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독과 외로움이 마주친 곳 윤성희 계단 서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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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15.03.29 / 2015.03.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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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평]
고독과 외로움이 마주친 곳
-윤성희 ‘계단’
한밤중, 504호 남자가 비명을 지른다. 이곳에서 벗어나고 싶다고. 아내가 떠난 이곳에 홀로 있는 것이 견딜 수가 없다고. 그러나 그것은 떠난 아내가 돌아올지도 모른다는 한 가닥 희망에 발이 묶인 가엾은 남자의 소리 없는 외침이었다. 한밤중, 104호 남자는 똑바로 누워 천장을 쳐다보며 잠을 청한다. 슬픔으로 단단해진 탓에 눈물 따위는 흐르지 않을 것이라 굳게 믿지만 옆으로 누워 자다가 자기도 모르는 사이에 눈물이 흐를까 봐.
윤성희의 ‘계단’은 고독하고 외로운 두 남자가 서로 집을 맞바꾸어 이사를 하는 이야기이다. 떠난 사람의 흔적이 남은 집에서 벗어난다고, 떠난 사람과의 추억이 묻어나는 집에서 달아난다고 지속되던 울렁증이 없어질까? 타이레놀 두 알을 삼키지 않고 잠들 수 있을까? 아니다. 달라지는 것은 없다. 다만 계단에서 서로의 짐을 옮겨주고 무거운 것을 같이 드는 사이 두 남자의 공허한 마음 한 구석에 끈끈한 땀방울이 스며들었을 뿐이다.
[1] 집을 내놓고 싶어서요. 그리고 새로운 집을 얻고 싶어요.
우연일까? 같은 연립에 사는 두 남자는 같은 날 집을 내놓았다. 5층에 살던 남자는 1층을, 1층에 살던 남자는 1층이 아닌 곳을 원한다. 그리고 두 남자는 이사를 계기로 각각 짐을 정리하게 된다. 이사를 하는 두 남자에게선 새로운 곳에서 시작될 생활에 대한 설렘이나 막연한 기대감은 전혀 느낄 수 없다. 단지 그 이유가 같은 연립 내 같은 구조의 공간으로 이사하기 때문이 아니다. 이사를 할 수 밖에 없는 이유 (1층으로 가야만 가라앉는 울렁증, 커튼을 치지 않고 생활해도 되는 곳에 대한 갈망) 또한 필연적으로 보이지만 그것은 단지 도피의 명목일 뿐이었다. 함께 살던 누군가가 떠난 뒤, 그 부재를 선명하게 각인 시켜주는 것은 집안과 가구 곳곳에 배어있는 흔적, 그리고 함께 살던 이가 사용하던 물건들이다. 살던 집에서 떠나고 물건들을 버려버리면 매일 몸서리치게 만드는 고독과 외로움에서 벗어날 수 있지 않을까? 그런 그들에게 ‘이사’는 탈출의 방편이었다.
[그는 옷장 위에 있는 상자를 내렸다. 상자 안에는 형이 사용했던 물건들이 들어 있다. ... ... 그 틈에서 그는 말을 옮기는 다이아몬드 게임을 찾아냈다. ...... 그는 형과 이 놀이를 하는 것을 좋아했다. 그는 삼각형에 말을 꽂았다. 빨간색 말을 한 칸 움직이면서 말했다. 자, 이제 형이 할 차례야. 그는 초록색 말을 움직였다. 그는 몸을 오른쪽으로 틀었다. 그럼, 이제 엄마 차례. 그렇게 말하고는 노란색 말을 한 칸 앞으로 옮겼다. - 본문 중에서]
[아내만 없어졌을 뿐 물건은 모두 제자리에 있었다. 그는 옷장을 뒤져, 예전에 놀이동산에서 아내에게 사주었던 분홍색 티셔츠를 찾았다... 중략... 아내의 신발은 하나같이 오른쪽만 굽이 닳아 있다. 그는 옷장에서 낡은 러닝셔츠를 꺼내 검지와 중지손가락에 감고는 신발을 닦았다. 그리고 닦은 구두를 차곡차곡 쌀자루에 넣었다. - 본문 중에서]
그들은 탈출의 첫걸음을 시원스럽게 떼지 못한다. 떠난 이의 물건들을 정리하면서 그것들을 몽땅 내던져 버리지는 못하고 오히려 과거를 쓸쓸하게 되새기며 추억을 애처롭게 쓰다듬을 뿐이었다.
[2] 이사를 하기로 약속한 토요일 오후가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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