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감상문] 트로이의 진정한 영웅은 누구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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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로이의 진정한 영웅은 누구인가
몇 번의 수업시간에 걸쳐 본 영화 ‘트로이’에서는 굉장히 많은 인물이 등장하며 또 그 중엔 영웅이라 할 만한 등장인물들도 많이 있었다. 그렇지만 내가 생각하는 이 영화 속 최고의 영웅은 ‘아킬레우스’이다. 물론 영웅이라는 것이 어떤 관점에 보느냐에 따라 굉장히 달라지겠지만 아킬레우스를 진정한 영웅으로 가장 큰 이유는 (브래드 피트의 멋진 외모와 더불어) 용맹하고 그 누구도 이길 수 없는 무예실력으로 언제나 그리스를 승리로 이끈 장본인이기 때문일 것이다. 안타깝게도 아킬레우스는 그리스가 트로이 성을 함락하는 마지막 순간에 파리스의 화살을 맞아 영광스러운 순간을 보진 못하지만, 트로이를 함락하기 전까지 전쟁하는 순간마다 단연 빼놓을 수 없는 명장이었다. 또한 뛰어난 무술 실력으로 전쟁을 할 때마다 그리스에 승리를 가져다 준 그였기에 아킬레우스를 탐탁치 않아하는 그리스의 왕 아가멤논마저도 전쟁할 때마다 그를 출전을 시킬 수밖에 없었을 것이다.
이 영화에서는 나오지 않지만 신화 속 그의 탄생부터 많은 이야기들을 살펴보자면 다음과 같다.
아킬레우스는 그리스 신화에 나오는 트로이 전쟁의 영웅으로, 그의 활약은 호메로스의 서사시 ‘일리아스’를 중심으로 펼쳐진다. 영웅들이 대개 그렇듯이 아킬레우스 역시 장차 아버지를 능가하는 위대한 아들이 될 운명이었다. 그러나 바로 이 때문에 그는 신의 아들이 될 수 없었다. 천상의 신 제우스와 바다의 신 포세이돈이 아름다운 님프 테티스에게 반해 서로 연적이 되려던 차에, 그녀에게서 태어나는 아들이 아버지를 끌어내릴 것이라는 예언을 전해들은 신들이 미련 없이 사랑을 포기해버렸기 때문이다. 게다게 제우스는 난데없는 중매쟁이를 자처해 테티스의 남편감이라며 테살리아 프티아의 왕 펠레우스를 데려와 서둘러 둘을 결혼시켜버렸다. 이렇게 해서 바다의 님프 테티스는 인간인 펠레우스와의 사이에서 아킬레우스를 낳게 되었다.
1세기경 고대 로마의 시인 스타티우스가 쓴 미완의 서사시 ‘아킬레우스 이야기’에 따르면 테티스는 자신의 신성을 이어받았으나 반은 인간의 피가 흐르는 아들을 불사의 존재로 만들고자 했다. 그리하여 그녀는 저승과 이승의 경계를 흐르는 스틱스 강에 어린 아들의 몸을 담갔는데, 이 때 그녀가 잡고 있었던 발뒤꿈치 부분만은 강물이 닿지 않아 훗날 그의 유일한 약점이 되었다고 한다. 발뒤꿈치 위에 있는 힘줄을 일컫는 ‘아킬레스건’이 치명적인 약점의 대명사가 된 것은 바로 여기서 유래한 것이다.
17세기 플랑드르의 화가 페테르 파울 루벤스가 그린 이 장면에서는 저승의 문 앞을 지키는 머리 셋 달린 개 케르베레스와 문턱을 사이에 두고 스틱스 강물에 아킬레우스를 담그고 있는 테티스가 보인다. 또 다른 판본에 따르면 테티스는 신들의 음식인 암브로시아를 아들의 몸에 뿌리고 타오르는 불길 위에 눕혔으나 펠레우스에게 들켜 제지당하는 바람에 실패하고 혼자 떠나버렸다는 기록도 전한다.
이후 아킬레우스는 켄타우로스 종족의 현자 케이론에게 맡겨져 양육되었다고 하며 일설에 의하면 아킬레우스는 케이론에게 교육받으며 사자의 내장을 주식으로 먹었다고 한다. 케이론은 무술뿐만 아니라 음악과 예언, 의술에도 능했으며 이아손과 아스클레피오스, 헤라클레스와 같은 이들이 일찍이 그가 길러낸 영웅들이었다.
그리스가 트로이와의 전쟁을 앞두고 있을 무렵이었다. 테티스는 신탁을 통해 아킬레우스가 트로이 전쟁에 참가하면 죽는다는 것을 알고 있었기에 그를 스키로스의 리코메데스 왕의 궁정으로 보냈다. 그러나 그리스 장수들을 소집하던 오디세우스는 그리스 예언자 칼카스로부터 아킬레우스 없이는 그리스 군이 트로이 전쟁에서 승리할 수 없다는 예언을 듣게 된다. 이에 오디세우스는 그 길로 리코메데스의 궁으로 가서 방물장수로 변신하고는 기지를 발휘해 아킬레우스를 찾아내고 만다. 여장을 하고 공주들 틈에 숨어있던 아킬레우스가 장신구들이 가득한 상자 안에서 순간적으로 무기를 집어 드는 것을 보고 눈치를 챘던 것이다.
정체가 탄로나자 아킬레우스는 순순히 전사로서의 운명을 받아들이고 오디세우스를 따라 트로이의 전쟁터로 향했다. 그러나 그리스군 장수로서 용맹을 떨치며 10년 동안 트로이를 포위하고 압박을 가하던 차에 총사령관 아가멤논과 충돌을 빚게 되었는데, 호메로스의 ‘일리아스’ 첫 페이지는 바로 이 사건에서부터 시작된다. 아가멤논이 다분히 부당한 이유로 아킬레우스가 트로이의 이웃 도시를 함락시키고 얻은 여인 브리세이스를 빼앗고자 했기 때문이다. 아킬레우스는 아가멤논의 요구에 분노했고 칼을 뽑아 그를 내리치고자 했다. 그러나 18세기 베네치아의 화가 지오반니 바티스타 티에폴로가 실감나게 묘사했듯이, 바로 그 때 나타난 아테나 여신이 머리카락을 잡아당기며 만류하는 통에 뜻대로 이루어질 수 없었다.
일단 브리세이스를 아가멤논에게 넘겨주기는 했지만 화가 단단히 난 아킬레우스는 전장에서 물러나기로 했다. 아킬레우스의 바람대로 그리스군은 패배를 거듭하며 위기에 봉착했다. 아가멤논은 여러 장수들을 보내 아킬레우스의 맘을 돌리고자 했으나 소용없었다. 그러자 아킬레우스와 절친한 파트로클로스가 출전을 차저했다. 마지못해 이를 허락한 아킬레우스는 친구에게 자신의 갑옷을 빌려주었다. 그러나 결과는 참혹했다. 파트로클로스가 트로이의 왕 프리아모스의 장남 헥토르에 의해 죽임을 당하고 만 것이다.
식음을 전폐하며 애통해하던 아킬레우스는 복수를 위해 다시 전장으로 나갔다. 이로써 아가멤논과의 불화는 청산된 셈이었지만 아킬레우스를 사로잡은 새로운 분노는 그로 하여금 헥토르를 쓰러뜨리고 더 나아가 시신을 전차 뒤에 매단 채 트로이 성 주변을 내달리게 만들었다. 이윽고 헥토르의 시신을 파트로클로스의 시신 앞에 가져다 놓은 다음에야 아킬레우스의 분노가 잠시나마 잦아들었다. 이제 남은 것은 친구를 위해 성대한 장례식을 치러 주는 것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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