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 그 u 번째 순수한 감상 입 속의 검은 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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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 그 첫 번째. 순수한 감상
「입 속의 검은 잎」
시대(時代)의 유명한 시인의 이름에 우리는 자연스럽게 저항시인, 혹은 순수시인의 이미지를 떠올리게 되며 그들의 시를 볼 때도 그 이미지는 항상 작용한다. 이처럼 떠올릴 수 있는 시인은 적지 않다. 한용운이나 이육사, 김소월, 윤동주 등이 그렇다.
이것이 우리가 시를 공부해온 습관이다. 우리는 그들의 시를 감상하기 위해서보다는 공부하기 위해 보아왔다. 우리는 시를 공부할 때 시어 하나하나의 의미에 더 신경 썼고 그 시의 주제를 파악하기 바빴다. 왜 이러한 시가 좋은가를 알기보다는 그저 받아들였던 것이 사실이다. 이는 자연스럽게 ‘감상’과는 거리가 생기게 된다. 시를 공부해야하는 현실 속에서 그런 방법이 꼭 잘못되었다고만 할 것은 아닐는지 모르지만 그처럼 많은 시를 공부하고도 낯선 시를 만났을 때 당황하고 어렵다는 생각을 먼저 하게 되는 것은 중요한 무언가가 결여되어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
그래서 시를 순수하게 감상하는 일을 한 번 해보고자 한다. 분명 쉽지는 않겠지만 이러한 노력이 결코 헛되다고 생각하지는 않는다. 또 그러한 많은 연습이 우리를 시의 세계에 좀 더 다가가게 해 줄 것이라 믿는다. 이러한 작업을 하고자 할 때엔 당연히 시인에 대해서도 잘 모르고 시도 처음 보는 것이어야 한다고 생각했고 그래서 찾은 시인이 ‘기형도’이다. 국문학을 전공하는 사람으로서 그를 몰랐던 것은 나의 배움이 빈약했기 때문이었지만 그는 정말 낯설었다. 지금부터 ‘입 속의 검은 잎’을 중심으로 시를 감상해보자.
택시운전사는 어두운 창밖으로 고개를 내밀어
이따금 고함을 친다, 그때마다 새들이 날아간다.
이곳은 처음 지나는 벌판과 황혼,
나는 한번도 만난 적 없는 그를 생각한다
그 일이 터졌을 때 나는 먼 지방에 있었다
먼지의 방에서 책을 읽고 있었다
문을 열면 벌판에는 안개가 자욱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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