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후감 - 세계에서 빈곤을 없애는 30가지 방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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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에서 빈곤을 없애는 30가지 방법
세계에서 빈곤을 없애는 30가지 방법은 빈곤퇴치운동을 펼치는 일본의 NGO 운동가들의 글을 모아 놓은 책이다. 제목을 보면 세계의 빈곤을 줄이기 위해서 개인이 할 수 있는 구체적이고 효과적인 방법이 소개되어 있을 것 같지만 그것보다는 세계에서 빈곤이 생기는 구조가 무엇인가를 설명하는 데에 보다 많은 분량을 할애하고 있다. 그 구조란 모두 알고 있겠지만 결국은 선진국의 개발도상국에 대한 착취의 문제이다.
책에 나온 한 가지 예를 들면, 펄프 재료로 사용되는 유칼립투스 나무를 길러 팔기위해 타이 정부는 1980년대에 유칼립투스 조림사업을 펼친다. 그래서 정부의 권고에 따라 타이 동북부 이산 지역의 농민들은 자신들이 식량과 건축 재료를 얻던 숲을 베어내고 그곳에 유칼립투스 나무를 심는다. 그런데 유칼립투스는 빨리 자라는 대신에 많은 물과 영양을 흡수하고, 나무에서 나오는 기름은 흙을 건조시켜 이로운 균을 죽여버린다. 이로 인해 이산 지역의 주민들의 삶은 급격히 변하기 시작했다. 더 깊이 우물을 파야 물이 나오고, 유칼립투스 숲 가까이에 있던 바나나, 감자, 사탕수수는 거의 자라지 않았다. 그런데 이 조림사업은 타이 정부가 일본의 지원을 받아서 이루어진 것이었다. 결국은 일본 정부가 수월한 펄프 수입을 위해서 타이 주민들의 삶을 훼손한 것이다. 이 뿐만이 아니다.
"몇 십만이나 되는 아이들이 카카오 농장에서 위험한 일을 한다. 거의가 부르키나파소, 마리, 토고 같은 가난한 나라에서 온 아이들이다. 부모는 아이가 일을 해서 집에 생활비를 보내 줄 것이라 기대하고 아이를 판다. 코트디부아르만 해도 1만 2,000명에 가까운 아이들이 그곳에 친척이 없는 것을 보면 노예로 팔려 왔음을 알 수 있다. 아이들은 아침 6시부터 12시간 넘게 일하고 늘 피곤에 절어 있다."
카카오는 아프리카 국가들에게는 선진국에 수출할 수 있는 몇 안 되는 상품작물 가운데 하나다. 따라서 가격 경쟁도 매우 심하다. 카카오를 사 모으는 중간업자는 농장 주인에게 싸게 사들여 선진국의 초콜릿 제조 회사에 판다. 농장 주인은 중간업자에게 카카오를 싼 값에 팔아도 이익이 남을 수 있도록 재배 비용을 가능한 줄이려고 한다. 그래서 아이들을 노예처럼 혹사하는 것이다. 우리가 값싸게 즐기는 초콜릿 뒤에는 아프리카 아이들의 노동이 있다.
우리가 의도했건 그렇지 않건 우리는 모두 연관되어 있다. 우리 아이들은 축구공을 공놀이로 생각하지만 지긋지긋한 노동으로 생각하는 파키스탄 아이들은 축구공에 대한 생각이 다를 것이다. 배고픔에 지쳐 더 이상 울음 소리도 못내는 아프리카 아이의 고통은 어쩌면 내가 조금 더 편해지기를 바라는 이기심이 그 원인일 지도 모른다. 내가 무심코 고르는 초콜릿 하나와 축구공 한 개 때문에 여섯 살 아이가 농장에서 노예처럼 일하고, 공장에서 바느질을 하는 지도 모른다.
이 책에는 원조란 이름으로 자행되고 있는 선진국들의 이중성을 비판하고 있다. 또한 모두를 살리는 실천 가능한 방법들을 이야기 해 주고 있다.
무상원조로 인해서 피해를 보는 사람들, 무상원조로 짓는 발전소를 위해 삶의 터전을 뺏긴 사람들, 무상원조로 주어진 쌀이나 물품들을 되팔다보니 피해를 입는 상인들 등 무상원조로 오히려 더 가난해지고 삶의 터전을 뺏긴 사람들의 이야기를 보면 원조에 대해서 다른 생각을 갖게 된다. 선진국들의 원조가 오히려 개발도상국 국민들의 삶을 피폐하게 만들 수 있다는 것이다. 사실 나는 이 책을 읽기 전까지는 원조가 좋은 것이라고만 생각했다. 개발도상국 국민들을 도와주려는 우리의 선의의 행동이 오히려 독이 될 줄은 꿈에도 생각하지 못했기 때문에 매우 충격적이었다. 무상원조 자체가 나쁜 것이 아니라 잘못된 무상원조 방법이 문제인 것이다. 현지인이 쓰지도 않는 전기를 공급하기 위해 발전소를 짓고, 단순히 단기간의 유지를 위한 물건공급이 행해진다면 빈곤을 더욱 악화시키는 것밖에 되지 않는다. 이 책에서 주장하는 진정한 원조란 자립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것이며 그 과정 속에서 그 국민들의 삶의 기반을 파괴하지 말아야 한다는 것이다.
또 차관에 대한 이야기도 하고 있다. 돈을 빌려 주는데 개발도상국은 그 돈을 갚기 위해 먹을 작물을 기르던 밭에 수출을 위한 커피, 홍차 등을 심어야 하므로 더 굶주림에 시달리게 된다고 한다. 갚아도 갚아도 이자가 계속 늘어나기 때문에 빈곤의 악순환이 되풀이 된다는 것이다. 원조는 결국 잘 사는 나라만 더욱 잘살게 할 뿐이었다는 것이다. 차관 형태의 원조는 가난한 나라에게 이자 놀이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닌 것이다. 그동안 원조면 그냥 무상으로 도와준다고만 생각했지, 빌려준다는 생각은 못 했다. 몇십년을 갚아도 못 갚을 정도 자본을 빌려주는 것이 과연 원조일까. 개발도상국은 계속해서 가난에 시달리며 차관을 갚기 위해 애쓰는데 선진국의 다국적기업들은 요리조리 빠져나가 세금도 내지 않는다. 이런 기업들을 감시하고 그들에게 책임을 묻는 NGO들이 더 많아져야 할 것이다. 그리고 개발도상국에게 받아야 하는 밀린 빚은 지금까지 한 그들의 노력을 봐서라도 탕감해 줄 수 있는 방법을 하루라도 빨리 찾아야 할 것이다. 정말 책을 읽을수록 그들에게 진정으로 필요한 원조가 무엇인지 계속해서 생각하게 되는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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