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등 도덕 교육론 - 교사와 학생사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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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등 도덕 교육론
교사와 학생사이
<교사와 학생사이>의 독서는 교사로서 기본적인, 그러나 해답을 찾기 어려운 질문을 떠올리게 한다. <교사는 학생을 어떻게 대해야 하는가?>라는 것이다. 학교에서 하루를 전부 보내야 하는 교사에게는 인생을 어떻게 살아야 하는가? 하는 질문과도 같은 질문이다. 그럴듯하고 미사여구로 정교하게 꾸며놓은 대답을 만들어 볼 수도 있겠지만, 과연 그것이 실천이 가능한 것일지는 알 수 없는 일이다. <교사와 학생사이>의 후반부에 보면 교사가 하루에 학생들에게 명령하는 문장을 얼마나 많이 사용해야 하는 지 나타나있다. 그러한 명령의 홍 수 속에서 지친 교사가 (책에서 지적하듯이) 학생을 처음 보는 손님처럼 대할 수 있을까? 교사에겐 지도자와 아동상담자의 두 가지 역할이 요구된다. 한 그룹의 지도자가 엄격한 모습 외에 인간적인 모습을 보여준다면 그것은 감동적이겠지만 물론 의무적인 것이 아니다. 학생의 따뜻한 감성을 키워줌과 동시에 배움에 대한 동기를 불러일으키는 교사의 현명한 대화술은 이렇든 쉬운 일이 아니다. 교사들은 서서히 자신에게 적절한 교사상을 완성해 가야한다. 자신을 너무 채찍질하면 스스로 지치게 되고 너무 무심하면 죄책감에 짓눌리게 된다. 자신과 학생에 대한 믿음이 중요한 실마리가 될 것이다.
좋은 태도, 잘못된 태도
본 책에서 나는 좋은 교사의 태도에 대한 여러 가지 성찰을 볼 수 있었다. 학생이 잘못을 한 경우, 학생이 어떠한 성과를 이룩한 경우, 학부모와의 면담을 하는 상황까지 교사는 어떤 행동과 발언을 해야 하는가? 책의 맨 마지막에 보면 면담자 들이 과거 자신의 교사에 대한 기억을 흥미로운 제목과 함께 기술해 놓은 것이 있다. 상당수가 끔찍한 기억에 관한 것이다. 책의 면담자 뿐만 아니라 모든 교육받는 사람들이 과거 자신의 선생님에 대한 기억을 끄집어내는데 어려움을 겪지 않는다. 기회만 준다면 몇 시간이고 열변을 토할 사람도 있을 것이다. 아름다운 기억 또는 끔찍한 기억으로 남는 교사의 태도에 대한 기준은 무엇일까?
아직도 학생인 나의 20여년의 과거 또한 권위를 가진 어른들에 의한 배움으로 가득 차있다. 그 중에 가장 오래된 기억이 유치원 선생님에 대한 기억인 걸 보면 학생들이 교사에 대해서 뭐든 기억이 가능하다는 것을 유추해 볼 수 있다. 교사가 대하고 있는 조그만 학생도 언젠가 성인이 되고 그때까지 교사에 대한 기억이 남게 된다는 것은 교사에게 큰 각성이 된다. 학생으로서의 나의 경험을 말해본다면, 강렬하게 기억에 남은 선생님들이 몇 분 계신다. 그 중에는 <친절한 금자씨>라는 영화에서 유행을 시켰던 대사 “받은 만큼 돌려드릴게요.”라는 말을 영화가 나오기도 전에 내 마음속에 떠오르게 한 선생님도 계시고, 다시는 우연히 라도 만나고 싶지 않은 선생님도 계신다. 그러나 이것은 감정적인 문제 일뿐 오히려 그분들에 의해 나는 도덕적으로 성장했거나 교육적인 효과를 받았을 수도 있음을 인정한다. 어떤 일의 잘잘못을 따지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판사라는 직업이 그토록 존경받는 것을 보면 알 수 있지 않은가.
갈등의 수레바퀴
그 누구도 무고한 학생을 상처주기 위해 교사가 되는 것이 아니다. 오히려 교직에 대한 성스러운 환상을 품고 교사가 된다. 그런데 왜 교사는 학생과 원수가 되고 그들에게 평생 지속되는 상처를 남기게 되는 걸까. 그날 교사의 기분이 안 좋았거나, 학생이 교사에게 무의식중에 모욕을 주었을 수도 있다. 또는 학교라는 특수한 세계에서 이러한 갈등은 필연적인 문제일 수도 있다. 세 가지 원인 중 앞의 두 가지 원인은 그나마 내 수준에서 조절하기 쉬운 것이므로 마지막 세 번째 원인에 대해서 생각해 보고자 한다. 학교는 정말 특이한 세계이다. 그중에서도 교실은 어떤가? 어떤 정치도 경제도 권력자도 개입할 수 없는 그들만의 소우주가 아닌가? 지금 돌아서서 생각해보면 초라하기까지 한 나의 선생님이 무소불위의 권력을 가졌던 그 몇 평의 공간. 이제 그 자리에 내가 서게 되는 것이다. 30명의 연약한 감정을 가진 아이들 앞에서 나는 갈 곳을 잃게 되진 않을까.
본 책을 읽으면서 나는 예전에 내가 읽었던 책이 떠올랐다. <딥스: 자아를 되찾은 아이>이다. 이 책을 읽으면서 내가 얻은 원칙이 나의 유일한 교육 원칙이다. 위의 책은 폭력적이고 자폐증을 나타내는 딥스라는 아동을 지혜로운 아동상담자가 치료해나가는 치료일지의 기록이다. 얼핏 보면 심리학, 정신분석학 등의 전문적인 용어가 등장할 것 같지만, 사실 딥스의 치료 방법은 매우 간단하다. 아동의 생각을 일단 비판 없이 인정해 주는 것이 바로 그 해답이다. 상담 치료사는 딥스에게 자유로운 놀이공간을 주고 딥스가 하는 말이면 무조건 지지해 준다. “나는 모래를 가지고 놀 거에요,” “딥스가 모래를 가지고 놀고 싶구나.” “나는 이렇게 물을 바닥에 뿌릴 거에요.” “그래, 물을 바닥에 뿌리고 싶구나.” 이것이 그들의 대화의 전부이다. 아동이 원하는 것은 정서적 지지 뿐이다. 아동이 어려운 과제에 대해 불평을 하면, “그래 그 문제는 퍽 어려운거야. 해결하기 어렵겠구나.” 하고 대답하면 된다. 우리는 다시 과제를 하러 가는 아동의 뒷모습만을 보게 될 것이다. 아동이 칠판을 넘어뜨리면, “이 칠판은 이렇게 종종 말썽을 부린단 말이야, 다친 데는 없니? 그런데 바닥을 한번 치워야겠구나.”하고 말하면 된다. 아동은 빗자루를 가지고 와서 분필가루를 쓸어 담을 것이다. 아동은 나의 핀잔이나 칭찬을 들어야 하는 나보다 열등한 존재가 아니다. 그들과 나는 교육이라는 하나의 목적을 가지고 같은 공간에서 우연히 만난 두 개인일 뿐이다.
또 하나 내가 감명 깊게 읽은 구절은 “어떤 교사들은 폭력적인 학생에게 폭력을 쓰고, 욕을 하는 학생에게 욕을 한다.”라는 것이다. “그들을 변화시키기 위해선 그들에게 친절하게 대해야만 한다.” 라고 끝맺는 이 구절은 모든 교사들을 뜨끔하게 만든다. 이것은 교사들이 저지르기 쉬운 실수이지만 밖에서 지켜보기엔 너무도 우스꽝스러운 모습이다. 어째서 지성인인 그들이 이런 실수를 하는 것일까? 이것도 위와 같은 원인에 의한 것이다. 그들은 교사의 지도자로서의 모습에 너무 치우쳤다. 아동을 열등한 존재로 보고 아동이 하는 일은 무엇이든 못미덥게 본 것이다. 아동의 행동을 치유시키는 것에 목적을 두었다면, 다시 말해 의사와 같은 입장에서 바라보았다면 저런 실수를 하지 않을 것이다. 어떤 의사가 아동이 다쳐서 내원했을 때 “이런 바보 같은 꼬마 녀석, 네가 문제를 일으키는 것이 오늘이 마지막이라도 나는 너를 벌주어야겠다.”라고 하겠는가? 의사는 환자의 상처에 대해서만 말하고 상처를 치료해준다. 교사들도 이와 같이 건설적으로 아동을 대해야할 필요가 있다. 무엇을 위해 에너지를 낭비해가며 서로에게 상처를 남기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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