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밀양 감상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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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문내용
자동차 속에서 보이는 화창한 여름 하늘아래 시작되는 영화의 첫 장면을 보고 나는 밝은 분위기 위주로 극이 연출될 것으로 지레 짐작하고 있었다.
다른 아이들과 조금 다른 듯 잘 섞이지 못하는 신애의 아들이지만 하늘아래 가장 가까운 두 사람이다. 느닷없이 아이가 실종되고, 가벼이 여겼던 주위 사람들도 사태의 심각성을 확인하지만 아들은 주검이 되어 발견된다. 충격에 휩싸여 실성한 사람처럼 있던 신애가 약국 아주머니가 얘기해준 교회를 찾아가 아들을 살해한 사람을 용서해 주고자하는 마음까지 만든듯 하지만 범인은 교도소 안에서 기독교의 신앙으로 하나님의 용서를 받은 후였다. 그리고 신애는 기독교에 회의를 느끼며 신에 대적하기위해 불륜을 저지르고 자학을 하지만 끝내 어떤 확인 없이 영화는 땅을 바라보며 끝이 난다.
원작소설은 실제 사건과 연관되어 만들어졌는데 서울 한 동네의 어린이 유괴사건으로 사형수 죄인의 마지막 말은 나는 하나님의 품에 안겨 평화로운 마음으로 떠나가며, 그 자비가 희생자와 가족에게도 베풀어지기를 빌겠다. 는 요지로 들었다고 작가의 서문에 작성되어 있다.
사람은 자기 존엄성이 지켜질 때 한 우주의 주인일 수 있고, 우주 자체일 수 있다. 그러나 그 주체적 존엄성이 짓밟힐 때 한갓 벌레처럼 무력하고 하찮은 존재로 전락할 수밖에 없는 인간은 그 절대자 앞에 무엇을 할 수 있고 주장할 수 있는가. 아마도 그 같은 절망적 자각은 미물 같은 인간이 절대자 앞에 드러내 보일 수 있는 마지막 증거로서 그의 삶 자체를 끝장냄으로써 자신이 속한 섭리의 세계를 함께 부수고 싶은 한계적 욕망에 이를 수 도 있지 않을까. 라고 작가는 얘기한다.
영화를 보면서 신애의 입에서 살인자를 용서하려고 한다는 얘기가 나왔을 때 자신이 성자가 된 듯한 마음과 함께 자신에 대한 전에 없던 큰 존엄성을 느꼈던 것은 아니었을까? 생각해본다. 하지만 면회 때 그 성자의 마음을 깨버린 살인자의 평안한 모습은 신애에게 있어 분노의 끝으로 치닫게 했고, 이것으로 존엄성 조차 갖을 수 없게 된 미물 마냥 자신을 만들어버린 듯한 큰 배신감으로 더욱 살인자에 대한 한을 키운 것으로 보인다. 그 근본이 된 기독교에 대한 불신으로 방향이 맞춰지고 인간의 존엄성마저 상실된 신애의 마음은 더욱 신과 대적하려한 처절함으로 보였다.
극중 송강호는 신애의 뒤를 따라다니며 다른 사람이상으로 호의를 베푼다. 김종찬은 왜? 그러했을까? 극중에서 순수하면서 반대로 속물근성을 자연스럽게 드러내는 인물이었지만 기독교의 어떤 신자보다도 신애를 진심으로 대하고, 가장 어려울 때 같이 있어준다.
약국 김집사는 주님과 함께 하자며 성자처럼 성스러운 얘기를 하고 신애를 이해해 주는 것 같지만 이것은 전도의 목적 즉, 소기 자신의 목적을 이루려는 집념으로 보여졌다. 가장 어려울 때 있었던 것은 김종찬이었다. 극의 마지막 새 출발의 의미로 머리를 자르고 있는 신애를 보며 햇살가득 머금은 집 안으로 걸어 들어오는 것도 종찬이다. 이것은 하늘만을 바라보며 구원을 애원하는 기독교인들보다 우리를 구원해 줄 수 있는 신은 우리자신, 옆에 있는 사람이라는 뜻이 아닐까 생각해본다. 내가 죽음의 위협 속에서 어렵고 힘들 때 아무도 내 곁에 없다면 어떠할까? 종찬은 신애의 존엄성을 지켜준 그러한 존재이다.
현 시대 우리는 인간의 존엄성을 많이 간과하고 있다. 법으로는 존엄성을 외치지만 실내는 그러하지 못하다. 스마트폰으로 손쉽게 자신의 안부를 알리기 위해 주로 사용하는 SNS 조차 자신의 허상을 만들어내는 겉치레의 경우가 많아져 넘쳐나는 커뮤니케이션 세상 속 인간의 존엄성은 점차 사라져가고 있어 더욱 인간은 쓸쓸해져 간다. 이런 세상 속 세태를 무언의 갈구보다 서로 나누고 이해해야하는 인간의 존엄성에 대해 생각해보자는 경각심을 불러일으킨 영화라 보여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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