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 서적 독후감] 여자의 달리기를 읽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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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자의 달리기』를 읽고
-스포츠 서적 독후감-
저자 클레어 코왈칙|역자 윤영란|지식공작소 |2003.05.06
원제 (The) complete book of running for women
이 책을 처음 사게 된 때는 두 번째 수능을 치르기로 마음먹은 그 해였다. 독학을 결심한 나는 집과 독서실을 오가며 경제적인 부담을 덜고 최대 효율을 끌어내고자 노력했다. 그러나 처음의 굳은 다짐은 오래가지 못했고, 불과 몇 주 만에 몸과 마음이 모두 지쳐버리고 말았다. 기분은 늘 우울했고, 책을 붙잡고 있는 시간보다 멍 때리거나 고민하는 시간이 점점 더 많아졌다. 이 시기, 끝없는 우울의 구렁텅이에서 나를 꺼내준 것은 바로 ‘달리기’였다.
초등학교 때는 곧잘 달리기에서 1등도 하고 공책도 서너 권 꼬박꼬박 받았던 나였지만, 본격적으로 책상에 앉기 시작한 초등학교 고학년, 중학교, 고등학교 때는 늘 치열한 꼴찌 다툼의 선두에 있었다. 그때부터 ‘아 나는 달리기에 소질이 없구나. 못 달리는 아이구나. 달리기는 나랑 맞지 않는구나.’라는 생각이 자연스럽게 머릿속에 자리 잡았다. 그러나 반수 시절, 답답한 마음에 아무 생각 없이 사람 없는 어둑한 운동장을 남의 시선 생각 않고 마구 내달리는데, 정말 마법같이 속이 뻥 뚫리면서 “아 너무 좋다...!”라는 소리가 절로 나왔다. 본 책에서는 이런 심리상태를 ‘러너스 하이(Runners High)’라고 표현했는데, 말 그대로 하늘을 높이 나는 것 마냥 내 몸이 가벼워지고 자유로워지고 상쾌해지는 기분이 들었다. 그길로 당장 나는 헬스장을 끊어 매일 저녁 러닝머신 위를 달리고, 날씨가 좋을 때는 집 근처 큰 공원을 달렸다. 무슨 약을 먹은 것도 아니고, 주변에 좋은 일이 생긴 것도 아닌데, 그저 달렸을 뿐인데, 달리기를 통해 내 마음과 몸은 점점 정상으로 돌아올 수 있었다.
달리는 것이 즐거워 점점 더 많이 달렸다. 그런데 달리다 보니, 이전에는 느끼지 못했던 여러 가지 문제점이 눈에 들어오기 시작했다. 우선, 자세였다. 어렸을 때부터 내가 달리는 모습을 보고 친구들이 웃곤 했는데, 바로 요리조리 흔들리는 두 팔 때문이었다. 달리기가 좋아지고 나니, 제대로 달리고 싶은 욕심이 났다. 그 길에 달리기 관련 책을 찾아봤고, 달리기 초보자를 위한, 그리고 특히 달리는 여성을 위한 책, 『여자의 달리기』가 눈에 들어왔다. 책에는, 내가 찾던 ‘달리기의 바른 자세’와 같은 정보도 있었고, 왜 달리는지, 건강과 달리기, 생활 속 달리기의 의미 등 보다 깊은 이야기도 담겨있었다. 책에 나온 소소한 정보들 덕분에, 나는 두 팔을 수직으로 만들어 앞뒤로 흔들며 전보다 바른 자세로 달릴 수 있게 되었고, 홀수 호흡법(들숨 4걸음 날숨3걸음 혹은 들숨3걸음 날숨2걸음 등 합을 홀수로 호흡하며 달리는 법)을 통해 전보다 훨씬 오랫동안 달릴 수 있게 되었다. 러닝머신에서 달릴 때 활용할 수 있는 다양한 달리기 노하우(예를 들면, 인터벌 속도 조절 달리기, 음악 템포 활용하여 즐겁게 달리기, 경사도 활용하기 등등)를 통해 살짝 질려가던 달리기에 또 새로운 동기와 흥미를 얻을 수 있었다. 무엇보다 이 책을 통해 얻은 값진 것은 바로 ‘운동에 대한 애정’이다. 그동안 사실 운동이라 하면 마치 ‘과제’처럼 느껴졌던 것이 사실이다. 건강을 위해서 꼭 필요하다는 걸 알면서도 너무 귀찮고 자꾸 미루게 되는 과제마냥, 운동에 대한 나의 애정은 ‘0’이었다. 그런데, 자세히 보면 아름답다는 어느 시의 구절처럼, 달리기 자체가 주는 즐거움, 효능, 방법, 나와 같은 달리기 초보자들의 성장 과정, 생활 속 달리기, 달리기 대회 등 달리기에 대해 더 깊이 알아갈수록, 달리기에 대한 내 애정도 점점 깊어졌다.
요새도 달리기는 나의 스트레스 해소 활동으로서 역할을 톡톡히 해내고 있다. 그러나 가끔 흥미를 잃어갈 즘이면 다시금 이 책을 들추며 여러 러너(runner)들의 사연을 보고, 다양한 방법을 탐색하며 스스로에게 동기를 부여한다. 스포츠와 직접 관련된 책은 이것이 처음이었는데, 덕분에 나는 무언가를 깊이 있게 아는 것이 (알고자하는 의지가) 얼마나 큰 차이를 가져올 수 있는지 몸소 깨닫게 되었다. ‘책’하면 주로 인문학적인 내용이나 에세이, 소설, 학문적인 내용 등 을 떠올렸는데, 스포츠 또한 ‘책’을 통해 얻을 수 있는 것이 정말 많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요새 보고 있는 나의 두 번째 스포츠 책은 『결코 아깝지 않은 내 몸 투자, 100일 요가』인데, 알면 알수록 더 하게 되고 애정을 갖게 되는 것이, 역시 사길 잘했다는 생각이 든다. 훗날 선생님이 되었을 때, 아이들에게 스포츠 활동뿐만 아니라, 간단한 스포츠 관련 책을 소개해주고 탐구하는 시간을 가지면, 아이들이 보다 입체적으로 ‘체육’ 할 수 있을 거라는 확신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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