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6년 - 그날 이후 26년이 흐른 지금, 그들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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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01.05 / 2016.01.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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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문내용: 26년 (2012)
(그날 이후 26년이 흐른 지금, 그들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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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6년
<개요> 액션/한국/135분/ 2012.11.29 개봉
<감독> 조근현
<주연> 진구(곽진배), 한혜진(심미진), 임슬옹(권정혁)
<줄거리>
1980년 5월.. 그리고 26년 후
학살의 주범 ‘그 사람’을 단죄하라!
광주 수호파 중간보스 곽진배, 국가대표 사격선수 심미진, 서대문소속 경찰 권정혁, 5. 18 민주화운동 희생자 2세라는 공통 분모를 가진 세 사람이 한 자리에 모였다. 그들을 불러 모은 보안업체 대기업 회장 김갑세와 그의 비서 김주안의 제안은 바로 ‘그 사람’을 타겟으로 한 극비 프로젝트!
<26년>이라는 이 영화는 개봉했다는 사실만 알고 있었고, 줄거리에 대해 또는 다루고자 하는 내용에 대해서는 전혀 알지 못하고 있었다. 단순히 시간 때우기 용으로 보고자 했던 영화였는데, 나에게 많은 생각을 하도록 만든 영화가 되었다. 영화를 비평하거나 숨은 뜻을 날카롭게 찾아내는 재주는 부족하므로 느낀 점을 위주로 솔직하게 진술하고자 한다.
우선, 애니메이션 형식으로 시작되는 것이 참 독특했다. 강풀의 만화를 원작으로 한 영화여서 이러한 구성을 시도했는지도 모르겠다. 아무튼 그 시도는 꽤 효과적이었다. 군더더기 없이 담담한 그림체가 광주 사태의 잔인하고 끔찍한 상황들과 대조되며 오히려 그 상황과 아픔 속에 빠져들게 했다. 광주 시민 개개인의 아픔과 비극이 상당히 차분하고 객관적으로 전해지는 느낌을 받았다. 만일 실제 배우들이 연기하는 상황으로 묘사했다면 그 끔찍함에 눈살을 찌푸리느라 정작 중요한 것을 놓치고 말았을 것이다. 자극적인 장면들로 관객을 현혹시키기보다는 그 속에 담긴 메시지를 전하고자하는 뜻이 느껴졌다.
그리고 영화를 보는 내내 이 영화에 담긴 내용이 우리나라에서 실제로 일어났던 사건이었다는 사실이 가슴이 아팠다. 차라리 허구를 다룬 영화였다면 단순히 영화라 생각하며 가볍게 봤을 텐데 어느 정도는 사실을 바탕으로 한 영화라는 사실이 기분을 참 씁쓸하게 만들었다. 또 전두환의 세력이 언론을 주무르는 것을 보며, 영화와 같은 이런 일이 실제로 있었지 않았을까하는 생각이 들었다. 전두환 역으로는 <도가니>에서 교장선생님 역을 맡은 배우 장광 씨가 열연을 해주었다. 너무나 잘해주셔서 ‘그 사람’의 시대를 겪지 못한 나조차도 얄미움과 원망에 흠뻑 빠져들고야 말았다.
그런 생각들은 세상에 대한 의문으로 이어졌다. 왜 누군가는 그토록 나쁜, 그저 나쁘다고 하기에는 부족한 일들을 저질렀음에도 아직까지 부족함 없이 잘 살고 있는지. 그 때의 무고한 희생자들과 또 그의 유족들은 도대체 무엇을 잘못했기에 26년이 지난 후에도 가난 속에서, 혹은 아직도 끔찍한 악몽 속에서 살아야만 하는지 너무나 답답했다. 세상은 정말로 불공평할 수밖에 없는 것인가. 나보다 잘난 사람과 비교하며 살아가는 것은 못난 일이라 하였지만 광주의 남은 아들들과 ‘그 사람’의 삶을 보며 이러한 회의감이 밀려드는 것은 어쩔 수 없었다. 이는 아마 나의 인생을 통해 끝없이 고민해야 하는 문제일 것이다.
물론 나는 1990년에 태어나 바른 민주주의를 일구어 내려는 힘든 투쟁도 겪지 않았고, 말 잘못하면 잡혀갈까 조심하는 시대도 겪지 못했다. 그래서 어쩌면 이 영화에 더욱 쉽게 공감할 수 없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그렇기 때문에 내 나이 또래의 사람들이 꼭 보아야 하는 영화가 아닌가 싶다. 나를 비롯한 이 시대의 청소년들과 젊은 청년들은 1980년대의 그들보다 결코 깨어있다고 말할 수 없다. 아닌 사람들도 부디 있겠지만, 그 때 민주주의를 부르짖던 그 젊은이들보다는 확실히 정치에 무관심하고 무지하다는 것을 분명하게 느낄 수 있다. 나조차도 한동안 내 밥그릇을 챙기는 것에 급급해 정치 쪽에는 관심도 가지지 않았다. 연예계 쪽의 핫이슈는 모두 꿰뚫고 있으면서 말이다. 이 영화를 보고 나서는 그런 내가 너무 안타깝고 부끄러웠다. 그동안 내가 살고 있는 이 세상이 너무나 당연하다고 느꼈다. 그러나 이러한 민주주의는 결코 거저주는 선물이 아니었다. 수많은 국민의 노력과 핏값으로 얻어낸 결실이었다. 그렇기에 정신을 똑바로 차리지 않고 있으면 언젠가는 다시 빼앗길지도 모른다는 불안감이 엄습해왔다. 물론 같이 갔던 누군가의 말처럼 선거철에 이러한 영화를 개봉하는 것이 어떠한 꼼수일지는 몰라도, 이번 선거에서는 소중한 내 한 표를 어느 때보다도 신중하게 행사해야겠다는 다짐을 하였다. 이것이 내가 <26년>을 통해 얻은 가장 큰 교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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