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감상문] 영화 헬리를 보고나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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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헬리’ 감상문>
영화<헬리>는 칸에서 찬반양론을 들끓게 한 아마트 에스칼란테 감독의 문제작이다. 이 작품은 칸 영화제에서 감독상을 받으며 부산국제영화제에서 기대작으로 꼽혔던 영화인데, 멕시코의 범죄 조직 제타스와 관련된 이야기 등에 관심을 갖고 있던 나는 멕시코 내의 상황을 조금은 알고 있었던 터라 영화를 흥미있게 볼 수 있었다.
영화는 군화발에 짓밟힌 한 청년의 얼굴을 클로즈업하며 시작한다. 트럭 안에는 두 청년이 고문당해 기절한 채 실려 어디론가 간다. 곧 다리 위에서 트럭은 멈추고 한 청년은 아무렇게나 버려지고 한 청년은 다리 위에서 목에 끈을 매단 채 교수형을 당하듯 내던져진다. 시작부터 아주 충격적인 장면이지만 영화는 클로즈업이나 다른 구도로의 변화도 없이 아주 담담하게 그들을 관찰한다.
영화의 주인공은 멕시코의 공장 노동자인 헬리. 그는 늙은 아버지와 아내, 여동생과 함께 열심히 살아 보려고 하는 청년이다. 하지만 열두살짜리 여동생 에스텔라, 아니 그녀가 사랑한 애인인 열여덟살의 군인 베토가 문제를 일으키며 문제가 시작된다.
군대가 마약상들로부터 압수한 마약을 베토가 몰래 훔치고 에스텔라와 도망가는 자금으로 사용하기 위해 헬리의 집 옥상 물탱크에 마약을 숨겨놓은 것이 발각된 것이다. 당연히 헬리는 그 사실을 모르고 있었는데 갑자기 헬리의 집 대문을 부수고 군이 그들을 잡기 위해 들어온 다. 들어오자마자 군은 헬리의 아버지를 총으로 쏴 죽인다. 그리고는 숨어있던 에스텔라와 헬리를 잡아 군용차에 싣는다. 차에는 이미 먼저 붙잡혀 피투성이가 된 베토가 들어있다. 어디론가 끌려가던 그들은 이내 한 가정집으로 끌려 들어가는데 이 때 에스텔라와 헬리,베토는 떨어지게 된다. 전 후 상황과 군대의 잔인성을 생각했을 때 에스텔라는 아마도 성적 노리개로 이용당할 것이라는 추측을 할 수 있었다.
영화가 문제작이 된 이유는 여기서부터 시작이다. 군대가 정체모를 불한당들에게 헬리와 베토를 넘겨버린 것인데, 끌려간 그 공간은 평범해 보이는 가정집의 응접실이다. 아이들은 TV게임을 하고 있으며 두 사내가 헬리와 베토를 끌고 오자 아이들은 뭔가 재미있는 일이 생긴 것처럼 소파에 앉아 이를 지켜본다. 카메라는 정말 담담히, 너무나 일상적인 구도로 이 모든 상황을 지켜보기만 한다. 한 사내가 베토의 손을 공중에 매달아놓고 몽둥이로 등을 치기 시작한다. 뼈가 부러지는 소리와 등에서 피멍이 생기는 등의 이미지가 끔찍했는데 이보다 더 끔찍한 것은 그것을 지켜보는 아이들의 표정이다. 아이들은 이 끔찍한 상황 속에서 눈을 돌리거나 표정을 찡그리는 등의 일반적인 반응을 보이지 않는다. 흥미롭거나 재미있다는 표정도 아니다. 끔찍한 것은 아이들의 표정에 ‘일상성’이 서려있다는 것인데, 그저 밥을 먹거나 이불을 개는 정도의 당연한 일과처럼 이 고문을 바라본다. 그 중 제일 어린 7살 남짓한 아이는 자신이 직접 몽둥이를 가지고 등을 치기도 한다. 또 엄마로 보이는 중년 여자는 부엌에서 아무렇지도 않게 일을 하고 있다. 가끔씩 응접실 안을 들여다보기도 하지만 어떠한 간섭도 하지 않는다. 하지만 이보다 더 충격적인 장면이 시작된다. 한참을 맞던 베토가 기절하자 두 사내는 베토의 성기에 보드카를 뿌린다. 설마 하는 마음으로 이를 지켜보고 있었는데 일말의 망설임도 없이 사내는 베토의 성기에 불을 붙인다. 불길이 성기를 뒤덮자마자 객석에서는 비명과 탄식이 이어졌다. 성기도 직접 노출됐거니와 정신이 없는 와중에도 성기가 타들어가자 신음소리를 내며 괴로워하는 베토의 모습이 너무도 끔찍했기 때문이다. 가만히 생각해보면 이 끔찍한 고문보다 더 끔찍한 사실은 사내의 고문이 복수나 증오와 같은 감정에 기인한 행위가 아니라는 것이다. 이들에게 이러한 행위는 그저 하나의 ‘게임’이다. 비이성적인 고문이 자행됨에도 별 일 아니라는 듯 방관하는 엄마와 아이들의 표정은 이것이 일상적이고 흔히 있는 일이라는 점을 상기시키며 관객을 소름끼치게 한다.
다음에 이어지는 장면이 바로 영화의 첫 장면이었다. 죽지 않을 정도로만 맞고 육교 위에 버려진 청년이 헬리였으며 성기가 불태워지고 죽을만큼 고문당한 청년이 베토였던 것이다.
이후 헬리는 집으로 돌아오고 경찰에게 이때까지 있었던 일을 말한다. 그리고 에스텔라를 찾기 위해 도움을 청한다. 하지만 경찰은 적극적으로 이를 해결하려는 의지를 보이지 않는다. 심지어 여자 경찰은 헬리에게 섹스를 제안하기도 한다. 헛웃음이 나오는 상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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