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Apocalypse Now를 보고 나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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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15.03.29 / 2015.03.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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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pocalypse Now를 보고 나서
Apocalypse Now는 편안한 마음으로 볼 수 있는 영화는 아니었다. 잔인한 장면도 많이 나오고 전쟁의 참상에 대해서 가감 없이 보여주려고 노력한 영화이기 때문이다. 감상하는 동안 비록 마음은 불편했을지라도 마지막까지 영화에서 눈을 뗄 수 없었던 것은 이 영화가 외면할 수 없는 진실을 진지하게 풀어내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이 영화는 수업시간에 배운 Joseph Conrad의 소설 Heart of Darkness를 원작으로 하고 있다. 큰 주제 면에서는 소설과 맥락을 같이 하지만, 그 주제를 표현하는 요소에 있어서 몇 가지 차이점을 보인다. Heart of Darkness는 19세기 말 제국주의를 바탕으로 하여, 야만인들을 교화시킨다는 명분으로 식민지를 건립하려는 영국의 아프리카 침략을 배경으로 하고 있다. 이와 다르게 Apocalypse Now는 공산주의의 확산을 막는다는 명목으로 베트남에 세력을 넓히려는 미국의 제국주의적 베트남전쟁을 배경으로 하고 있다. 그리고 두 작품의 구성은 말로와 윌라드가 커츠를 만나기 위해 여행을 하며 자아를 찾아가는 이야기구조로 비슷하게 이루어져있다. 이런 반면, 커츠의 죽음에 대한 두 주인공의 태도는 다르다고 볼 수 있다. Heart of Darkness의 말로는 커츠의 죽음을 옆에서 지켜볼 뿐 직접적으로 그의 죽음에 관여하지는 않는다. 이에 비해 Apocalypse Now의 윌라드는 자기 손으로 직접 커츠를 죽인다. 이러한 이야기를 바탕으로 소설과 영화가 우리에게 전하려 했던 메시지는 제국주의의 위선과 오만함, 그리고 전쟁의 참혹함이었다.
영화 초반부에 등장하는 전쟁은 모든 가치가 무너지는 것이라는 말처럼, 전쟁은 인간의 내면을 황량하고 공허하게 만든다. 영화에는 아무 죄의식 없이 서핑을 위해서 마을을 습격하는 킬고어 같은 인물이 등장하는 반면에, 대부분의 인물들이 자아에 균열을 일으키며 고뇌하는 모습이 그려져 있다. 전쟁과 같은 극단적인 상황은 인간에게 원초적인 감정 중 하나인 쾌락을 살인을 통해서 느낄 수 있는 환경을 제공한다. 이데올로기 등의 그럴듯한 명분에 가려져 자신도 모르게 발현되는 살인에 대한 욕망 혹은 쾌락이 정당화될 수밖에 없는 것이다. 그런 한편, 이와 더불어 많은 이의 희생을 눈앞에서 목격하고 자신안의 파괴적 충동이나 잔인성을 직면하게 되면서 Apocalypse Now의 인물들은 갈등하고 내부에서 일어나는 분열을 경험하게 된다. 그리고 이를 가장 격렬하게 경험한 사람은 커츠였다. 이러한 경험이 지금의 커츠를 만들었고 그는 여전히 이런 모순 속에서 고통 받고 있었다. 그는 전쟁의 잔인함과 참상에 회의를 느끼고 이를 혐오하지만 한편으로는 원주민들 위에 군림하며 자신을 거스르면 서슴없이 살인을 저지르는, 과거의 폭력성에서 벗어나지 못한 상태로 지내고 있었다. "넌 날 살인마라 부를 권리는 없어도 날 죽일 권리는 있어. 그리고 날 죽일 권리는 있어도 날 판단할 권리는 없어." 라는 윌라드를 향한 커츠의 대사는 이런 점을 잘 보여준다. 커츠는 그를 찾아온 윌라드를 기다려왔다고 이야기하며, 그가 자신을 자유롭게 해줄 것을 알고 있었다. 그는 윌라드가 그에게 칼을 겨눌 때 큰 저항 없이 받아들였다. 자신 안에 뿌리박힌 내적 고통으로부터 탈출할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은, 죽음을 통해서라는 것을 인식하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마지막으로 그가 유언처럼 내뱉은 공포라는 두 글자는 그의 붕괴된 정신세계를 이루는 축이 전쟁과 인간에 대한 공포였음을 잘 내포하고 있다.
또한 이 영화에는 베트남전의 실상이 곳곳에 나타나 있었다. 서핑을 위해 무자비하게 마을을 공격하는 킬고어 대령의 모습이나, 무조건 총부터 쏘아대는 장면들이나, 숨겨둔 강아지를 오해해서 무고한 시민들을 모두 죽이는 장면, 플레이걸들의 위문 공연을 즐기는 그들의 모습에서 베트남전에서의 미국의 위선과 모순을 발견할 수 있었다.
영화를 다 보고나서 들었던 또 하나의 생각은 이 영화가 궁극적으로는 미국의 베트남전 실패를 포장하기 위해 만들어진 것은 아니었을까? 하는 생각이었다. 영화가 미군의 잔인한 폭력이나 베트남인들에 대한 시혜적인 태도에 대해서 굵직하게 묘사한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퀼른과 함장 등 등장인물들의 죽음에 슬픔과 연민을 느끼거나 인물들의 인간적인 고뇌에 공감하다보면, 결국 이 전쟁 속에서 모두가 가해자이자 동시에 피해자였다는 결론에 이르게 될 수 있다. 하지만 시작 없는 전쟁은 없다. 베트남전은 미국이 제국주의적 의도를 가지고 전쟁에 참여한 것이기 때문에 그들의 베트남에 대한 폭력적인 행동뿐만 아니라 시작 또한 비판받아야 할 대상이라고 생각한다. 이 점이 분명하지 못한 것이 아쉬운 부분으로 남는다.
하지만 전쟁과 인간 본연에 대해서 여러 가지 화두를 던지는 깊이 있는 영화였고, 영화 속 윌라드의 광기와 슬픔과 고통이 공존하는 눈빛은 오래도록 기억에 남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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