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환경상품전시회 기행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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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세기 초엽, 일본 정부의 카톨릭에 대한 정책이 바뀌면서 모든 카톨릭 성직자들이 해외로 추방당하고 있었다. 이 책은 포르투갈의 예수회가 일본의 나가사끼에 파견하고 있었던 한 선교사의 배교(背敎) 사건을 다루면서 소설은 시작된다. 뛰어난 신학적 재능과 고위 성직자로서의 믿음을 소유했던 페레이라 신부가 ‘구멍 매달기’ 고문을 받은 후 배교했다는 보고서 앞에 반기를 든 젊은 사제들은 포교의 열정을 안고 직접 일본에 건너가서 진상을 알아보기로 결심한다. 소설은 이들의 잠입 경로를 추적하는 형식으로 전개된다.
세바스챤 로드리꼬 신부를 비롯한 2명의 젊은 사제들은 아프리카 남단을 돌아 무서운 폭풍과 싸워가면서 한 해를 꼬박 넘긴 이듬해 여름에야 비로소 일본의 한 어촌 마음에 도착한다. 그들이 도착한 작은 마을의 농민들은 사제 뿐 아니라 수도사조차 없이, 6년 동안이나 계속된 관리들의 힘든 박해 속에서도 보이지 않는 비밀 조직을 만들어 꺼지려는 신앙의 불을 필사적으로 살려가고 있었던 가난한 사람들이었다. 낯설고 황폐한 일본 땅에서 목숨을 걸고 신앙을 지키려는 농민들의 보호를 받으며 산에서 숨어 지내던 로드리꼬와 가르페는 봉사가 없는 사제야말로 가장 고독하고 비참한 존재라는 사실을 깨닫고, 비밀리에 그들을 향한 포교활동을 펼친다. 그러나 얼마 지나지 않아서 그들의 포교활동이 관리들에게 알려지게 되었고, 자신들을 도왔던 모찌기와 이찌소우라고 불리우는 신도들이 당국에 체포된다. 결국 이들은 바닷가 모래사장에 조수가 밀려 간 뒤 나무에 묶여 매달렸다가 다시금 바닷물이 들어와 숨을 거두게 하는 악랄한 처형으로 생을 마감한다.
“순교였습니다. 그러나 무엇을 위한 순교일까요? 나는 오랫동안 성인전에 쓰여진 그런 순교를, 이를테면 그 사람들의 영혼이 하늘나라에 돌아갈 때 공중에는 영광의 빛이 가득하고 천사가 나팔을 부는 그런 빛나고 화려한 순교를, 지나치게 꿈꾸었습니다. 하지만 지금 당신에게 이렇게 보고하고 있는 일본 신도의 순교는 그와 같은 혁혁한 것이 아니고 이렇게 비참하고 이렇게 쓰라린 것이었습니다. 아아, 바다에는 조금도 그치지 않고 비가 계속 내립니다. 그리고 바다는 그들을 죽인 다음 마냥 무서우리만치 굳게 침묵을 지키고 있습니다….” 이들의 순교 소식을 접한 로드리꼬는 이렇게 본국에 자신의 심경을 알리는 선교 보고문을 올린다.
로드리꼬와 카르페 두 신부들은 더 이상 도모기라는 마을에 숨어 지낼 수 없었다. 언제 적발될지 모르는 긴장감과 이 마을의 평화를 당신들이 빼앗아갔다는 눈초리도 마음이 편치 않았다. 떨어져 있는 것이 더욱 안전할 것이라는 생각에 함께했던 두 신부는 서로 다른 방향으로 떠났다.
사람들의 눈에 띄지 않게 산속으로 걸었던 로드리꼬 신부는 기찌지로라는 사내를 마주하고 그의 밀고로 체포된다. 기찌지로는 카톨릭 신자로 체포되었다가 배교를 함으로서 풀려났었다. 신자이기는 하지만 너무 약한 탓에 배교를 하고 또한 로드리꼬 신부를 밀고한 것이다. 그는 엄청난 죄책감에 휩싸였지만 자신은 강하지 못하다고 원망한다.
체포된 로드리꼬 신부는 끌려간 바닷가에서 그는 동료 사제 가르페와 몇 명의 신도가 순교하는 장면을 목도하게 된다. 또한 ‘구멍매달기’ 고문을 통해 힘겨워하고 있는 사제들의 신음소리는 그를 더없이 힘들게 만든다. 로드리꼬신부는 신도들을 위해 죽으려고 밟은 일본 땅에서 사실은 자기네 사제들 때문에 신도들이 죽어간다고 생각하니 마음이 아팠다. “너는 그들을 위해 죽으려고 이 땅에 왔다고 했다. 그런데 사실은 너 때문에 저 사람들이 죽어가고 있다”는 관리의 말은 로드리꼬의 상처를 가장 깊게 헤집어 놓고 있었다.
소설은 로드리꼬를 교묘한 상황에 놓이게 한다. 고문의 집행자들은 로드리꼬가 예수의 초상을 발로 밟고 지나가는 상징적인 배교 행위를 거행하기만 하면 저들의 형 집행을 중지하겠다고 제안한다. 절망에 빠진 로드리꼬에게 주어진 또 하나의 고문은, 그가 존경해왔던 페레이라 신부와의 면담이었다. 까만 일본 옷을 입고 밤색 머리를 일본 사람처럼 묶고 이름까지 사와노로 바꾸고 더구나 쉽게 그리스도를 배반한 동기를 적절하게 둘러대는 페레이라와의 만남은 그의 신앙을 흔드는 결정적인 원인이 되었다.
“저 사람들은 지상에서의 고통 대신에 영원한 기쁨을 얻을 수 있겠지요”라는 말로 고통스러운 상황을 피하려는 로드리꼬에게 페레이라는 “자신을 속여서는 안 돼”라고 말한다. 그러면서 페레이라는 직접적인 말을 한다. “자네는 그들보다 자기 자신이 더 소중한 것이겠지. 적어도 자기 자신의 구원이 중요한 것일 테지. 자네가 배교하겠다고 말하면 저 사람들은 구덩이에서 나올 수가 있어. 고통에서 구원받는 거지. 그런데도 자네는 배교하려고 하지 않고 있어. 자네는 그들을 위해 교회를 배반하는 일이 두렵기 때문이야. 나처럼 교회의 오점이 되는 것이 두렵기 때문이지…. 나도 그랬었지. 저 캄캄하고 차디찬 밤. 나도 지금의 자네와 마찬가지였어. 하지만 그것이 사람의 행위란 말인가? 신부는 그리스도를 배우면서 살아가라고 가르쳤어. 그러나 만약 그리스도께서 여기에 계신다면?”
로드리꼬 신부는 예수의 초상에 발을 내려놓는다. 이 모든 고문과 박해를 가한 부교오 이노우에는 신부에게 비꼬는 듯한 말투로 이렇게 말한다. “당신은 성화속의 그리스도가 배교하라고 했기에 배교한 것이라 하지만 그건 자신의 나약함을 감추기 위함을 아닌가요?” 이에 신부는 이렇게 말한다. “다른 사람은 속일 수 있어도 나는 속일 수 없소.” 신부는 속으로 생각한다. ‘하나님, 오로지 당신만이 지금의 제 마음을 알아주시면 됩니다.’
그것은 지금까지 자신의 전 생애를 통해 가장 아름답다고 생각해 온 것, 가장 맑고 깨끗하다고 믿었던 것, 인간의 이상과 꿈이 담겨진 것을 한 순간에 밟는 것이었다. 하지만 로드리꼬 신부는 그분의 음성을 들었습니다. “밟아라, 성화를 밟아라. 나는 너희들에게 밟히기 위해 존재하느니라. 밟는 너의 발이 아플 것이니 그 아픔만으로 충분하느니라.”
로드리꼬 신부는 말한다. 주여, 당신이 언제나 침묵하고 계시는 것을 원망하고 있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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