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개론] 제리 맥과이어 - 서사, 미장센, 카메라 워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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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리 맥과이어
프롤로그
박찬호가 메이저 리그에서 한창 잘나가던 시절, 나는 스포츠 에이전시에 대해 큰 관심을 갖게 되었다. 계약을 체결해주고 큰돈을 벌수 있다는 점에서 아주 좋은 직업이라고 생각했다. 그로부터 얼마 후 내 앞에는 ‘제리 맥과이어’라는 영화가 다가왔다. 물론 주 내용은 로맨틱 드라마였지만 영화의 배경이 되는 것이 스포츠 에이전시라는 점에서 맘에 들었고, 또한 로맨틱 스포츠라는 처음 듣는 장르에 대한 호기심도 있었다.
이 영화가 관객의 눈길을 끄는 가장 결정적인 요인은 매력적인 배우들의 사랑스럽고 유쾌한 연기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 영화에서 조연이라 하기엔 극에 너무나 큰 활력과 웃음을 불어 넣어주고 있는 ‘쿠바 쿠딩 주니어’는 이 영화로 아카데미 남우조연상을 수상했다. 그의 극 중 역인 ‘로드’는 매번 제리에게 "Show me the money!"를 외쳐대는, 별 실력 없이 말만 많은 미식축구 선수로 설정되어 있는데, 쿠바 쿠딩 주니어는 로드 역을 완벽하게 120% 소화해 내고 있다. "Show me the money!"를 음악에 맞춰 외쳐댈 때에는 흑인 랩퍼 같은 느낌도 들긴 하지만 말이다.
타이틀 롤인 ‘제리 맥과이어’역을 맡은 ‘탐 크루즈’는 이제까지 출연한 영화중에서 가장 어깨의 힘을 빼고 편안하게 연기하고 있어, 보는 사람 역시 편안하게 만든다. 어딘지 조금 모자라 보이기도 하는 인간적인 제리 역을 훌륭하게 소화해냈다. 영화 중간 중간 보여주는 그의 유머러스한 말과 행동들은 관객들을 즐겁게 만든다. 그리고 극 중 ‘레이’ 역의 아역배우와는 정말 다정한 아버지와 아들처럼 보여서 두 사람을 바라보는 관객으로 하여금 따뜻함을 느낄 수 있게 해준다.
니콜 키드먼 같은 헐리우드 미인형은 아니지만, 따뜻한 미소를 지닌 ‘도로시’ 역에 너무나 잘 어울리는 ‘르네 젤위거’는 이 영화를 계기로 헐리우드의 스타대열에 올라섰다. 이 영화를 본 사람이라면 르네의 팬이 되지 않고 버티는 것이 더 힘들 것이라고 생각된다. 그녀는 이후 ‘널스 베티’, ‘브리짓 존스의 일기’를 비롯해 많은 영화의 여주인공으로 등장했지만, 이 영화에서 보여준 그녀의 사랑스럽고 가슴 뿌듯한 연기는 잊을 수 없다.
서사(Naative)
최고의 위치에 있던 스포츠 에이전트 제리는, 획기적이고 참신한 안건이라고 생각했던 제안서가 화근이 되어 갑작스럽게 해고된다. 그의 제안서의 주요 요지는 ‘돈이 아니라 인간을 중심으로’였다. 제리는 미국 굴지의 스포츠 에이전시의 잘 나가는 에이전트에서 구멍가게 규모의 3류 매니저로 전락하게 된 것이다. 영화 ‘제리 맥과이어’의 주인공 제리의 출발은 여기서부터 시작된다. 그는 이후 자신이 작성한 제안서의 굴레에 묶여 좌충우돌하면서 방황하고 좌절한다. 제리는 ‘인간중심’이라는 거창해 보이는 주제를 멋진 커버를 씌운 제안서로 작성했지만, 그것은 알고 보면 피상적일 뿐이었다. 그 스스로 인간중심이라는 것이 무엇인지 제대로 마음으로 깨닫지 못한 채 머리로만 그것을 파악했기 때문이다. 그래서 그는 해고된 이후 돈이 되는 미식축구선수를 고객으로 잡고싶어 노력했지만 실패했다. 몰락한 그의 곁에 남은 것은 말만 많은 3류 미식축구 선수 ‘로드’와, 이전 회사의 경리 여사원이며 젊은 과부인 ‘도로시’ 뿐이었다.
로드는 무언가 멋지고 충만된 것이 있으면 ‘콴!’이라고 말한다. 제리의 총각파티에서 그의 옛 애인들은 비디오를 통해 제리를 회고하며 그는 혼자 있지 못하는 사람이라고 평한다. 제리는 그 동안 자신을 채워줄 ‘콴’이 없었기에 공허한 방황을 계속했던 것이다. 그는 그것이 사업에서 고객중심, 인간배려라는 거창한 슬로건으로 해결할 수 있다고 생각했을 뿐, 그의 곁에 있는 사람들로부터 얻을 수 있는 것이라고는 생각하지 못했다. 과거의 그 어떤 것도 제리의 마음을 채워주지 못했었기에 제리는 정작 자신에게 다가온 ‘콴’을 두고도 그것을 깨닫지 못한다. 도로시와 로드는 진정으로 제리를 사랑하고 믿어준 사람들이다. 그것이 바로 콴이라는 것을 깨닫게 되기까지 제리는 오랫동안 방황한다. 로드의 자질을 의심하고, 도로시와 즉흥적인 결혼을 했다고 생각하며 바깥으로만 나돈다. 제리가 콴의 존재를 깨닫게 되는 계기는 그들이 자신의 곁을 떠날 것 같은 순간이었다. 무리한 플레이로 팀을 승리로 이끌었으나 기절하여 일어나지 못하는 로드를 보면서 제리는 로드가 진정 자신에게 중요한 사람이었음을 깨닫는다. 그리고 도로시가 그의 곁을 떠나버렸을 때 그는 자신의 성공을 함께 할 사람이 바로 그녀였음을 깨닫게 된다.
이 영화의 내러티브 구조는, 발단에서부터 시작하여 갈등의 형성(해고 통지), 주인공의 최저점(거물 고객인 미식축구 선수 쿠쉬를 밥에게 빼앗김), 외적요인에 의한 국면의 급전(도로시와의 결혼, 로드와 에이전트-고객 관계를 넘어선 친구관계 형성), 주인공의 해피엔드(도로시와의 재결합, 로드의 성공으로 인해 스포츠 에이전트로서의 재기에 성공), 이렇게 ‘고전적 패러다임’을 그대로 따르고 있다. 제1막에 해당되는 설정이 30%정도이고, 제2막에 해당되는 대립이 45%정도, 제3막에 해당되는 해결이 25%정도이다.
이 영화 안에는 26개의 핵심 사건이 있다. 대표적인 사건으로는 제안서 작성, 해고, 믿었던 거물 고객의 배신, 제리와 도로시의 첫 데이트, 결혼, 별거, 로드가 승리의 주역이 된 풋볼 게임, 재결합 등을 들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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