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인식과 성문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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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15.06.27 / 2015.06.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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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선 이번 보고서를 작성함에 앞서 그동안 내가 바라보고 느끼고 가지고 있던 성에 대한 관념과 나아가 우리 현실 곳곳에서 일어나고 있는 성문화 현상을 새삼 다시 생각하고 반추해 볼 수 있는 기회를 가진 것에 대하여 늦게나마 다행이라고 생각한다. 본론에 앞서 한번 이런 생각을 해본다. 이 세상을 이루고 있는 남자와 여자, 혹은 여자와 남자. 이들은 과연 어떠한 존재이기에 서로를 갈구하면서 서로에 대하여 불만인가? 그리고 과연 이 세상의 구성원을 남자와 여자 이분법적 입장에서만 이해 할 수 있는가? 내가 생각하기에는 남자는 여자가 아니기 때문에 여자를 모르고 여자는 남자가 아니기 때문에 남자를 모르는 것이다. 이는 당연한 이야기이며 자명한 현실이다. 그리하여 나는 페미니즘을 연구하는 남성들이나 남성학을 연구하는 여성들에 대하여 과연 그들이 얼마나 절실하게 문제가 문제로 여겨지며 그에 대하여 공감할 것인가 하는 생각도 해보았다. 어떠한 이유에서라도 편향된 시각에서 문제를 바라보지 않을까 하는 우려인지 모르겠다. 위에서 말했듯 서로가 서로를 모르기 때문에 갈등과 문제가 양산됨에도 불구하고 많은 이들은 마치 자신은 이성에 대하여 많이 알고 있는 양 오만함을 가지고 있다. 결국 이러한 오판이 갈등과 시련을 가져오는 것이다. 일례로 우리는 일반적으로 이성에 대한 관념을 미리 규정짓고 서로를 경험한다. 이는 본말이 전도된 것이다. 서로를 경험해 보고 나서 상대방에 대한 자신의 관념과 이미지를 구축하는 것이 옳은 것이 아닌가? 인간은 남자와 여자, 여자와 남자이기 이전에 유기물로 구성된 하나의 몸뚱아리를 가진 생명체이다. 그 외적인 것은 모두 후천적으로 변형, 조작, 생성이 가능하다고 본다. 인간은 각각의 특성을 가진 하나의 개성체이다. 이것을 분명 명심해야 할 것이다. 남녀관계에 대하여 연구 혹은 단순한 수다 일지라도 우리는 겸손해져야 할 것이다. 서로에 대하여 평가 내리기 전에 나의 무지함과 착각을 먼저 반성하는 것이 현명하리라 생각한다. 여성이기에 우리사회에 규정된 역할을 강요하는 남성, 일부 극단적으로 피해의식에 젖어있는 여성 모두 예외는 아닐 것이다.
요즘 신문을 들여다 보면 가수 백지영이 다시 컴백한다는 사실 하나만으로 여기저기 많은 이야기들이 들끓는 것을 볼 수 있다. 그 곳에서의 쟁점은 두 가지이다. 여자로서 그렇게 무지막지한 행동을 하고서 쉽사리 다시 컴백한다는 것은 어쩌면 도덕성의 문제가 아닌가 하는
문제 한가지와 단지 연예인이란 이유하나만으로 이렇게 고통을 받는 것은 옳지 못한 것이 아닌가 하는 문제이다. 과연 어떤 주장이 옳은 것이며 이 사회에서 받아들여져야 마땅한 것인가?
이제부터 솔직하게 내 얘길 한번 해보겠다. 한국 비디오 역사상 최단시간 최다관객을 확보한 대박 비디오. 전국의 대학 FTP 서버들을 거의 동시다발적으로 마비시킨 바로 그 비디오. 틀림없는 건 건국 이후 최대의 화제를 불러일으킨 비디오라는 것이다. 그것이 바로 오현경과 백지영의 섹스장면을 다룬 비디오이다. 이 비디오가 뜨자 비난이 두 갈래로 쏟아졌다. 하나는 주연배우들에게 미친년, 걸레 같은 년 넌 이제 끝장이다. 나머지 하나는 이 비디오를 전국에 급속도로 퍼뜨린 배포 매개체가 되었던 사이버 세계에게. 이것이 바로 사이버 테러라고.
문제는 여기서부터 시작이 된다. 옛날엔 거의 입에서 입으로 뒷골목에서 은밀히 유통됐을 뿐이던 이런 류의 비디오들이 디지털의 무한복제 기술과 사이버의 전파력에 힘입어 이제 사회문제가 될 만큼 광범위하게 퍼질 수 있게 되었고, 그래서 이것은 사이버 테러라고 비판한다.
얼핏 들으면 옳은 이야기다. 그러나 이것은 사건의 본질을 짚는 데는 비켜가도 한참을 비켜나간 것이다. 영상기술이 탄생했기에 예전에는 그저 사진으로나 나돌던 음란물이 움직이는 동화상으로 필름에 담기게 됐고, 또 비디오라는 것이 탄생했기에 그런 걸 가정에서도 시청이 가능하게 됐고, 또 CD라는 게 탄생했기에 그걸 이젠 CD에 담아 컴퓨터로 볼 수 있게 됐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컴퓨터를 연결해 주는 사이버 세계가 있기에 그 전파의 속도가 예전과는 비교할 수 없게 된 것이다. 그렇다고 사이버를 규탄하고, 컴퓨터를 규탄하고, CD를 규탄하고, 비디오를 규탄하고, 끝내는 영상기술까지 규탄할 수 있을까? 사이버를 통해 유통되었다고 사이버를 규탄한다면, 이건 마치 유해한 TV 프로가 있다고 TV 신호 전송기술이나 TV 네트워크 자체를 규탄하는 것과 마찬가지다. 그야말로 어처구니가 없는 것이다.
그리고 구전에 의해 은밀히 유통되는 것은 그럼 괜찮은 것인가?. 아니 괜찮은 것은 아니지만 그래도 느릿느릿 유통되니 그 속도가 느려 문제가 적은 것인가. 그게 너무 급속도로 유통될 수 있게 된 것이 문제의 본질인가. 그런 빠른 유통의 역할을 담당했던 사이버는 그래서 테러의 현장인가?.
사이버 자체가 문제의 본질이 아니다. 사이버를 통해서는 음란물만 빠르게 유통되는 것이 아니다. 모든 정보가 광속도다. 조,중,동 등 제도권 언론에서 툭하면 사이버 세계를 음란과 무질서의 현장으로 묘사해 신문 구독수를 늘리려하는데, 사이버에 익숙치 못한 제도권언론의 사이버에 대한 인식수준이 요즘 오히려 문화지체를 보여주는 것이 아닌지 모르겠다. 현실을 직시하는, 그들이 추구하는 엘리트적 시각의 수준이 절실할 뿐이다.
위의 것들을 차치해 두고서라고 이런 얘기와 우리 사회의 집단적 관음증은 사실 현실에 있어 상당한 논의 가치가 있는 것이다.
그렇다면 그 비디오는 과연 포르노인가?
우선 이 얘기부터 해야겠다. 오양 포르노, 백양 포르노 하는데 어찌 그것이 포르노인가?. 포르노란 모름지기 판매를 목적으로 배우들이 연기를 해서 만든 도색영화를 일컫는 것이 아닌가?
오양 비디오가 판매를 목적으로 연기해서 제작한 것인가. 아니지 않는가. 자기들끼리 좋아서 섹스하고 그걸 또 자기들끼리 보려고 만든 것 아닌가?. 이건 Home Video다. 포르노가 아니다. 오현경이나 백지영이 비디오 판매상이랑 뭔가 모종의 계약을 했나? 그것을 팔아서 경제적인 이익을 얻고자 의도했는가? 아니면 그녀의 파트너 남자가 돈 받고 누군가에게 비디오를 팔아넘겼나? 그것도 아니지 않는가?. 그런데 왜 그것이 포르노인가?. 그러니까 오양, 백양 포르노란 말부터 옳지 못한 것이다. 그것은 어디까지나 분실한 개인 비디오물이다. 이것이 그녀들이 주연으로 출연한 포르노물이 아니라 분실한 개인 비디오물이 되는 순간부터 그녀에게 쏟아지는 비난의 많은 부분은 상당히 부당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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