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상문 서머힐학교 이상과 현실의 경계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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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머힐학교, 이상과 현실의 경계선
서머힐학교는 니일이 1921년에 영국에 설립한 대안학교로서 이미 많은 대안학교의 모델이 되어왔고, 국내에도 여러번 소개되기도 하였다. 서머힐학교를 이론을 통해서만 접해보다가 직접 취재한 영상을 보고 그전까지 대안학교에 대해 가졌던 막연하고 근거없는 편견들 이를테면 보통학교에 적응 못한 학생들이 가는 곳이다, 교육이념이 너무 이상적이라 현실과 동떨어져 있다라든가 하는 생각을 가졌던 나에게 여러 가지 생각을 하게끔 만들어 주었다. 서머힐 학교에 다니는 학생들은 비록 기숙학교로서 공동생활을 위한 최소한의 제약은 있을지라도 누구보다도 행복해보였고 자유를 누리는 것처럼 보였다. 이 학교에서는 강자와 약자의 구분도 없고 권위와 강제, 학업에 대한 스트레스도 없다. 말로만 설명 들었을 때는 분명 현실과 동떨어진 교육이념과 목적을 가지고 있는 것처럼 보이지만 그래도 뿌리깊은 역사와 전통을 지닌 학교답게 나름대로의 합리적인 체계와 규율이 갖춰져 있었던 것은 의외여서 놀랍다.
서머힐학교의 기본입장은 아동은 선한 존재라는 믿음에서 출발한다. 비록 중간에 일탈행위가 있을지라도 그러한 부분들까지 본성을 깨달아가는 과정의 한 일부분이므로 자연스럽게 받아들인다는 것이다. 이 학교에서는 아동들이 각각 행복을 느끼면서 즉, 자신의 흥미와 적성에 따라 자발적으로 학업을 수행하고 또 더 나아가 일을 할 수 있는 인간으로 길러 지적 능력계발과 아울러 정서적 능력까지 함께 교육시키고자 한다. 인상깊었던 내용중 하나는 담배를 피우는 학생에게 어떠한 체벌도 규제도 가해지지 않는다는 점이었다. 담배를 피우는 한 학생의 인터뷰내용을 인용하면 이렇다. “담배를 피우는 것이 좋은 행위는 아니지만 내가 잘못됐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나이를 더 먹으면 곧 끊게 될 것이고 한번 경험해 봤으니 호기심 때문에 손대는 일은 앞으로 없을 것이다” 그렇다면 학교에서 말하는 흥미에 담배를 피우는 행위마저도 포함된다는 말인데 담배마저 피우고 끊는 과정을 모두 개인의 자유의지에 맡긴다는 것은 아주 이색적이지 않을 수 없다.
이와 유사하게 도둑질을 한 경우에도 체벌이 전혀 없다는 사실에 또 한번 놀라게 되었다. 전통적으로 우리나라는 선생님의 회초리를 ‘사랑의 매’라 하여 관심과 애정의 산물로 간주했었고, 또 김홍도의 풍속화 ‘서당’에서는 훈장님에게 매 맞고 우는 학생의 모습이 묘사되어 체벌과 훈육이 교육에 한 부분임을 일깨워 준 바 있다. 또 부모님들이 자녀를 입학시킬 때 선생님에게 “애가 말을 안들으면 몽둥이로 패서라도 가르쳐 주십시오” 라고 신신당부하는 모습도 아주 예전에 심심치않게 볼 수 있는 광경이었다. 물론 우리나라에서 최근에 와서는 체벌에 대한 인식이 많이 달라졌고 과거에 비해 많이 줄어든 것은 사실이다. 나 또한 신체에 해를 가하는 체벌보다는 학생에게 ‘스스로 무엇을 잘못했는가? 무엇을 반성해야하는가? ’깨닫게 하는 죄의식을 심어주어 재발하지 않게 해야 한다고 생각하고 있었던 터에 이런 서머힐학교같은 방식도 가능할 수 있다는 것은 처음 알았다. 내 생각대로 학생에게 죄의식을 심어준다면 눈에 보이는 행동변화는 있겠지만 개인의 자아존중감에 상처를 입힐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분명히 서머힐학교는 말뿐인 자발성 존중이 아니라 위의 몇 사례에서 알 수 있듯이 여러 가지 방침을 통해 그것을 실현하고 있었던 것이다.
또 한가지 인상깊었던 점은 약간의 용돈을 주고 스스로 소비습관을 형성하도록 하는 시스템이었다. 글쎄 학생들이 그 돈으로 계획적인 소비를 과연할까? 의문이 들었다. 아니나다를까 돈을 손에 쥔 학생들은 무섭게 슈퍼로 달려가 과자와 사탕등에 돈을 다 써버리고 만다. 학교측에서 학생들의 이런 소비패턴을 모르지는 않을 것이다. 다만 한번에 돈을 다 써버리면 나중에 군것질 하고 싶을 때 혹은 돈 쓸 일이 생겼을 때 난처해지는 상황을 겪어보게끔 해서 스스로 계획적인 소비습관을 길러주고자 하는 의도였던 것이다. 사실 이런 실생활에 유용한 교육은 정말 중요하지만 소홀히 해왔고 학교에서 이루어지기는 어렵다. 이것은 우리나라 학교육의 문제뿐만 아니라 영국의 다른학교를 포함하여 세계 어느나라에도 있는 학교교육의 맹점이라고 생각한다. 어디까지나 대안학교이기 때문에 가능하지만 한편으로 지적능력계발에만 몰두하는 전통적인 학교교육을 비판하고 있는 것 같기도 하다.
이외에도 인상적인 내용도 많았지만 위 언급한 사례를 통해서도 충분히 서머힐학교의 목적을 이해하기에 충분했다. 아동들의 감정이 자유롭게 자랄수 있도록 해주고 스스로 인생을 결정할 수 있는 권한을 준다는 것 또 아동들이 자연스럽게 발달할 수 있도록 시간적 여유를 주고 기다려준다는 것 두려움과 강압에서 해방시켜 행복한 시기를 보낼 수 있게 해준다는 것 등 말로만 들어도 이보다 더 좋은 교육이 있을까 싶다. 하지만 이론을 넘어서 주변에 우려에도 불구하고 실천하고 성공까지 이뤄낸 창업자 니일과 후임 교장들, 모든 교사와 재학중인 학생들 모두 인생의 승리자라고 생각한다.
그렇다면 서머힐 학교를 우리나라 교육에 적용할 수 있을까? 현재 정신적인 측면에서 학교에 변화를 줄 수 있다는 점에서 가능하다고 본다. 이 문제에 대해서는 거시적인 관점으로 접근할 필요가 있는데 당연히 세부적인 학교운영방침이라 형식적인 측면에서 차용은 어려울 것이다. 학생수도 많고 가르칠 내용도 많은 현 상황에서 비효율적일 뿐만 아니라 통솔 문제, 비용 문제 등 고려해야 할 것이 많다. 오랜기간에 걸쳐 뿌리깊게 내린 성리학적 사회질서와 사고방식 또한 그 맥을 같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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