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후감 이사의 간축객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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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사의<간축객서>
간축객서를 읽어보면 결국 중요한 것은 외부로부터 인재를 들여와야 하나 말아야 하나가 아니라 진정으로 반짝이는 훌륭한 인재를 얼마나 찾아낼 수 있느냐 인 것 같다. 원래 ‘축객령’이 내려지게 된 원인이 한나라로부터 받아들인 기술자가 진나라의 국력을 약하게 하기 위한 모략을 벌였기 때문인데 이를 보면 외부로부터 무분별하게 사람을 받아들여서는 안 된 다는 것을 알 수 있다. 하지만 반면에 이사가 주장하는 내용을 들여다보면 진나라가 이만큼 강대국이 될 수 있었던 것은 외부로부터 훌륭한 인재를 받아들였기 때문이고, 또한 진나라 통일의 일등공신도 초나라 출신의 이사인 걸 보면 외부의 인재를 무턱대고 막아서는 안 된다는 것을 알 수 있다. 결국 앞서 말한 것처럼 주요한 논점은 인재등용에 대한 쇄국정책이 아니라 얼마만큼 훌륭한 인재를 판별해내는가 이다.
하지만 ‘이 사람이 어떤 사람인가? 과연 나에게 유익한 사람일까? 혹시 나에게 해를 끼치지는 않을까?’라는 식의 사람에 대한 판별은 굉장히 어려운 일인 것 같다. 갑자기 이런 노래가 생각이 난다. ‘네가 나를 모르는데, 난들 너를 알겠느냐~’. 솔직히 나도 나를 잘 모르겠는데 남을 어찌 알며, 남들은 또한 나를 어찌 알 수 있을까.
이사에 관해 자료를 찾아 읽어보니 이사라는 인물 또한 훌륭한 인성을 소유한 유능한 책략가라기보다는 몰인정한 모략가라고 말하는 편이 더 어울릴 것 같다. 이사에 관한 자료를 읽기 전에 간축객서를 먼저 읽어 보았는데 그가 주장하는 내용이 굉장히 설득력이 있고, 비유 또한 적절하여 훌륭한 성품과 명석한 두뇌의 소유자일 것이라 추측했었다. 특히 ‘태산은 한 줌의 흙이라도 양보하지 않았기에 그만큼 클 수 있고, 바다는 작은 물줄기라도 들어오는 것을 거절하지 않았기에 깊을 수 있으며, 임금은 한 사람의 백성이라도 물리치지 않아야 그 덕을 밝힐 수 있습니다. 그런데 지금 들어온 인재를 물리치고 외객을 추방하려는 것은 원수에게 군사를 빌려주고 도둑에게 식량을 공급해주면서, 진나라 안으로는 인재부족을 감수해야 하고, 밖으로는 각 나라의 원한을 사게 되는 것이니, 어떻게 나라가 편하기를 바라며, 천하의 패자가 되고자 하는 위업을 이룰 수 있겠습니까? 이 부분이 매우 설득적이었다. 하지만 그를 좀 더 알고 나니 그는 자신의 성공을 위해서는 절친한 친구조차도 죽일 수 있는 냉정하고 몰인정한 기회주의자였다.
이처럼 이사라는 인물만 보더라도 그가 쓴 간축객서만 알았을 때와 그의 전체적인 삶을 알게 되었을 때의 그에 대한 생각이 달라지는데 처음만나거나 혹은 오래 만났다 하더라도 상대방의 전부를 이해하기란 쉽지 않을 것이다. 게다가 이사라는 인물이 훌륭한 인성의 소유자가 아니더라도 나라를 이끄는데 도움이 되는 명석한 두뇌를 소유하고 있다면 그의 인성은 무시해도 되는지에 대한 판단이 덧붙여진다면 더욱더 복잡한 생각을 요구하게 된다.
내가 잘 아는 어떤 분은 전라도 사람들을 굉장히 싫어하신다. 예전에 무슨 일을 당하셨는지 모르겠지만 전라도 사람들은 잘해줄 때는 간이고 쓸개고 다 빼줄 것처럼 굴다가 한번 돌아서면 뒤통수치면서 돌아선다고 하신다. 내가 알고 있기로는 이 분 말고도 많은 사람들이 전라도 사람들에 대한 안 좋은 선입견을 갖고 계시는 듯하다. 그래서 살면서 전라도 사람들을 경계해야 하는지 말아야 하는지 항상 고민 된다. 어떻게 보면 나쁜 선입견인 것 같기도 하고 많은 사람들의 이야기를 들어보면 맞는 것 같기도 하고, 정말 고민 된다.
사람에 대한 판별에 대해 생각하다가 이런 이야기까지 오게 되었는데 역시나 결론은 사람을 판별한다는 것은 정말 어려운 일이라는 것이다. 축객령을 주장하던 사람들의 마음도 이해가 되고 축객령을 반대하던 이사의 마음도 이해가 간다.
간축객서를 조금 더 들여다보면 이사는 큰일을 하기 위해서는 모든 것을 받아들여야 한다고 주장하는데 이 말도 일리가 있는 말인 것 같다. 젊어서 고생은 사서도 한다지 않은가. 그만큼 좋은 경험이든 나쁜 경험이든 삶의 경험이 많이 쌓일수록 더욱 큰일을 이룰 수 있다는 뜻인 것 같다. 지난 시간에 <과진론>에 대해 발표 하면서 역시 경험이라는 것이 정말 중요한 것 같다는 느낌을 발표했는데, 과진론만 보더라도 한나라가 이전 진나라의 잘못을 본보기로 삼아 앞으로는 그런 실수를 두 번 다시 되풀이 하지 않는 좋은 정치를 펼치자는 주장인데, 만약 진나라가 이런 과오를 저지르지 않았다면 어떻게 이런 글이 나올 수 있었을까. 좋은 행동을 본받아야겠다는 것 보다 안 좋은 행동을 하지 말아야겠다는 것이 좀 더 효과적으로 바른 행동을 이끌어 낸다고 한다. 그렇기 때문에 과진론이 효과적인 것이고, 이사역시 외부로부터 잘못 받아들인 인사 역시 큰일을 해내기 위한 밑거름이 될 수 있다 주장하는 것이다.
이사라는 인물이 자신이 퇴출당하는 것을 막기 위해 다급히 이 글을 썼다 할지라도 짧은 내용 속에서 삶에 대해 많은 생각을 하게 하는 것 같다. 사람을 판별한다는 것 자체가 상대방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지 못하고 이리 재고 저리 재는 때 뭍은 세태라는 생각이 들어 안타까운 마음이 든다. 이사가 간축객서를 썼던 의도와는 다르겠지만 이 글을 읽으면서 모든 것을 겸허히 받아들이는 태도를 가져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야 이 세상이 좀 더 따뜻해지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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