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문화의 시스템론적 해석 중국전통과학은 왜 근대과학으로 발전하지 못했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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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문화의 시스템론적 해석」
-중국전통과학은 왜 근대과학으로
발전하지 못했는가?-
과학에 대한 연구는 현재에도 끊임없는 관심사이다. 이런 과학사에 관심이 있는 사람이라면 지난 1000여년 동안 중국의 과학기술이 세계에서 가장 선진적이었으나 근래에 들어와 서양의 과학기술이 중국의 과학기술을 압도하면서 눈부시게 발전했다는 사실을 알 것이다. 『중국문화의 시스템론적 해석』이라는 책에서는 ‘중국 전통과학은 왜 근대과학으로 발전하지 못했는가’라는 소주제를 바탕으로 도대체 왜 근대 중국의 과학기술이 그토록 낙후되었는지에 대해 그 원인을 분석하고 있다. 그 원인을 분석하기 전에 먼저 중국과 서양의 과학기술 발전의 총체적인 추세를 도표로 보여주고 있다. 이 도표를 통해서 양측의 과학기술 발전에는 현저한 차이가 있음을 알 수 있다. 바로 중국의 과학기술은 완만한 상승추세가 지속되었으나 서양은 중간에 한 차례 쇠퇴기가 있었다가 16세기 이후 신속히 발전했다는 점인데, 이를 좀 더 총체적으로 보면 더욱 명확한 차이가 있음을 알 수 있다. 과학을 이론·실험·기술 이라는 세 분야로 나누어 볼 때, 중국은 각 분야의 분리경향이 비교적 명확히 드러나고 있는데 이는 각 분야가 독단적인 발전을 해나간 것이라 볼 수 있다. 중국 과학의 또 두드러진 점은 대부분 기술 분야에 힘입어 발전이 이루어졌다는 것이다. 이와는 대조적으로 서양은 이론 분야의 수준이 다른 분야에 비해 우월했으며 잠시 기술 우위의 시대가 있었으나 16세기 이후 세 분야가 일치하며 발전했고, 전체 과학기술은 상호 자극과 협조 하에서 상승작용을 일으키며 발전을 가속화 하였다. 이는 서양의 과학기술이 16세기 이후 비약적으로 발전하게 된 원인이 되었다.
서양 과학기술의 가속 발전을 촉진한 첫 번째 순환가속기제는 ‘이론→실험→이론’이었다. 만약 이론과 실험이 완전히 분리된 채 발전한다면, 과학의 발전 속도는 필연적으로 완만해질 수밖에 없다. 근대 과학이론은 새로운 실험의 구상과 설계를 가능하도록 해주었고, 실험은 역으로 이론에 대한 검증작용을 해주었다. 두 번째 순환가속기제는 ‘기술→과학→기술’이다. 여기서는 증기기관의 발명을 예로 들 수 있는데, 급수 파이프와 송풍장치는 증기기관의 핵심적인 기술이다. 중국은 이 기술을 최초로 발명했음에도 불구하고 증기기관을 발명하지 못했다. 이를 통해 기술자체의 개선과 진보가 발명의 선결조건이기는 하지만 한편으로는 ‘기술→과학→기술’이라는 순환가속기제에 의존한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즉 이 두 순환가속기제는 이론·실험·기술이 정립하여 서로 독립을 유지하면서 발전을 촉구하는 구조를 형성하는데 이것이 바로 과학기술 가속발전의 내적 조건이라 할 수 있다. 서양은 16세기 이후에 세 분야 수치의 접근이 이루어져 양자 간에 밀접한 상관관계가 있었다. 이에 비해 중국에서는 이러한 삼자정립이 이루어지지 않았고, 특히 실험의 비중은 계속 낮아서 순환가속의 출현이 불가능 하였다. 이러한 구조를 수립하기 위해서는 적절한 사회적 여건과 과학의 세 분야 정립은 물론 모든 하위 시스템 내부에 합리적 구조가 갖추어져만 한다.
순환 가속의 과학기술 구조를 형성하기 위해서는 반드시 ‘구조적 자연관’의 기초 위에서 과학이론이 성립되어야 한다. 여기서의 구조적 자연관은 반드시 ‘논리 구조적 이론’이어야만 하며, 구조적 측면에서 자연현상을 파악해야 한다는 두 가지 의미를 갖고 있다. 구조적 자연관은 유클리드 기하학을 통해 최초로 나타났는데, 이로 인해 이론에 대한 실험의 확고 작용이 대폭 강화되고, 이로써 ‘이론→실험→이론’의 반복 순환이 보장되었다. 또한 여기에서의 과학실험은 반드시 통제 가능한 것임을 전제한다. 왜냐하면 이러한 실험만이 확실한 구조형 이론의 수립기초가 되기 때문이다. 이를 가리켜 ‘수공실험’이라고 한다. 수공실험은 언제 어디서나 손쉽게 재현될 수 있고, 우연의 오차와 착오를 극복할 수 있으며 사회 모든 곳에서 ‘이론→실험→이론’의 순환을 가능하게 한다. 이러한 수공실험의 첫 번째 구비조건은 실험과정을 통제할 수 있어야 하며, 실험 과정에 나타난 변화가 실험 기구에 충분히 반영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그래야만 실험성과를 사회화 할 수 있고, 특히 기술로의 전이가 가능해져 이론과 기술의 순환가속기제가 이루어지는 것이다. 두 번째 조건으로는 실험과 구조적 자연관의 결합이다. 하지만 중국에서는 이론과 실험사이에 이러한 연계가 시종 명확하게 수립되지 못했다. 또한 근대 과학기술의 순환가속기제는 기술체계 자체가 개방적이어야 함을 요구한다. 이러한 개방적 기술체계의 형성에는 두 전제 조건이 필요하다. 기술의 개량과 전이를 요구하는 강력한 경제적 요구, 즉 자본주의 경제구조의 성립과 발전이 있어야 한다는 것과, 기술은 반드시 인류의 일반적 자연관과 결합되어서 어떤 보편적 관념을 부여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를 종합해 볼 때 과학이론은 자연관을 그 구조로 해야 하고, 실험은 수공실험이어야 하며, 기술구조는 개방적이어야 한다. 모든 근대 과학기술은 이러한 순환가속기제를 구비해야만 가속 발전이 가능하다. 그러나 중국 전통 과학기술구조에는 이러한 순환가속기제가 결여되었는데, 그 원인으로는 중국의 ‘대통일형‘ 기술 구조를 들 수 있다. 이러한 구조는 기술과 사회구조와의 관계를 개방적 기술체계로 전환할 수 없게 하였고, 이로 인해 ‘기술→과학→기술’의 순환가속기제가 출현할 수 없었다. 또한 중국의 유가사상도 그 원인이 되었는데, 유가의 윤리중심주의는 과학이론의 보수화와 분석 논리의 결여를 조장하였기 때문이다. 마지막으로 중국의 기술화 경향을 원인으로 들 수 있다. 이런 경향은 순수한 이론구조의 형성에 불리하게 작용하였고, 구조적 자연관의 수립에 커다란 장애 요인으로 작용하였다.
한편 서양에서도 기독교의 신학적 자연관과 스콜라 철학이 주축을 이루고 있어 과학기술이 중국보다 더 낙후되었던 중세시기가 있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중국과는 달리 근대 과학기술구조가 형성될 수 있었던 것은 바로 16세기 이후 발생한 서양 봉건사회의 붕괴와 자본주의 사회의 수립, 그리고 ‘원시과학구조의 사회화 과정’ 때문이었다. 원시과학구조란 가장 손쉽게 수공실험을 할 수 있고 구조적 자연관을 확립할 수 있는 영역에서 근대과학구조 시스템과 유사한 것을 수립한 것을 의미한다. 원시과학구조는 이론·실험·기술 사이의 관계를 확연히 분할할 수 없는 특수한 영역에서 가장 먼저 발생하였는데, 이 조건을 가장 잘 갖추고 있던 것이 바로 기하학이었다. 이런 기하학이 유럽에서는 측량으로 나타났다. 이는 순수한 실용적 목적을 위해 발달했기 때문에 사회화가 가능했으며, 유클리드 기하학은 과학사를 통해 알 수 있듯이 최초의 논리 구조형 이론체계로 근대 과학기술구조에서 요구하고 있는 바를 만족시킬 수 있었다. 한편 중국은 과학 이론이 지닌 기술화 경향과 춘추전국시대 후기에 있었던 사회구조의 근원적 변화, 묵가사상의 소멸 등으로 원시과학구조의 확립을 어렵게 하였다. 이것이 중국의 근대 과학기술 발전에 지대한 영향을 끼쳤다. 이러한 원시과학구조가 근대과학구조의 수립에 미친 영향은 패러다임 기능을 해 주었다는 것이다. 패러다임이란 과학자들이 어떤 특정 영역에서 이미 명확해진 방식으로 새로운 연구를 하는 것을 뜻한다. 당대에서 청대까지 중국은 계속적으로 대규모의 토지 측량이 행해졌음에도 불구하고 원시과학구조의 패러다임 기능이 결여되었다는 이론구조의 한계 때문에 그 발전을 가속화할 수 없었다. 이러한 원시과학구조의 패러다임 결여에 대한 장애 요소로는 과학 자체의 전문성과 복잡성, 과학적 결론과 상충되는 직관, 그리고 통신 교류 수단의 결핍이 있다.
원시과학구조의 패러다임이 겪게 되기 마련인 위의 장애요소들을 극복할 만한 특별한 사회적 요인이 없다면 근대과학구조의 수립은 거의 불가능하다. 이런 점에서 볼 때 중세 스콜라철학과 중국의 대통일 기술은 매우 중요한 작용을 했다. 기독교는 고대 그리스의 과학구조를 교리 속에 흡수시킴으로써 수공실험 구조를 수용해 패러다임으로 발전할 수 있는 사회적 조건이 구비되었고 문화적 교류와 생산 수준에서 광범위한 사회공동체가 형성되었다. 중국의 대통일 기술은 중국에서는 사회구조 자체가 폐쇄적이어서 과학의 사회화를 위한 공구를 제공해 줄 수 있을 뿐이었지만, 서양에 들어가서는 원시과학구조의 사회화에 필수적인 통신 교류 수단을 제공했다. 그러나 근대과학구조의 수립에 있어서는 기독교가 초기에 과학을 흡수했으나 후기에는 대립했다는 미묘한 기제가 필요했다. 이러한 양자의 대립은 종교의 쇠퇴기에만 가능하다. 지식인들이 기존 제도에 대해 불만과 전면적인 회의를 갖게 되면 자연히 종교에 의해 부정시되는 학설이 어떠한 것인지를 연구하게 된다. 심지어는 경직되고 부패한 낡은 체제에 대한 맹목적인 반발 때문에 새로운 체제를 수용하기도 하는데 이러한 현상을 ‘부정성의 확산’이라고 한다. 패러다임의 성장은 이러한 부정성의 확산이라는 특정한 시기를 필요로 한다. 과학의 사회화를 억제했던 한대 경학이 쇠퇴한 뒤 묵가사상은 사회적 전환기를 주도했던 학파였다. 그러다 도가에게 밀려 소멸되고 말았는데, 부정성의 확산에서 도가가 묵가보다 강력할 수 있었던 이유는 바로 유가와 도가는 기묘한 상호보완관계가 형성되어 있었다는 것 때문이었다. 이러한 상호보완은 부정성의 확산작용 결과가 양자 간의 전이와 혼란만을 조성하여 결국 과학의 패러다임 기능을 억제하는 일종의 ‘함정’을 형성하게 된다. 결국 중국은 이러한 ‘함정’에 빠졌다고 볼 수 있다. 중국이 근대 과학구조를 수립하지 못한 그 밖의 원인에는 청조의 전성기를 맞이하면서 절대 다수의 완고한 학자들이 서양 과학을 거부했다는 점이 있다. 그들은 근대 과학구조에 대해 배척하는 태도를 지녔고 경저에 대한 고증이라는 전통적 패러다임에 계속 매달렸다. 따라서 근대과학구조의 순환가속기제에 포함되지 않는 한 종래의 과학기술은 결국 경직화되고 만다는 것을 중국을 통해 알 수 있다. 그리고 이러한 모든 것을 종합해서 볼 때 과학의 발전과 사회구조는 밀접한 내적 연계에 있음을 알 수 있다. 즉 중국의 봉건적 사회구조를 고치지 않는 한, 근대과학의 수립을 위한 조건을 구비한다는 것은 불가능하다고 보고 있다.
최근 중국의 발전 속도와 앞으로의 발전 가능성을 고려해 볼 때, 중국의 잠재력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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