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조감상문 나옹선사의 시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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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옹선사의 시조
청산은 나를 보고 말없이 살라하고
창공은 나를 보고 티 없이 살라하네
사랑도 벗어 놓고 미움도 벗어놓고
(성냄도 벗어 놓고 탐욕도 벗어놓고)
물같이 바람 같이 살다가 가라하네
위의 시조는 내가 가장 좋아하는 나옹선사의 시조이다. 나는 이 시조를 매우 어렸을 때부터 좋아해서 즐겨 외웠다. 꼬마 @@@이 이 시조를 외워 즐겨 암송했던 데에는 그만한 이유가 있다. 어려서부터 특별한 재능이 있어 한시를 번역하여 읽는데 심취해서도 아니었고 시조 작품집을 쌓아두고 보는 취미가 있어서도 아니다. 한 가수의 노래를 듣고 나서부터 가사의 대부분을 이루고 있던 이 시조가 나의 가슴 깊숙이 다가오게 된 것이다. 그것은 김란영이라는 중견가수가 부른 노래, 《청산은 나를 보고》였다.
어린 나의 가슴에 ‘파박!’하고 이 시조가 박힌 것은 1994년이었다. 내용은 정확히 기억나지 않지만 당시에 ‘야망’이라는 사극을 방영하고 있었는데 그 드라마의 주제곡이 김란영의 《청산은 나를 보고》였다. 어린 마음에 어찌나 노래의 내용과 음색이 와 닿았던지 부모님을 졸라 그 주제곡이 삽입된 김란영의 앨범을 사기까지 했다. 구슬픈 멜로디, 허스키하면서도 애절한 음색, 청산과 창공이 나를 보고 말을 건네었다는 내용의 가사가 어린 나의 가슴을 톡톡톡 건드린 것이다. 기억을 떠올려 보니 겨우 초등학교 2학년 꼬맹이 주제에 이런 노래를 좋아한다며 노인네 같다는 친구들의 핀잔을 들은 것 같기도 하다. 왜 나는 드라마의 내용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할 나이에 노래 가사를 듣고 외우고 멜로디를 찾아 들으며 흥얼거렸던 것일까?
두개의 소리굽쇠 중 하나의 소리굽쇠만 울리면 나머지 하나는 저절로 공명한다. 김란영의 노래가, 나옹선사의 시조로 이루어진 그 가사가 내는 소리에 내 안의 무엇인가가 반응하여 공명한 것이 아닐까? 그렇지 않고서야 초등학교 2학년짜리 여자애가 청산이 어쩌고 창공이 어쩌고 하는 노래를 좋아할 이유가 없지 않은가. 나옹선사의 이 시조는 내 초등학교 시절의 배경음악(BGM)이었으며 그 영향력은 지금에까지 지속되었다.
나옹선사 시조와 김란영의 노래 이야기는 잠시 접어두고 잠깐 우리 가족의 이야기를 해보겠다. (주제에서 크게 빗겨난 이야기는 아니니 걱정할 것은 없다.) 나는 서울에서 20년을 살았고 고등학교도 서울에서 졸업했다. 하지만 지금의 나의 주소지는 강원도 인제이다. 강원도 인제 월학리 209번지. 우체부아저씨마저 고개를 갸웃할 정도로 알려지지 않은 시골의 촌 동네다. 집에 가기 위해서는 큰 도로를 벗어나 산길로 40여분을 걸어 올라가야 하는데 (물론 자가용을 이용할 수도 있다. 하지만 버스는 운행되지 않는다.) 집에 가는 길에 볼 수 있는 인가는 딱 한 채뿐이다. 첩첩산중 속에 외따로 덩그마니 지어진 집이 바로 지금의 나의 집이다.
내가 초등학교에 다닐 때부터 아버지와 어머니는 노후를 농촌에서 보낼 계획을 세우셨고, 내가 중학교 졸업할 때 땅을 사셨고, 내가 고등학교에 입학할 때 땅을 다지고 집터를 잡아놓으셨으며, 내가 고등학교에 졸업하면서 서울에 있는 아파트를 팔고 월학리에 집을 지어 대학교 1학년 말쯤에 집을 완공하여 이사를 하셨다. 감사관이라는 딱딱한 직함을 벗어던지고 농부로써의 삶을 살고 계시는 아버지는 지금 너무나 행복해 보이신다. 사무실 벽의 색깔처럼 새하얗던 피부는 얼룩덜룩하게 흙빛으로 그을려졌고 양복과 넥타이는 다 버리고 생활한복이나 편한 셔츠만 입으신다. 아버지의 발에서 떨어질 줄을 모르던 지긋지긋한 무좀의 근원인 가죽 구두대신 편한 슬리퍼나 고무신을 신고 흙길을 밟으시는 아버지. 아버지는 그런 자신을 지지해주는 어머니와 함께 행복한 인생을 즐기고 계신다.
그렇게 힘들고도 즐겁게 새로 지은 집에서의 첫날 밤, 우리 세 가족은 거실에 다같이 누워 밤하늘을 보며 이야기꽃을 피웠다. 앞으로의 인생을 어떻게 살아나갈지에 대해 고민하면서, 그러다가 노래를 흥얼거리기도 하고 춤을 추기도 하고 시조를 읊기도 하면서. ‘청산을 나를 보고 말없이 살라하고, 창공은 나를 보고 티 없이 살라하네.’라는 구절의 의미를 되새겨 보기도 말이다. (우리 가족 모두가 시를 함께 낭송하고 의미 나누기를 좋아한다.)
그날 밤 이야기의 결론은 이러하다. (자, 이 대목에서부터 다시 본론으로 돌아가자) 그 누구에게도 청산과 창공은 말을 걸지 아니했을 것이라는 거다. 노래를 부르는 창자가, 시를 지은 시인이 단지 그렇게 느꼈을 뿐이다. 아니, 아니다. 청산과 창공이 직접 인간에게 말을 건넨 것이 아니라고 해서 그것을 듣고 쓴 인간의 잘못은 아니다. 청산과 창공이 실제로 인간에게 말없이, 티 없이 살라고 말을 걸었을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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