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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플래툰’ 감상문
그동안 할리우드 영화에서 빠지지 않는 단골메뉴는 베트남전쟁에 관련된 영화다. 한때 서부극이 전성기를 이루었을 때 거기에 편승에 마카로니 웨스턴이라는 서부극의 한 장르가 인기를 끌었던 시절이 있었다. 한편으로 생각하면 베트남전쟁 영화는 조금 더 세련되게 진보한 서부극의 일종이라 할 수 있다. 결국 베트남 전쟁 영화도 진보를 거듭하여 람보 시리즈로 발전하게 된다. 베트남 전쟁은 미국이 인정하기 싫지만 최초로 패배한 전쟁이다. 도미노 이론에 따라 한 국가가 공산화가 되면 그 이웃 국가도 공산화가 된다는 이론에 입각해 명분이 없는 전쟁에 미국이 프랑스를 계승하여 참여한 전쟁은 미국의 자존심에 크나큰 상처를 입히고 말았다. 굴욕적인 전쟁 패배에 쓰라림에도 불구하고 잘못된 전쟁에서 벌어지는 인간 군상들의 민낯을 가감 없이 그린 이 영화가 그나마 미국의 양심을 대변한다고 하겠다.
이 영화는 그 유명한 올리버 스톤 감독이 1986년에 메가폰을 잡은 작품이다. 일련의 전쟁영화들이 그러하듯 이 영화도 전쟁영화의 룰을 착실하게 따르고 있다. 전쟁의 참혹함과 “미라이 학살”과 같은 민간인들의 대량살상, 죽음의 불안에 이성을 잃어버리고 마는 인간 군상들의 심리가 절절히 묻어나오는 영화이다. 자기가 살기위해 타인을 죽여야 하는 지극히 이분법적인 사고방식과 개인의 이상과 꿈은 철저히 무시되는 군대의 계급사회, 동료와 상사간의 인간적인 갈등, 등,,, 전쟁영화가 갖추어야 할 기본적인 요소를 잘 비벼놓은 비빔밥처럼, 영화는 우리에게 무언의 메시지를 주고 있다. 조직의 논리에 수긍하고 잘 따르는 것이 지고지선이며 최고인가? 인간은 한편으로는 동물보다도 더 어리석은 행동을 한다는 것을 이 영화는 고발하고 있는 것이다.
단순하게 말하자면 이 영화는 베트남 전쟁 중에 벌어진 일련의 사건들과 그 속에서 벌어지는 참혹하고도 잔인한 살상들에 대한 이야기다. 그 이야기는 신병으로 들어간 크리스 테일러를 중심으로 펼쳐진다. 여기서 크리스라는 캐릭터는 ‘왜 가난한 사람만 피를 흘려야 하는가’ 에 대한 의구심으로 다니던 대학도 그만두고 상류사회를 뒤로한 채 베트남 전쟁에 지원하여 군 입대를 한 인물로 그려진다. 여기서 재밌는 사실은 이 영화의 감독인 올리버스톤 또한 명문대인 예일대를 다니던 중에 베트남전에 참전했다는 사실이다. 올리버스톤이 베트남전쟁을 직접 겪어서인지 영화는 심리적인 면이나 리얼리티 면에서도 매우 실감나 대표적인 전쟁영화이자 반전영화로 꼽힌다.
그래서일까 이 영화는 당시 전쟁영화가 표방하는 무조건적인 적군 죽이기 식이 아니다. 우리 편은 착한 사람이고 적군은 악역이 아니다. 모두 같은 인간의 기준에서 두 집단을 모두 잔인한 살인자로 묘사하고 있다. 즉 전쟁이 가져오는 심리적인 변화와 더불어 인간의 존엄성 상실에 대해 직간접적으로 꼬집어서 표현하고 있다. 주인공 크리스를 기준으로 전쟁광으로 묘사되는 반즈와 그와 대비되는 라이어스가 등장한다. 이들이 선과 악을 상징한다고 가정했을 때, 전쟁 속에서 선과 악의 구분이 어떠한 의미가 있는지, 처참한 상황에서 선에서 악으로 변해가는 인물들의 모습에서 느껴지는 참담함을 보여주기도 한다.
전쟁 속에서의 선과 악이 어떤 의미가 있을까. 착한 살인, 어쩔 수 없는 살인이 존재할까. 전쟁이라는 면죄부아래에서 살인은 용서받을 수 있는 것일까. 전쟁 속에서 선과 악의 구분은 의미조차 없는 것일까. 여러 가지 의문 속에서도 분명히 드러나는 것은 전쟁이 가져오는 것이 비참한 죽음뿐만이 아니라 그들이 겪어야 할 정신적인 외상이다. 전우애와 인간미를 보여주던 라이어스가 크리스를 마약으로 안내하는 장면에서 그들이 얼마나 정신적으로 견디기 힘든 상황에 처해 있는지를 어렵지 않게 알려준다.
영화는 크리스가 할머니께 전하는 편지내용을 내레이션으로 들려주는 방식을 꾸준히 유지하고 있는데 그 편지내용에서는 베트남전장을 지옥으로 묘사하기도 하고 하류층 사람들이 어떤 마음으로 그곳에서 싸우고 있는지를 묘사하기도 한다. 영화가 중반을 넘어서고 크리스가 전쟁에 지쳐갈 때쯤에 이렇게 말하고 있다.
매일 매일 기력과 제 정신을 지키려고 애를 씁니다. 모든 게 희미하고 편지 쓸 기력조차 없어요. 무엇이 옳고 그른지도 모르겠고요. 사기는 떨어졌고 대원들은 서로 싸웁니다. 반은 라이어스, 반은 반즈의 편으로요. 서로 의심하고 증오합니다. 적 대신에 전우끼리 싸우는 지경입니다. 저 역시 날짜나 세고, 한치 앞만 보며 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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