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평 - 마루야마 겐지(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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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15.03.29 / 2015.03.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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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루야마겐지 <강>
오후 세시, 집 앞 오 분 거리 까페 한 쪽 구석에 자리를 잡고 따뜻한 아메리카노 한 잔을 홀짝이고 있었다. 주말 오후임에도 불구하고, 사람이 나를 제외하고 두어 명쯤 밖에 안 되는 이유인 즉 슨 까페 주변이 온통 회사건물들 뿐이라 샐러리맨들이 쉬는 휴일에는 사람이 없는 듯 했다. 까페 안에는 느긋한 재즈 음악이 흐르고 손님들도 주방에 바리스타도 느긋한 표정들이다. 나는 아무것도 하지 않고 멍하니 앉아있었는데, 아무도 나를 이상한 눈으로 쳐다보지 않았다. 사실 난 좀 멍했다. 이틀 동안 집에만 있었던 탓인지, 바깥공기에 멀미가 나는 듯 했다. 기분전환을 위해 마신 아메리카노에 취하는 느낌이었다. 지난 이틀 동안 뭘 했는지 기억이 나질 않았다. 밥은 제대로 먹었는지 뭘 봤는지 뭘 썼는지 알 수 없었다. 아침 일찍 나갔다가 저녁 늦게 들어오는 남동생은 저녁에 들어와도 아침에 보았던 모습과 똑같다며 혀를 찼다. 하지만 유리창에 비친 내 모습은 평소보다 좋아보였다. 오늘 먹은 것이라곤 일어나자마자 마신 냉수 한 컵과 씹다가 그냥 삼킨 껌뿐이었는데도 말이다. 뭐 지금은 아메리카노를 마시고 있긴 하지만. 건너편에 앉은 남자 두 명은 꽤 심각한 표정으로 이야기를 나누고 있었다. 내가 열심히 쳐다봤음에도 불구하고 전혀 개의치 않는 듯 했다. 음악이 바뀌는 사이 낮은 남자의 목소리가 잠시 까페 안을 매웠다.
“내가 어떻게 해줬으면 좋겠어?”
어쩐지 너무 엿듣는 느낌이 들어 괜스레 가방을 뒤적였다. 아침에 구민 도서관에서 빌린 마루야마 겐지의 소설책을 꺼내어 머리말을 읽어 내려갔다. 아! 이제야 생각이 났다. 나를 향해 앉아있던 남자는 우리 집 아래층에 사는 남자였다. 계단을 오르내리다 몇 번 마주친 적이 있는데, 서글서글한 얼굴에 끌끔한 옷차림이 꽤 호감 가는 인상이었다. 눈이 마주칠 때마다 보았던 텅 빈 눈동자가 내 머릿속에 남아있었는지, 그 남자의 얼굴을 뜯어볼수록 자꾸만 기억이 되살아났다. 두 사람은 잠시 침묵한 채 담배만 태우고 있었다. 꽤 심각해 보였다. 남자는 담배를 태우며 까페 어딘가를 보고 있었다. 남자의 시선을 쫒아 가보니 어느새 들어왔는지 중년층 여성 한명과 군인 한 명이 차를 마시고 있었다. 간만에 찾아 온 휴가인지 밝은 목소리로 즐겁게 이야기를 나누는 둘의 모습은 들떴지만 어딘가 편안해보였다. 중년여성의 아들로 보이는 군인은 세상에 걱정이라곤 오로지 군 생활정도 인 듯 즐거워 보였다. 여성도 군인의 이야기를 경청하며 기쁘게 웃고 있었다.
“저것 봐. 군대라는 거 별거 아니야.”
뒤통수만 보이는 남자는 담배를 비벼 끄며 낮은 목소리를 뱉어냈다. 아랫집 남자는 아무 말이 없었다. 뒤통수 남자도 말을 아꼈다. 나는 <강>을 읽기 시작했다. 양고기를 먹는 주인공의 모습을 상상하니 지난 며칠 동안 없었던 식욕이 살아나는지 허기가 짐을 느꼈다. 식은 아메리카노를 다 마셔버리고 한번도 먹어보지 못한 양고기라는 것과 잉어소금구이의 맛을 상상해내고 있었다. 사내가 마시는 정종이라는 것도.
얼마나 지났을까. 고개를 들어 까페 안을 둘러보니 남자 둘은 아직 그 곳에 있었다. 아랫집 남자는 텅 빈 눈동자에 눈물을 가득 담고 있었다. 그 뒤에 눈물을 흘리진 않았지만, 뒤통수 남자는 크게 한 숨을 쉬었다. 이제 보니 뒤통수 남자는 아랫집 남자보다는 나이가 있어보였다. 필시 군대도 다녀왔을 터.
“어차피 갈꺼, 이렇게 청승 떨지 말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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