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감상문] 영화 헬리를 보고 나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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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15.04.24 / 2015.04.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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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헬리’
영화 ‘헬리’는 칸 영화제에서 감독상을 수상한 동시에 상당한 논쟁거리가 됐었던 작품이다. 평소 사회적 이슈에 관심이 많아 뉴스를 많이 접하는데, 멕시코라는 나라에 관련된 뉴스는 항상 마약과 갱 조직들의 무자비한 폭력 혹은 그들 간의 싸움으로 인한 살인에 대한 내용이었다. 이처럼 영화 헬리에서도 멕시코 사회의 고질적인 마약범죄와 폭력, 제도화된 부패를 상당히 사실적으로 그려내고 있다고 하여 이번 부산국제영화제에서 예매한 영화들 중 개인적으로 가장 기대되는 작품이었다. 하지만 멕시코 영화를 처음 접하는 것이었기 때문에 왠지 모를 불안감이 들었던 것도 사실이다. 이렇게 기대와 불안감을 안고 있을 때 영화는 시작되었다.
군홧발에 짓눌린 두 남자를 클로즈업하면서 영화는 시작된다. 거의 죽어있는 상태의 두 남자는 어디론가 끌려가는 듯하다. 알 수 없는 잡담과 시끄러운 트럭 엔진 소리, 차가운 듯한 화면과 소란스러운 소리는 불안감을 엄습한다. 트럭은 한적한 육교 앞에서 멈춘다. 군홧발에 짓밟혔던 두 남자 중 한 남자는 바지가 벗겨진 상태로 육교에 목이 매달린 채 버려지고 한 남자는 육교 위에 버려진다. 트럭은 매달린 시체를 뒤로하고 조롱 섞인 말과 함께 떠나간다. 카메라는 이를 그저 흔한 일인 것처럼 차갑게 바라보는 듯하다. 주인공 헬리는 아버지, 아내, 이제 갓 태어난 그의 아기, 12살 된 여동생 에스텔라와 같이 평범한 가정을 꾸리며 살아간다. 그렇게 평범한 일상이 계속되어 가고 있는 가운데, 헬리는 우연히 옥상의 물탱크에서 누군가 숨겨놓은 코카인을 발견하게 된다. 그것은 여동생 에스텔라의 남자친구인 베토가 숨겨둔 것이었다. 헬리는 에스텔라가 위험한 일에 연루될 것을 걱정하여 코카인을 모두 물웅덩이에 버린다. 하지만 다음날 정체모를 사내들이 나타나 아버지에게 총격을 가하고 헬리와 에스텔라, 그리고 베토까지 모두 납치된다. 에스텔라와는 따로 떨어지고 헬리와 베토는 어느 한 가정집에 끌려간다. 끌려간 곳에는 아이들이 오락기를 손에 쥐고 게임을 즐기고 있다. 납치범들이 헬리와 베토를 끌고 오자 아이들은 하던 게임을 멈추고 더 재미난 오락거리가 들어온 것처럼 소파에 모여 앉는다. 그들의 보모로 보이는 한 여자는 익숙한 상황인 양 신경쓰지 않는다. 그저 당연한 일인 것처럼 헬리와 베토는 몽둥이질을 당하고 고문을 당하게 된다. 심지어 납치범들은 베토의 성기에 술을 부어 불을 붙이기도 한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카메라가 때리는 납치범들에 포커스를 맞추는 것이 아니라 이를 구경하는 아이들의 모습에 포커스를 맞춘다는 것이다. 처음하던 행동처럼 게임을 즐기거나 밖에 나가서 축구를 하는 모습이 현재 아이들의 일반적인 모습이다. 하지만 영화 속의 아이들은 고문당하는 헬리와 베토를 무표정하게 바라본다. 그 아이들의 시선은 놀랍도록 차가울 뿐이다. 심지어 가장 어린 막내는 매질을 대신하기도 한다. 여기서 가장 두려운 건 아이들의 미래가 곧 납치범들의 삶이라는 것이다. 자연스럽게 이어져버리는 아이들의 미래가 너무나 안타깝게 느껴졌다. 어두운 멕시코의 미래를 표현한 것일까? 고문이 끝난 후 베토는 육교에 매달린 채 죽임을 당하고 헬리는 육교 위에 버려진다. 이 장면은 영화의 시작 장면과 같다. 초반에 궁금증을 자아내고 후에 드러내는 구조가 적절히 배치된 듯 하였다. 겨우 목숨을 부지한 채 헬리는 걷고 또 걸어서 집으로 돌아온다. 돌아간 집에는 경찰들이 둘러싸고 있다. 경찰들은 헬리의 이야기를 믿지 않고 헬리의 아버지가 먼저 총을 쏘았기 때문에 벌어진 사건이라면서 일을 되도록 빨리 마무리하려 한다. 에스텔라를 구하기 위해선 경찰의 도움을 받아야 했지만 경찰의 도움을 받기 위해선 시신도 미처 수습하지 못한 아버지를 범죄자로 만들어야 하는 상황이다. 결국 혼자 에스텔라를 찾기로 결정한 헬리는 별반 소득이 없다. 그렇게 시간은 흘러 에스텔라는 점차 잊혀져 가는 듯하다. 그러던 어느 날, 에스텔라는 도망쳐 집으로 돌아온다. 하지만 육체적으로나 정신적으로 고문당한 상태인 에스텔라는 충격에 말을 못하게 된다. 여동생의 아픔을 보고 고통스러워하던 헬리는 에스텔라가 그려준 지도를 보고 에스텔라가 갇혀 있던 곳을 찾아가 그 범인을 죽인다. 범인을 죽인 뒤, 집으로 돌아온 헬리는 아내와 성관계를 맺는다. 둘의 성관계를 맺는 소리는 집 안에 울려 퍼진다. 성폭행으로 인해 충격을 입은 에스텔라가 있음에도 아랑곳하지 않는 듯하다.
영화 ‘헬리’는 칸에서 문제작으로 꼽힌 이유를 알 수 있을 정도로 상당히 충격적이었다. 이 내용이 실제 멕시코 사회에서 행해지고 있는 일이라는 것에서 충격은 배가 된다. 현재 멕시코의 고질적이지만 고칠 수 없는 범죄상과 거의 일상화되어 있다시피 한 폭력, 그리고 여러 가지 연결고리를 통해서 제도화 되어버린 부패의 고리를 사실적으로 이야기하고 있는 것이다. 이를 사실적으로 담아내려고 한 의도였을지는 몰라도 영화 전체적으로 다큐멘터리를 보는 듯 하였다. 장면을 상당히 길게 늘어뜨리듯이 오랫동안 찍거나 이야기를 그저 전달하는 것처럼 인물의 감정이 최대한 절제되어 있는 듯하였다. 오랜 기간 동안 부패되어온 멕시코 사회를 당연한 듯이 받아들일 수 밖에 없는 멕시코 사람들의 모습을 보여주는 것 같았다.
영화 속에서 보여지는 끔찍한 모습들이 우리에게도 일반적인 것으로 받아들여진다면 우리 또한 그저 담담하게 받아들이지 않을까? 영화를 보다가 이 의문점이 충분히 실현 가능한 일이라는 것을 느끼게 되었다. 영화를 보는 도중 헬리의 아버지가 총에 맞아 죽을 때에는 객석에서 그다지 동요하지 않았다. 하지만 강아지의 목을 비틀 때에는 객석 곳곳에서 동요하고 소리를 질렀다. 이는 사람이 죽는 것은 스크린 속에서 일반적으로 다루어지던 모습이기에 없어선 안 될 장면인 것처럼 그저 담담하게 받아들이는 것이 아닐까 생각한다. 지금 나와 같이 ‘헬리’를 보고 있는 사람들도 마치 영화 속에서 고문을 담담하게 지켜보던 아이들과 다를 바 없다고 생각하였다. 이처럼 익숙함과 일상적으로 되어간다는 것은 어느 면에서는 상당히 무서운 일일 것이다.
썩을 대로 썩어버린 멕시코 사회의 이면에서 고통스러워하는 멕시코 사람들. 그리고 익숙한 일이 되어버린 현실의 문제점을 인지하고 고치려 노력해야 할 공권력마저 부패되어버린 사회. 이를 신랄하게 보여주는 영화 ‘헬리’가 미래의 멕시코 사회에서는 과거의 아픔을 되돌아보고 뉘우치기 위해 보여주는 영화가 되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마약,폭력 조직들을 모두 소탕하겠다는 멕시코 간부의 선언으로 코카인을 불태우는 장면. 하지만 이 멕시코 간부는 목이 잘린 채 싸늘한 시체로 돌아온다. 이는 깊숙이 자리잡아버린 범죄 조직들과 고쳐 나가려는 움직임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고쳐나갈 수 없는 멕시코 현실을 사실적으로 보여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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