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상문 르네상스 창조경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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르네상스 창조경영 독후감
21세기는 글로벌시대라는 말이 여기저기서 들려온다. 모든 분야에서 세계와의 무한경쟁이 이루어지고 있고, 그것은 기업계도 예외가 아니다. 이런 세계적 정황 속에서 한국 기업이 살아남을 수 있는 방안은 과연 어떤 것이 있을까? 이 문제에 대하여 ‘르네상스 창조경영’의 저자 김상근 교수와 최선미 교수는 바로 창조경영이 그 해답이라고 말할 것이다. 그렇다면 창조경영이란 무엇인가? 아쉽게도 창조경영이란 무엇인지 그 실체에 대하여 정확히 정의할 수는 없다. 창조경영을 창조적 인물의 문제로 보는 관점도 있고, 천재성에 관련된 것으로 보는 관점도 있는 등 그 실체에 대해서 아직도 의견이 분분하다. 하지만 저자는 이런 논쟁에 휘말려 들기보다는 한걸음 물러서서 ‘르네상스’라는 새로운 의견을 제시했다.
르네상스가 어떤 시대인가? 이 책의 구절을 인용하자면, ‘100년에 한번 나올까 말까 한 천재들이 4~5년 단위로 줄줄이 태어나서 문학과 예술과 과학의 새로운 패러다임을 창출해낸 시기’였지 않은가. 창조성이 바로 시대정신이었던 시대. 천재성이 넘치던 시대. 이 르네상스야말로 지금껏 있어왔던 창조경영에 대한 논쟁을 포괄하면서 한걸음 더 나아가 창조경영의 방법에 대한 조언까지도 구할 수 있는 해답이다. ‘르네상스 창조경영’에서는 이 르네상스 시대의 이야기와 해설 및 그에 연관된 구체적 사례와 연구를 소개함으로써 창조경영의 실체를 규명한다.
먼저 소개된 이야기는 조각가 미켈란젤로 부오나로티에 대한 이야기이다. 소년 미켈란젤로는 화실친구들과 마사초의 그림을 공부하기 위해서 브랑카치 예배당으로 갔다. 하지만 다른 아이들이 마사초의 그림을 따라하기에 바쁠 때 미켈란젤로는 그 그림 속에서 ‘르네상스의 시작’을 보았다. 세례를 받는데도 추위에 몸을 떠는 나신을 보고 미켈란젤로는 인간의 본질을 표현하는 것을 추구하는 르네상스의 정신을 본 것이다. 같은 것을 보는데도 느끼는 것은 같지않다. 이것은 ‘사물의 본질’을 보아야 한다는 창조경영의 첫 번째 창조 습관을 우리에게 알려준다.
두 번째로 소개된 이야기는 히에로니무스 보쉬의 ‘광인들이 탄 배’라는 그림을 제시하면서 시작된다. 광인들이 탄 배에는 중세의 혼돈과 향락을 상징하는 부정적 인물들과 그것을 외면하고 자신의 세계에서 사색에 빠져있는 광대의 모습을 함께 그림으로써 새로운 시기, 즉 르네상스의 도래를 암시한다. 실제로 그림을 보면 광대는 광인들의 모습에 가려져 잘 보이지 않는다. 하지만 광대의 모습을 잘 들여다보면 그의 굽은 자세에서, 그의 술을 들이키는 모습에서 무엇인가 다르다는 느낌을 받았다. 초월적인 존재를 볼 수 있었다. 그리고 그 초월적인 존재는 르네상스 시대로의 변화를 이끈 천재들을 의미한다. 그 천재들이 있었기에 우리는 중세의 암흑에서 탈피할 수 있었다는 것을 보쉬는 말하고 싶어했다고 나는 생각한다. 그러므로 이 그림에서 내가 느낀 교훈은 바로 초월적인 존재에 대한 인정의 중요성이라고 볼 수 있다. 이 책에서 말하는 바에 따르면, 그리고 내가 지금껏 들어온 것에 의하면 천재가 가장 많이 배출된 집단은 유대인이라고 한다. 그 이유를 이 책에서는 초월적 존재에 대한 인정과 그 초월적 존재를 우상화하지 않음으로써 상상력을 자극했다는 것이라고 본다. 눈에 보이지 않는 존재를 믿고 따르기 위해서는 신앙심도 필요했겠지만 무엇보다 자신이 하는 일이 초월적 의미를 가지고 있다고 생각하는 상상력이 필요했다는 말이다. 이 책에서는 창조성은 초월적 존재의 인정으로부터 시작된다고 한다. 실제로 인류의 위대한 예술품들은 항상 종교적 주제를 가지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렇게 인간을 초월한 이념을 추구하는 것들은 우리로 하여금 경외감을 느끼게 한다. 경영에서도 마찬가지이다. 이윤창출과 같은 지극히 인간적인 목표는 사람들로 하여금 그 정도만 일하게 한다. 하지만 만약 그 목표가 초월적인 가치에 기반한 것이라면, 사람들은 자신도 모르게 자신의 한계를 넘을 수 있게 될 것이다. 인간은 자신의 행동에 어떤 의미를 두고 싶어한다. 그 의미가 자신을 상자 안에 가둘 것인지 상자 밖으로 나가게 할 것인지는 그 의미의 질적 차이에 달린 것이다.
세 번째로 이 책이 말하고 싶어하는 것은 고정관념을 해체하라는 것이다. 이번 장에는 무표정한 얼굴을 하고 붉은 터번을 두른 남자의 그림이 처음을 장식하고 있다. 이 남자는 얀 반 아이크로, 유화 기법을 개발한 네덜란드 출신의 화가이다. 이 그림은 그의 자화상인데, 다른 그림과 차별되는 이 그림의 특징은 주문자의 입맛에 맞추는 것이 아닌, 작가 자신의 의지를 드러내는 작가주의를 보여주었다는 것이다. 미화(美化)한 얼굴이 아닌 주름과 거친 수염을 드러낸 얼굴, 굳게 다문 입술은 그의 결연한 의지를 보여준다. 그리고 그 의지는 ‘내가 할 수 있는 최선을 다하겠다’는 그의 좌우명이다. 지금껏 있어왔던 화가들과는 달리 기존의 종교적 틀, 즉 고정관념에 도전하면서 그림을 그린 르네상스 천재들은 그 도전으로 창조적 영감을 발전시켜나갔다. 마찬가지로 창조경영을 하고 싶은 경영자들 또한 창조성의 발전을 위해서 고정관념을 해체해야 하는 것이다. 하루가 다르게 급변하는 글로벌시대에선 어제의 방식이 통하지 않는다. 어제의 방식으로만 싸우다가는 레드오션으로 뛰어드는 행동이 되어버리는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경영자는 항상 새롭고 창조적인 것을 생각해내야 하는 것이다. 하지만 고정관념에는 또한 사회의 관념을 반영한다는 측면도 존재하기 때문에 너무 큰 혁신을 하면 오히려 무너질 수도 있다. 그렇기 때문에 고정관념을 해체할 때는 그 고정관념이 미치는 악영향을 생각함과 동시에 그 관념의 연속성을 염두에 두어 자연스러운 변화를 이끌어내야 하는 것이다. 그리고 고정관념의 해체에는 항상 실패의 위험이 있기 때문에 강한 자신감 또한 필요하다.
네 번째 장에서는 피렌체를 예술의 도시로 키워낸 메디치가문의 이야기가 나온다. 피렌체는 많은 유명한 예술가들이 그 예술성을 꽃피워내던 도시이다. 그리고 그것은 모두 메디치가문의 특별한 후원덕분이었다. 메디치 가문은 중산층 시민계급으로 출발해 은행업으로 많은 부를 쌓았다. 그 무렵 피렌체는 공화정에 의해 통제되었고, 메디치가(家)는 이런 피렌체의 성격의 이해를 바탕으로 서서히 피렌체의 실세로 성장해 나아갔다. 시민들의 마음을 이해하여 신중하게 행동하였고, 가진 만큼 베풀고, 절대로 자신들이 가진 부를 과시하지 않았다. 또한 격변하는 시대 속에서 메디치가문은 싸움에 끼어들기보다는 중재자의 역할을 자처했다. 가톨릭과 프로테스탄트 교회의 분열, 정교회 전통과 유럽사회의 갈등, 이슬람 세력의 도전등이 그 당시에 일어났다. 베네치아 공화국, 밀라노 공국, 피렌체 공국, 교황령, 나폴리 공국으로 분열되어 있는 이탈리아는 각 공국들의 충돌로 혼란스러웠다. 이탈리아 외부에서도 프랑스와 스페인이 이탈리아를 노리고 있었다. 하지만 메디치가는 이런 이탈리아의 중재자로 부상하면서 점점 힘을 키워나갔다. 그리고 또한 메디치가는 예술가에게 아낌없는 지원을 했다. 메디치가는 천재들과 그들의 재능을 알아보고 그들을 후원해주었다. 그렇게 함으로써 메디치가는 창조적 인재를 모아 들이고 피렌체를 예술의 도시로 만들어나갔던 것이다. 이런 태도로 메디치가는 조반니 데 메디치, 코시모 데 메디치, 로렌초 데 메디치를 거치면서 피렌체를 통치하는 피렌체 제 일의 가문으로 성장했다. 우리가 메디치가에서 배워야 할 것은 바로 창조경영, 그 중에서도 특히 창조적 인재에 대한 처사이다. 창조경영의 기본 원칙은 ‘자신보다 뛰어난 사람을 진심으로 존경하고, 그들의 가능성을 의심하지 않으며, 그들이 창조적 영감을 실현할 수 있도록 아낌없이 후원하라’는 것이다. 천재는 발굴하기도 어렵지만 그 인재를 유지하는 일이 더 어렵다. 창의적인 인재들은 개성이 있고 그 개성은 그들을 다루기 어려운 존재로 만든다. 창의적 인재들이 그런 개성 때문에 조직에 적응하지 못하고 창조성을 발현하지 못한 채 끝나버리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서는 메디치가가 그랬던 것처럼 창의적 인재들을 존중해주고, 그들에게 아낌없이 지원해주는 길밖에 없다. 창조경영의 첫 번째 조건이 창의적 인재의 발굴이라면, 두 번째 조건은 그들을 유지하는 것이다. 우리는 그것을 메디치가문에게서 배울 수 있는 것이다.
다섯 번째로 제시된 창조 습관은 바로 모방이다. 르네상스의 창조성은 무에서 나온 것이 아니다. 르네상스의 창조성은 바로 고대 그리스와 로마의 문명을 재해석함으로써 나온 것이다. 미켈란젤로조차도 라오콘을 모방했다. 하지만 미켈란젤로의 모방은 모방이 아니었다. 그것은 더 나은 것을 만들어내기 위한 동기를 부여하는 과정이었을 뿐이었다. 앞서 세 번째 이야기에서는 고정관념을 해체하라는 말이 있었다. 하지만 고정관념의 파괴도 중요하지만 그 관념의 연속성도 염두에 두라는 말도 있었다. 지금 이야기하는 것이 그 연속성에 관련된 것이다. 단순히 과거의 것을 따라 하는 것이 아닌 그 패러다임에 숨어있는 연속성을 파악하여 새로운 창조가 전통과 이어지도록 하는 것이 진정한 창조라는 말이다.
부끄럽지만 이 책은 내가 근래에 들어서 읽은 거의 유일한 책이라고 볼 수 있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오랜만에 손에 잡은 책이 술술 잘 읽혔던 것은 내가 평소 관심 있었던 르네상스의 미술에 대한 책이라는 점과, 비록 경영학과는 아니어도 인생을 살아가면서 필 요할만한 좋은 말들이 쓰여 있어서이기 때문일 것이다.
작가는 이 책에서 창조경영이라는 주제를 르네상스와 연결 지어 생각했다. 지금껏 미술과 경영을 연관 지은 것은 보지 못하여 상당히 흥미롭게 느꼈다. 게다가 연관 짓는 방법도 억지스럽지 않고 자연스레 진행이 되어 읽는데도 큰 어려움이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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