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사와 학생사이를 읽고(사랑과 기술을 겸비한 튼튼한 선생님을 위하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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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사와 학생사이를 읽고>
‘사랑과 기술을 겸비한 튼튼한 선생님을 위하여’
몇 일 전 친한 선배로부터 생일 선물로 책을 받았다. 그 책은 새 책 이기는 한데 선배가 읽으면서 공감했던 부분을 색연필로 밑줄을 그어 놓으셨다. 그 책을 읽으면서 ‘아 공부할 때만 색연필로 줄을 긋는 것이 아니라, 그냥 책을 읽을 때도 그으니까 참 좋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한 파트를 다 읽고 나서 돌아가서 색연필로 그어 놓은 부분을 다시 읽으면서 생각을 정리할 수 있었다. 그래서 이번에 도덕 과제는 정말 책에 줄을 쫙쫙 그러가면서 읽어보기로 했다. 교수님께서 추천해준 책 중에 몇 권을 읽고 독후감을 쓰라는 과제를 듣고, 몇 권의 책 중에 ‘교사와 학생사이’ 라는 책을 정하게 된 이유는 별게 없다. 가장 학생들이 재미있어 했다는 책 제목 옆에 별 표시를 해두었는데, 그 책이 ‘교사와 학생사이’ 다. 나는 사실 재밌는 책만 골라서 읽는 편이기 때문에 다른 책을 읽을 생각은 별로 하지도 않았다. 그리고 도서관이나 친구들에게도 책을 빌릴 수도 있었지만 인터넷으로 주문을 했다. 내 돈 주고 책을 잘 사지 않지만, 이런 책 몇 권쯤을 소지하고 있어야 예비교사라 스스로 인정할 수 있을 것 같아서다. 군것질 안하고 내 돈 주고 주문한 만큼 정성스레 읽었다.
처음에는 교사생활에 환멸을 느낀 교사들의 대화가 적혀 있었다. 첫 장을 읽으면서 어느 남자선생님이 생각났다. 1학년 가을 실습을 나갔을 때 일이다. 30대 중반으로 보이던 우리 담임선생님은 수업이 끝난 후 우리를 불러 놓고 말씀하셨다. ‘처음에는 아이들의 모든 모습이 좋고, 사랑해주고 싶고, 수업도 열심히 하고 싶은 마음으로 가득 차 있었어요. 그렇지만 어느 순간 월요일부터 토요일까지 반복되는 수업과 그 일주일이 한 달이 되고 그 한 달이 일 년이 되었지요. 그 일 년은 몇 십 년이 되는 거라는 생각이 들었죠. 그만큼 지루하고 심심한 직업이 교직이 아닐 수 가 없어요. 그렇게 되면 아이들 보는 게 질리는 경우도 있죠.’ 나는 참 그때 우릴 지도했던 선생님이 밉고 싫었다. 물론 그 말이 다 틀린 것은 아니겠지만 아직 아이들을 제대로 만나보지도 못하고, 수업도 해보지 못한 우리에게 우울한 이야기만 잔뜩 해주셨기 때문이다. 1장에는 그 선생님과 같은 생각을 교사들의 이야기였다. 예비교사의 입장에선 교사와 학생사이를 좋게 만드는 내용과는 멀어 보이는 첫 장, 1장부터 이게 뭔가 싶었다. 그러다 대화의 후반쯤에 아이라, 해럴드 라는 교사가 나왔다.
해럴드는 ‘아이들을 가르치는 데는 제트 비행기를 조종하는 것 만큼 이나 많은 기술들이 필요해요. 그런데 대학에서는 트랙터 운전을 가르치면서, 그걸 제트 비행기 조정 이라고 우겨요. 우리가 이륙하려고 할 때마다 추락하는 것도 이상한 일은 아니에요.’ 라고 말했다. 나는 이 부분에서 정말 동감했다. 그렇다, 앞의 교사들이 교사생활에 환멸을 느끼는 것은 그들의 환경 보다는, 그들에게 좋은 교사가 될 수 있는 방법을 알려주지 않은 대학교 탓도 있다고 생각이 들었다. 그러니 교사들이 노력을 해도 어긋나고 마음대로 되지 않았던 게 아닐까. 어쩌면 지금 우리도 마찬가지 상황이다. 물론 임용고사 중요하겠지만 긴 시간을 내다 볼 때에 우리 예비교사에게 필요 것은 중요하게 다루고 있지 않은 것 같다. 이런 교육을 받고 있다가 나도 언젠간 이 교사들과 같은 말을 하고 있을 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든다.
교사는 가르쳐야 할 아이들이 있고, 진정시켜야 할 학부모들이 있으며, 보고해야할 교장이 있다. 다른 직장보다 결코 쉽지 않은 것이 교직인 것 같다. 교실의 위기라는 소용돌이 한가운데서는 도서관에 있는 갖가지 책들도 아무 도움이 되지 못한다. 온갖 강의와 과정들도 별 쓸모가 없다. 사태를 깨들은 순간에는 기술만이 문제를 해결해 준다. 그렇지만 우리는 그 기술을 배울 곳이 없는 것 같다. 이론적으로는 좋은 교육이 무엇인지 우린 이미 알고 있다. 불행한 일은 생각만으로는 아이들을 교육 할 수가 없다는 것이다. 숨 돌릴 사이 없이 일어나는 사건들을 효과적이고 인격적으로 처리하기 위해서는 교사들의 반응은 매우 중요하다. 교사의 반응에 따라 분위기가 순응이나 반항 쪽으로 갈라지고, 기분의 만족이나 불만 쪽으로 기울며, 마음가짐이 품행 수정이나 복수로 나뉜다. 이렇게 교사의 반응은 아이의 행동과 성격에 좋은 쪽으로든 나쁜 쪽으로든 영향을 끼친다. 내가 고등학교 1학년 수학시간에 있었던 일이다. 점심을 먹은 후였는데 너무너무 잠이 왔다. 그래서 책상에 엎드려 딱 3분 잤다. 물론 내가 잘못한 것은 안다. 잠을 참으려고도 노력해봤다. 교실 반대편에 있던 친구는 나보다 먼저 엎드려 자고 있었다. 슬기는 얼굴도 예쁘고 애교도 많고 공부도 잘해서 선생님들이 예뻐 해 주었고, 그건 누가 봐도 알 수 있었다. 나와 그 아이는 분명 똑같은 상황이었다. 그런데 수학선생님은 나더러 “야! 누가 수업시간에 엎드려 자래? 빨리 안 일어나?” 라고 소리를 지르셨다. 나는 깜짝 놀라 덕분에 잠이 다 달아났다. 그런데 바로 “슬기야, 피곤하니? 세수라도 하고 와라.” 그건 나에게 한 말과 다른 너무나도 따뜻한 한마디였다. 정말 극과 극의 선생님의 태도에 나는 너무 화가 났다. 그 선생님은 내 이름도 모르시고 계셨고 나는 그냥 그 상황이 너무 화가 나고 열이 받아서 1년 내내 수업시간에 열심히 참여하지 않았다. 수학문제가 모르는 것이 있어도 절대 물어보러 가지도 않았다. 그리고 수학선생님한테 나도 잘하는 걸 보여주고 싶어서 다른 과목보다 수리 영역 공부를 훨씬 많이 하기도 했다. 그때 나는 생각했다. ‘내가 교사가 되면 편애는 절대 하지 않을 것이다, 내 수업을 듣는 아이의 이름은 꼭 외울 것이다.’ 라고 말이다. 내가 겪은 일만 봐도 선생님의 반응은 아이의 수업태도나 정서에 큰 영향을 준다. 이 책에 나온 좋은 교사들은 비난을 하지 않고, 해야 할 일을 지적해 주었고, 말을 아끼며 공감하는 마음으로 아이의 이야기에 귀를 기울여 주었다. 만약 수학선생님이 여기 나온 선생님들과 같은 반응을 보여주셨더라면 어쩌면 나는 좀 더 수학을 좋아하고 잘 할 수 있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아이들은 부모와 교사들이 하는 말을 듣고 자기에 대해서 어떤 생각을 하는지 알게 된다. 크게 볼 때, 교사와 부모의 언어가 아이의 운명을 결정한다. 이 책에서는 의사소통에서 가장 중요한 원칙이 ‘상황에 대해 이야기하기. 성격과 인격에 대해서 이야기하지말기.’ 라고 한다. 교사가 화나는 상황이 생겼다고 하자. 유능한 교사라고 해서 자학을 하거나 순교자가 될 필요는 없다. 성자의 역할을 할 필요도 없고, 천사 행세를 하지 않아도 된다. 교사들이 화를 내면 아이들은 주목한다. 교사들이 무슨 말을 하는지 귀를 기울이게 되는 것이다. 이 상황에서 교사가 아이에게 매를 들거나 인격 모독적인 발언을 하게 된다면 또 다른 격한 분노를 만들어 낼 수가 있다. 이 부분을 읽으면서 나는 내가 겪은 최악의 선생님이 생각났다. 먼저 내가 그 선생님을 싫어하게 된 것은 입학식 첫 날의 일 때문이다. 내가 생각 할 때에는 우리 반은 그렇게 심하게 떠들지 않았다. 그 선생님은 교실로 들어 서자 마자 우리를 모두 한 줄로 세운 다음 분필 지우개로 뺨을 때리셨다. 떠든 아이든지, 얌전히 책을 읽고 있던 아이든지 상관없이 말이다. 지금도 그 선생님의 어떤 의도로 그런 행동을 하셨는지는 모르겠다. 단순히 우리가 떠들어서 그랬던 거라면, 첫 날부터 선생님의 권위를 보여주려고 했던 거라면 이런 방법은 난 정말 반대이다. 물론 처음에 잡아야 끝까지 편하다는 말은 틀린 것이 아닐 수도 있겠지만 그날 이후 우리 담임선생님을 좋다고 하는 아이는 볼 수가 없었다. 그 사건 말고도 일명 ‘담임 안티’를 만드는 사건이 많았다. 우리 반 게시판에 붙여져 있던 종이가 떨어졌는데 그걸 누군가가 밟아 버린 것이다. 지금까지 그게 누가 그랬는지 아무도 모른다. 생각해 보면 별 것도 아닌 일인데 선생님은 우리를 책상위로 올라가서 무릎 꿇도록 하고 화가 많이 나셨는지 의자를 집어 던지셨다. 그때 우리 반에서 말썽꾸러기였던 아이가 웃으면서 교실로 들어왔다. 선생님은 그 아이에게 “너 어디 갔다 오는 거냐? 학교에 왔으면 앉아서 책이나 읽어야 할 거 아니냐! ” 고 소리를 지르셨고 그 아이가 대답을 하려는 찰나에 뺨을 때리셨다. 그때도 나는 상당한 충격이 아닐 수가 없었다. 아이는 뭔가 억울한 듯 한 표정이었고, 상황이 종료된 뒤 알고 보니 아이는 주번조회를 하고 왔었다. 그 당시 우리학교에서는 매일 아침 마다 주번을 불러 모아서 해야 할 일을 알려주었다. 뿐만 아니라 숙제 안 해온 여학생을 밀대자루로 때리고 넘어진 아이를 발로 차기도 했다. 선생님은 의사소통이라곤 찾아 볼 수가 없었다. 더군다나 그 선생님은 몇몇 학생들을 낙인 찍어 놓았다. 아주 나쁜 상황과 의사소통 부분 읽으면서 그 선생님께 이 책을 선물로 드렸었다면 얼마나 좋았을까 생각이 들었다. 그랬더라면 우리 반 아이들이 덜 상처 받고 행복한 중학교 1학년을 보냈을 것이다. 책에서는 말했다. 교사가 지닌 최고의 무기는 폭력에 대한 차원 높은 혐오, 처벌에 대한 문명화된 불신이다. 아이들의 마음을 폭력에서 믿음으로 움직일 수 있는 사람이 바로 진정한 훈육자라고 말이다.
7장에서는 부모의 역할에 초점을 두었다. 집에서는 부모가 교사인 것이다. 아이가 학교에서 안 좋은 일이 있을 때, 교사와의 관계가 틀어졌을 때 부모의 역할이 참으로 중요하다. 부모의 한마디로 아이는 다시 학교를 좋아하고 선생님을 좋아할 수 있고, 반대로 증오와 분노로 불 타 오를 수가 있다. 이 부분을 읽으면서 느낀 건데 학교에서는 새 학기가 시작될 때 담임 선생님 소개나, 교육과정 소개보다도 부모님이 집에서 해주어야할 교사 역할에 대해 설명해주는 시간도 많이 있었으면 좋겠다. 교실에서는 교사가 부모와 같은 존재이다. 교사들은 부모처럼 연민의 언어, 사랑으로 기다릴 줄 아는 언어를 구사해야 한다. 언어로 감정을 전달하고, 반응으로 분위기를 변화시키며, 주장을 통해 선의를 자극하고, 대답으로 통찰력을 키워주고 존중하는 마음을 담아 응답해야한다. 부모님 같은 선생님, 선생님 같은 부모님은 말이나 쉽지 정말 힘든 일인 걸 안다. 그렇지만 부모와 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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