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평 비보이 스캔들을 읽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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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15.03.29 / 2015.03.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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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상문
-<비보이 스캔들>을 읽고
소설을 읽는 내내 가슴 한켠이 꽉 막힌 듯 답답했다. 나는 유리와 나 자신을 동일시하고 있었다. 유리의 소설을 빌려 말하자면 어린 시절의 나는 노 멘스 힐의 아이스 랜드 기사였던 것 같다. 그 시절의 나는 부모님이나 선생님이 하라는 대로 열심히 공부만 했다. 지금은 퇴색한 기억너머로 성적이 나올 때마다 선생님이 너는 다른 아이들과 다르구나 하는 눈빛으로 바라보는 장면, 높은 성적이 나오면 다른 반 아이들이 와서 나를 구경했던 장면이 어렴풋이 떠오른다. 나는 그 때마다 몸서리쳤고 얼굴을 붉혔다. 뜨겁게 달아오른 뺨과 귓불은 시간이 지나도 사그라지지 않고 오래도록 나를 괴롭혔다. 내 마음을 옥죄었던 그 온도를 떠올리자니 지금도 마음이 갑갑하다. 내가 그토록 남의 시선을 두려워했던 이유는 나는 그들이 생각하는 사람이 아니라는 죄의식 때문이었다. 선생님들은 내가 좋은 대학에 진학할 인재라고 기대했지만, 나는 명문대에는 관심도 없었으며 내가 갈 곳이 아니라고 생각했다. 한 번도 그 명예로운 길로 나아가는 이들의 모습에 나를 대입시켜 본 적도 없다. 명문대는 나에게 아무런 의미가 없었다. 나는 만화가가 되고 싶었다. 하지만 그 누구도 나의 꿈을 달가워하지 않을 것이라는 사실을 내 자신이 더 잘 알고 있었다. 그렇기에 말 잘 듣는 아이의 탈을 쓰고 숨어있는 나의 진짜 모습이 드러날 까봐 사람들의 시선이 집중되는 것을 두려워했던 것이다.
나에게 프린스는 중학교 때 만화를 그리던 같은 반 친구였다. 그 아이를 보며 처음에는 한심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하루 종일 낙서만 하는 모습을 보며 그 시간에 공부를 하면 서울대에 가겠다는 생각도 했다. 하지만 어느 날 나는, 깨끗한 책상을 내려다보며 그 곳에 뭔가 채우고 싶다는 충동을 느꼈다. 그 즉시 집에 가서 온갖 종류의 만화책을 빌려와 따라 그리기 시작했다. 글쓰기와는 전혀 다른 성취감이었다. 어릴 때 종종 글짓기를 하거나 독후감을 쓰면 상장을 받아오곤 했다. 누군가에게는 별거 아닌 사건이지만 나의 부모님은 그런 나를 자랑스러워하셨다. 하지만 만화를 그리는 것을 쉽게 인정해주고 좋아해주는 부모가 어디 있겠는가. 나는 처음으로 부모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시험공부를 열심히 하면 그 보상으로 만화책을 실컷 보게 해달라는 둥 만화책에 목을 맸다. 물론 부모님 몰래 학교에 만화책을 가져가서 봤다. 나는 만화책이 안보이게 도서실에서 빌린 책으로 가려 두곤 했다. 덕분에 그림 실력은 쑥쑥 자랐고 자연스럽게 같은 반에서 만화를 그리던 프린스와 친구가 되었다. 나는 친구를 따라 만화부에 들었다. 그곳은 정말 다른 세계였다. 나는 그곳에서 점점 다른 사람으로 변했다는 느낌에 사로잡혔다.
고등학교도 굳이 그 친구가 다니는 학교로 진학했다. 그 곳은 집에서 한 시간이나 버스를 타고 가야할 만큼 먼 거리였다. 지금이야 한 시간 정도는 먼 것도 아니지만, 어린 나이에 낯선 동네로 학교를 다닌다는 것은 나에게 큰 모험이었다. 고등학교를 다닐 때는 다른 동네에서 온 학생이기에 나에 대해 아는 사람이 아무도 없었다. 나는 비로소 말 잘 듣는 학생의 탈을 벗고 나만의 세계에서 마음껏 뛰놀았다. 물론 성적관리에 열심인 아이였다. 미대에 진학하겠다는 목표가 생겼기 때문이다. 쉬는 시간이 되면 어디 안가고 무제 노트에 그림을 그렸다. 가끔은 소설을 쓰는 친구들이 자신의 주인공을 캐릭터로 그려달라고 부탁하기도 했다. 나는 그림에 점점 더 몰두했다. 어떤 때는 점심도 안 먹고 종례시간까지 엉덩이 붙이고 앉아있었던 적도 있었다. 하지만 2학년이 되자 상황이 달라졌다. 부모님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미대입시 학원에 등록했다. 첫 달 학원 비는 용돈을 모아서 냈다. 부모님은 적지 않게 당황하셨다. 분명 엇나간 적 없이 바르게 공부만 하던 아이였고 그만큼 딸에게 거는 기대도 컸는데 말도 안 되게 만화가가 되겠다고 나섰으니 말이다. 이 때의 유리의 판타지 소설에 나오는 계급 중에 어디에 속했을까? 그 때도 수준별 수업이 있었다. 수준에 따라 수학과 영어 과목을 A반,B반,C반으로 나뉘어졌다. 나는 언제나 A반이었다. 그렇담 아이스 랜드였을까? 하지만 나는 내 친구와 같은 집시들과 어울렸다. 입시 전쟁과는 상관없다는 듯이 자유를 추구했던 그들과 나는 친하게 지냈다. 게다가 미대 입시학원에 진학한 이후로는 B반으로 내려갔다. 담임선생님은 너의 성적에 미대입시를 하더라도 좋은 곳에 갈 수 있으니 포기하지 말고 공부를 계속하라는 당부의 말을 하셨다. 그리고 부모님과는 계속해서 갈등을 겪었다. 엄마는 주위에서 들은 미대에 관한 온갖 안 좋은 소문을 들으시고 학원에 돌아와 지쳐 쓰러지는 나에게 일러주기를 멈추지 않으셨고 아빠는 딸의 꿈이라니 대놓고 말리지는 못하지만 진지하게 아빠처럼 살지 않았으면 한다고 하셨다. 그 당시에 아빠와 같은 삶이란 무엇인지 다 이해할 수는 없었지만 아마도 궁핍한 생활에 쪼들려 살지 말라는 뜻이겠거니 하고 생각했다. 마침내 내가 미대입시를 포기하게 된 것은 아빠의 사업이 잘 못되고 갑자기 생계가 막막해졌을 때이다. 학원 비를 내야 하는 날 아빠는 정말 미안하다는 말과 함께 돈이 없어서 학원에 못 보내주니, 정 그림공부를 하고 싶다면 어른이 돼서 너의 능력으로 배우라는 말씀을 하셨다.
다시 학교로 돌아와 보니 나는 더 이상 아이스 랜드의 기사가 아니었다. 그리고 내가 집시라고 생각했던 이들도 대학의 만화 과에 진학하기 위해 입시준비에 열중하고 있었다. 나의 프린스도 마찬가지였다. 게다가 나는 가세가 기울어진 집안을 일으켜야 하는 집안의 기둥이었고 꿈을 노래하기엔 돈도 없고 마음의 여유도 없었다. 꿈을 빼앗긴 나는 불의 지옥에서 전사들과 함께 입시준비를 해야만 했다. 내 마음은 점점 더 황량해져갔다. 책상 옆 서가에 가득 꽂혀있던 그림노트는 모두 버렸고 입시학원에서 사용했던 붓과 물감, 도화지, 습작들도 모두 치워버렸다. 그리고 그 자리에 모의고사 문제집과 영어단어장이 들어섰다. 책상 어귀에 낙서를 하는 일도 그만 두었다. 나는 틈만 나면 도서실에 가서 서가의 꽂힌 책들을 정복해 나갔다. 어디론가 도피하고 싶었다. 나는 무엇인가? 나는 패잔병이었다. 어느 곳에도 내가 서있을 자리는 없었다. 오직 도서실만이 전쟁에서 진 패잔병마저도 따듯하고 포근하게 감싸주었다. 하루에 두 세권씩 책을 읽으며 허전한 가슴을 이야기로 채웠다.
<비보이 스캔들>의 주인공들은 유리의 죽음으로 혼란에 빠진다. 그들이 유리의 죽음을 둘러싼 비밀을 파헤쳐 나갈수록 학교 안에서 일어나는 추악한 현실이 드러난다. 학생들을 계급으로 나눠 성적에 따라 가치를 매기는, 학생들을 상대로 자신의 잇속을 챙기는 그런 학교의 모습은 쓰라리지만 현실에 가깝다. 이렇듯 소설의 혼란스럽고 착잡한 분위기는 그와 비슷한 기분을 느꼈던 나의 지난 시간을 상기시켰다. 이러한 문제들은 청소년 시절에만 국한된 것이 아니라 성인이 된 이후에도 대학과 사회에서 그대로 이어지고 있다. 취업률에 목을 매는 대학, 각 대학을 서열화시키는 국가.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가 기억해야 할 것은 소설 속 아이들이 유리의 죽음을 기억하려 했던 것처럼 우리는 우리가 당한 현실을 외면하지 말아야 한다는 것이다. 만약 이를 알고도 모른 척 한다면 유리와 같은 아이들은 계속해서 어느 곳에서든 나타날 것이다. 이야기의 마지막 부분에 지희가 내민 손을 혜수가 마주 잡는 장면이 묘사된다. 나에게는 그 손이 도서실의 책이었을 테다. <비보이 스캔들>을 읽고 나는 나의 진짜 모습을 숨기려하고 끝내 도피하려고 했던 지난날의 모습을 뼈아프게 돌아보았다. 나에게 이러한 감정을 이끌어 낸 <비보이 스캔들>이 흔들리는 청소년들에게 ‘내민 손’이 되어주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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