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리스토텔레스 발제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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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리스토텔레스는 아테네인이 아니라, 트라키아의 스타기라에서 출생하였으며, 아카데미를 통해 학습한 플라톤의 제자이다. 플라톤의 사망 이후 그는 마케도니아로 이동하여 알렉산드로스의 교사가 되었다. 그는 기원전 335년 아테네에서 4대 철학학교의 두 번째가 되는 ‘학교’를 건설하였으며 이후 12년간 그의 저작의 대부분이 이루어졌다. 이후 그는 반마케도니아 소요를 피하여 아테네를 떠났다가 기원전 322년 에우보에아에서 사망한다.
새로운 과학으로서의 정치학
아리스토텔레스의 저작들은 플라톤의 <대화편>과는 다르게, 대부분 완성된 책이 아니며, 출판을 위해 준비된 것이 아닌, 강의를 위한 기록이었다. 그는 ‘리케움’의 교장으로 있었던 12년간 역사적인 접근을 통해 <아테네의 헌법>을 연구하였다. 그의 저서인 <정치학> 역시 아리스토텔레스가 일반대중을 대상으로 저술한 책은 아니었다. 정치학은 두 개의 주요한 단층을 이루고 있는데 첫째는 이상국가를 다루고 있으며 플라톤의 분석에 관한 비평을 이룬다. 두 번째로는 현실국가에 대한 고찰로서 민주정과 과두정을 다루며 현실에서 나타나는 정치학에 접근한다. 이는 아리스토텔레스의 <정치학>은 플라톤의 영향을 받아 이상국가를 생각하고, 국가의 목적을 도덕과 연결되어 생각하지만, 이후 정치과학/정치기술을 사유하면서 현실정부를 다루며 플라톤과 결부한다. 플라톤이 이상국가를 명쾌하게 분석하는 동시에 현실정치가 나아가야할 바를 정리하지 못했고 그럴 필요성도 느끼지 못했던 것에 반해, 아리스토텔레스는 기존 경향에서 탈피하려는 시도를 보여준다.
아리스토텔레스는 정치를 총체적인 학문(art)로서 다루고자 했으며, 이상국가로서 기능을 하지 못하는 국가에서도 최선의 정치가 무엇인가 고려하기 위하여 윤리학과 분별적으로 정치학을 정립하려 한다. 그는 정치를 헌법 수집이라는 방법을 통한 조사 연구를 진행한다. 이는 이후 아리스토텔레스의 철학이 총체적으로 체계를 잡히게 만들게 했으며, 윤리학과 정치학의 윤곽을 잡는데 도움이 된다.
통치의 종류
이상국가에 관한 그의 서술에서 가장 커다란 관심사는 플라톤에 대한 비판이지만, 이에 대하여 아리스토텔레스가 ‘급진적’, ‘사변적’이라고 분석하였으며, 실제로도 플라톤에 대한 비판은 부정확하고 합리적이지 않다. 이는 어떤 정치사상이 필요하냐를 보려고 하는 플라톤과 아리스토텔레스의 기질의 차이였다. 이는 아리스토텔레스가 지나치게 일상에서 벗어나는 것을 경계했다는 것을 보여준다. 그의 이상국가론은 플라톤의 차선국가로서의 위상으로서 이해해야한다.
플라톤은 올바른 국가를 보기 위하여 현실의 모습들을 추상화하여 이상국가를 관념 속에서 그려낸 것이라면, 아리스토텔레스는 본질을 찾는 것보다는 현실 정치에 실질적으로 도움되는 것이 무엇이냐를 탐구하는데 몰두한다. 이를 위해 상식과 연륜, 세월의 지혜와 같은 인간의 경험적인 측면을 강조하는 것 역시 플라톤과의 차이이겠다. 최대한 그의 이상은 전제적 통치가 아닌 입헌적 통치였으며, 선한 국가는 특정한 1인이 아닌 법률을 통하여 주권을 행사해야한다는 소견을 견지한다. 그의 이상국가는 가능한 최선의 생활을 목표로 하는 대등한 인간 상호간의 공동체를 말한다. 단, 신민의 권리를 충분히 행사할 수 없었다고 판단되어진 노예나 여성은 정치적 주체로 인정하지 않았다.
법률에 의한 통치
법률에 대해서 거리를 두었던 플라톤과 다르게, 아리스토텔레스는 현실 정치를 구성해오는, 국가와 분리될 수 없는 것으로서 법률을 바라보며 입헌적 통치에 주목한다. 입헌적 통치는 최선의 인간에게 통치받는 것이 더 좋은가, 법률에 의한 통치가 더 좋은가의 문제와 밀접한데, 신민의 선을 고려하는 정부는 법률을 따르는 정부이기 때문이다. 아리스토텔레스는 플라톤이 <정치가론>에서 법률에 의한 정부와 현명한 통치자에 의한 정부를 양자택일적인 것으로 만들어 오류를 범한다고 주장한다. 법률은 아무리 현명한 통치자라도 불필요하지 않다. 법률은 ‘욕망에 의해 영향을 받지 않는 이성’이다. 정치적 관계는 자유를 보편적 가치로 인정하는 전제 하에 신민의 판단과 책임을 포기하지 않는 관계여야 한다. 이는 행정관의 권위가 법률적 권위를 통해 도덕성을 부여받을 수 있는 근거가 된다.
아리스토텔레스가 이해하는 입헌통치는 세 가지 요소를 지닌다. 1. 단일계급이나 개인의 이익을 위하는 파당적 혹은 폭군적 통치와는 구별되는, 대중적 혹은 일반적 이익을 위하는 통치이며, 2. 정부가 자의적 명령에 의해서가 아니라 보편적 법규에 의해서 운영된다는 의미, 3. 입헌적 정부는 단순히 강제에 의해서 지탱되는 전제주의와 구별되는 자발적 신민의 정부를 의미한다. 그러나 이 세 요소는 그 상호관계에 대한 연구를 하지 않았다. 특정한 요소가 결여될 수도 있기 때문이다.
입헌통치에 대한 아리스토텔레스의 강조는 플라톤의 <법률론>에 대한 영향이다. 그러나 이러한 법률관은 경험의 축적을 통하여 지혜가 점진적으로 증대한다는 점과 이러한 사회적 지능의 점증하는 축적이 법률과 관습에 깊이 간직된다는 점을 전제한다. 이는 플라톤의 접근을 반대로 비틀어버린 것이다. 플라톤은 사회를 이끌어가기 위해서 과학에 대해 능통학 철학자가 중요하다고 이야기하였다. 그러나 상대적으로 국가에 있어서 법률에 대한 분석을 하지는 못했고 이에 관해서는 청년 시기의 플라톤이 이상국가를 주장하는 와중에 법률이 인간의 경험에서 도래했다는 점에서 이상국가와는 거리가 멀다고 주장하는 것에 그친다. 이는 플라톤 후기의 이론에서 법률이 어떻게 국가에서 중요한 기능을 하는가에 관해 증명 불가의 문제로 남는다는 것을 의미한다. 그러나 아리스토텔레스는 법률이 대중의 관습 속에서 형성되어진 것이라는 생각을 발전시킨다. 이는 지식의 성장은 학식이 아니라 관습에 귀속된 상식에서 생성되며, 여론은 정치의 한 기준이 된다는 것을 함의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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