다는 이기심이 판치는 최근 우리나라의 사회현실에 대한 메시지가 담겨있다고 생각한다.
작년에 개봉한 <범죄와의 전쟁>와 유사하게 경찰, 조폭 등 영화 속 캐릭터의 선택과 영화를 이끌어가는 것이 흥미로운 스토리가 매력적이었다. 물론 조폭을 다루는 영화다 보니 잔인한 장면도 꽤 등장하지만 전체적인 완성도와 극에 대한 몰입도가 꽤 높았던 영화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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