희곡 감상문 세일즈맨의 죽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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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15.03.29 / 2015.03.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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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서 밀러의 『세일즈맨의 죽음』 감상문
『세일즈맨의 죽음』이라는 이 희곡은 굉장한 작품이었다. 작가 아서 밀러는 이 작품을 통해 1947년 퓰리처 상을 수상하며 국제적인 명성을 얻게 된 것이다. 이 희곡의 행진은 여기서 그치지 않고 2년 동안 742회 공연되면서 “제2차 세계대전 이후 미국 연극계 최고의 걸작”이라는 평을 받았다.
더 이상 뉴욕 본사에서는 자리를 얻을 수 없게 된 63세의 윌리 로먼은 오늘도 장거리 출장을 나갔다가 아무런 소득도 없이 밤늦게 귀가한다. 오랜만에 두 아들, 특히 외지를 떠돌던 큰아들 비프가 집에 와 있지만, 부자는 사소한 언쟁을 벌일 뿐이다. 다음 날, 힘겨운 하루를 마감한 윌리는 최근 들어 자주 꿈꿨던 대로 자동차를 과속으로 몰아 파국에 치닫게 된다. 이 작품의 가장 특징적인 점은 ‘시간’인 것 같다. 불과 스물네 시간에 걸쳐 어느 외판원의 죽음을 포착함으로써 한 인간의 인생, 나아가 한 가정과 한 나라의 역사를 조망하는 작품이라는 평을 받는 『세일즈맨의 죽음』. 작품 속 인물간의 관계 속에서 내게 가장 강렬한 인상을 주었던 것은 바로 큰아들 비프와의 해묵은 갈등이다. 이들의 관계를 단적으로 드러내는 부분이 있는데, 바로 아내 린다의 말이다. “네가 집에 올 거라는 편지를 받으면 아버지는 온통 싱글벙글이 되어서는 미래에 대해 이야기하셔. 아주 기분이 좋으시지. 그러다 네가 올 날이 가까워지면 아버지는 점점 더 불안해지시고, 정작 네가 도착하면 화가 난 것처럼 너와 말다툼을 하시지.” 이 대사는 무슨 의미일까? 즉 윌리에게 있어 비프는 가장 아름다운 꿈이자 가장 잔혹한 현실인 셈이다. 세상의 많은 아버지처럼 장남에 대한 기대와 사랑이 너무 컸던 나머지 그는 아들의 도벽과 시험 중의 부정행위를 은근히 장려하고 면허증 없이 차를 모는 아들의 행동을 ‘기백’과 ‘개성’의 발현이라고 미화시키고 만다. 자식농사 잘못 지은 가장 대표적인 사례라고 볼 수 있겠다. 이런 교육 방식은 그의 직업이나 가치관과 무관하지 않다. 윌리는 평생 세일즈맨으로서의 자부심을 갖고 살인적인 경쟁의 늪을 헤쳐 왔다. 이런 그가 보기에 사회생활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인맥’이다. 지금도 그는 회사 내에서 자신의 입지를 공고히 하기 위해 전 회장과의 친분 관계에 전적으로 의존하는 모습을 보인다. 이런 윌리를 보며 현 사장인 하워드는 시대착오적인 온정주의의 잔재일 뿐이라고 말한다. 또 윌리의 친구인 찰리 또한 “이 세상에서 중요한 건 팔아먹을 수 있는 것들이야. 명색이 세일즈맨이면서 그런 것을 깨닫지 못하다니, 우스운 일이로군.”이라고 말한다. 이런 그의 모습은 가정에서 권위주의적인 모습으로 드러난다. 수학 과목에서 낙제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아버지를 찾아온 아들에게 외도 현장을 들켰을 때 어쩔 수 없이 큰소리를 치는 그를 보면 할 말 다 했음이다. 굳이 아버지의 외도를 목격한 탓은 아니겠지만, 어쨌든 큰아들 비프는 현재 아버지의 ‘꿈’을 철저히 배신한, 잔혹한 ‘현실’이 되어버렸다. 결국 그는 성공한 사업가는 고사하고 성공한 세일즈맨조차 될 수 없었던 것이다. 윌리의 흥망성쇠는 미국의 경제, 특히 1930년대 대공황과 맞물려 있다. 해피의 말을 빌리자면 “최고가 되는 것”이 목표이던 그 시절, 과연 누가 우아하게 자신의 체면을 지킬 수 있었겠는가. 그러나 이미 그 시절이 지났음에도 우리는 윌리처럼 아등바등하며 살아가고 있다. 그래서 나는 작품을 읽는 내내 윌리를 한심한 인간인 마냥 비웃을 수 없었다. 왜냐, 나 또한 현실이라는 거대한 틀에서 바라봤을 때 한 명의 윌리에 지나지 않기 때문에.
이 작품은 많은 사람들에게 상당히 중요한 메시지를 전달하려는 것 같다. 그리고 그 사람들 사이에 나 또한 포함되어 있다는 것을 잘 알 수 있었다. 성인이 되고 사회에 나와 ‘독립’이라는 것을 시도해야 하는 지금 시기에 나는 참 두려운 것이 많다. 그리고 현실 또한 두려움에 비례하는, 녹록치 않은 환경임을 나도 잘 인지하고 있다. 무엇을 어떻게 시작해야 하는지도 모르는 무지한 나지만 정해진 틀 속에 순응하며 힘겹게 살아가는 사람들을 보며 다르게 살자고 확신할 수 없는 현실을 이미 알고 있는 것이 얼마나 아이러니한지. 그런 사회의 각박함과 환상 따윈 반영하지 않는 현실을 거듭하며 살아야 하는 삶은 과연 무엇인가에 대해 『세일즈맨의 죽음』을 통해 참 많은 생각을 하게 되었다. 그렇다고 이 작품을 통해 마냥 비관적인 생각만 들지는 않았다. 한편으론 위로가 되기도 했다. 어릴 적 나는 부모님의 직업을 회사원이라고 적는 친구들이 참 한심해보였다. 지루해보였고 재미없어보였기 때문이다. 그러나 그런 회사원을 꿈꾸는 지금의 내 모습을 보며 사람들은 모두 비슷하다는 생각을 하며 그 별 거 없는 공통점에 위안을 느낄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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