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평 잘라라 기도하는 그 손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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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15.03.29 / 2015.03.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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잘라라, 기도하는 그 손을
올해로 ‘숲의 산책가’ 모임도 세 돌을 맞는다. 산책하듯 천천히 그러나 멈추지 않고 그 해의 상황과 능력에 맞게 독서도 하고 독서를 교육에 접목시키려는 노력을 하고 있다. 매년 모임을 시작할 때마다 독서에세이로 새롭게 마음을 다졌는데, 올해 같이 읽기로 한 책이 <잘라라, 기도하는 그 손을>이다. 제목이 과격해서 어떤 내용일까 다들 궁금해했다.
이 책을 읽다보면 여러 작가 또는 철학자들이 벌이는 말들의 향연에 우선 행복해진다. 그 말들은 때로는 아둔한 머리를, 때로는 식어버린 가슴을 일깨운다. “초조해하는 것은 죄다(카프카)”, “유일한 참된 충고자, 고독이 하는 말을 듣도록(말라르메)”, “타락한 정보가 있는 게 아니라 정보 자체가 타락한 것이다(질 들뢰즈)”, “정보란 명령이다(하이데거)”, “모든 것에 대해 모든 것을 말하려는 비평가와 하나에 대해 모든 것을 말하려는 전문가는 자신을 하나의 우뚝 솟은 전체의 모습으로 제시하려는 향락 즉 팔루스적 향락이다(자크 라캉)”, “읽는다는 것은 기도이고 명상이고 시련이다(루터)” 등등. 가장 압권은 버지니아 울프의 말이다.
하지만 아무리 바람직하다 하더라도 어떤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 독서하는 사람이 있을까요? 그것(독서) 자체가 즐거워서 그것(독서)을 하는 즐거움은 세상에 없는 걸까요? 목적 자체인 즐거움이라는 건 없는 걸까요? 독서는 그런 것 가운데 하나가 아닐까요? 적어도 나는 때로 다음과 같은 꿈을 꿉니다. 최후 심판의 날 아침, 위대한 정복자, 법률가, 정치가 들이 그들의 보답 - 보석으로 꾸민 관, 월계관, 불멸의 대리석에 영원히 새겨진 이름 등-을 받으러 왔을 때 신은 우리가 옆구리에 책을 끼고 오는 것을 보시고 사도 베드로에게 얼굴을 돌리고 선망의 마음을 담아 이렇게 말하시겠지요. “자, 이 사람들은 보답이 필요 없어. 그들에게 줄 것은 아무것도 없다. 이 사람들은 책 읽는 것을 좋아하니까.”
위 인용문은 독서의 즐거움에 대한 최고의 찬사인 것 같다. 최후 심판, 세계의 종말에도 벌이나 보답을 필요로 하는 않는, 불멸의 영광도 필요로 하지 않는 즐거움!
그러나 독서가 마냥 즐거움만 주는 것은 아니다. 작가는 ‘최후에는(책을 읽은 후에는) 고독한 싸움이 우리를 기다리고 있다. 읽어버리면 알아버리면 미쳐 버린다’며 읽는 것의 광기에 대해서도 언급한다. 책을 읽는 것을 미치게 하는 일 그래서 두려운 일로 보는 것에 적극 공감한다. 대중적인 독서에세이를 읽을 때마다 마음이 불편했던 것이 독서를 하면 세속적인 성공의 길로 이어지는 것으로 단정하는 것이었다. 책에 쓰여 있는 진실을 접하는 순간 눈이 멀고 귀가 먹게 되고 지금까지 자신이 알고 있었던 것들이 하얗게 변해버리는 것, 지금까지의 자신과 자신의 삶을 버려야 하는 그런 무거움에 대해서 말하는 것을 잘 보지 못했다.
작가가 종교학을 전공해서인지, 글을 읽고 쓰는 것이 가지는 힘에 대해, 종교적인 사례를 들어 말한다. 루터는 철저하게 성서를 읽고 또 읽음으로써 이 세계 또는 이 세계의 질서가 아무런 근거가 없음을 알게 되고, 95개조의 의견서를 내게 된다. 루터의 위대함은 읽는 것에서 시작된 것이다. 아우구스티누스, 테레지아, 무함마드는 ‘읽어라’는 계시를 받고 열심히 읽음으로써 많으 사람들에게 지혜를 주는 존재가 된다. 아우구스티누스는 아이도 있고 나이도 많아지자 아주 낙담하여 언제 자신의 두려움이 없어질지에 대해 간절히 기도하는데 그때 들려온 것이 “집어 들고 읽어라, 집어 들고 읽어라, 집어 들고 읽어라.”였다. 그래서 로마서를 읽고 또 읽게 된다. 자신의 애독하던 신약서와 성경 주석서가 대부분 금서이고 발각되면 화형을 당할지 모르는 상황에서 테레지아는 “두려워하지 마라, 나는 너에게 마치 펼쳐진 책처럼 될 것이다.”라는 예수 그리스도의 말을 환각처럼 듣는다. 시장을 헤매고 다니며 먹고사는 평범한 남자였던 무함마드는 “읽어라”는 계시를 듣는다. 문맹인 무함마드는 천사를 매개로 신의 말을 읽게 되고 쓰게 되는데, 읽고 나자 ‘목구멍을 찢고 심장을 꺼내 씻고 천리를 가는’ 힘을 가지게 된다. 작가는 혁명의 본질은 폭력이 아니라 읽고 쓰고 번역하는 텍스트의 변환이기 때문에 읽고 쓰는 것이 혁명 또는 세계사의 전환에 가장 중요한 점이라고 한다.
이 책을 읽는 동안 작가의 박학다식함, 독서에 대한 절대적 믿음과 그것을 실천해내는 뚝심을 볼 수 있었다. 독서에너지를 실컷 충전한 행복한 시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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