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문과학 누가 걸어간다 그리고 내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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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문내용
누가 걸어간다. 그리고 내가...
Ⅰ. 들어가며
윤대녕의 소설에는 이동성에 관한 이야기가 많이 등장한다. 자신의 과거의 흔적을 찾아 가는 사람들 또는 목적이 뚜렷하지 않은 여행을 떠나는 사람들... 이유 없이 무작정 동네를 걷는 사람들. 그렇게 그의 소설 속에 등장하는 인물들은 그 여정이 짧든 길든 힘겹든 간에 걷고, 걷고 걷기를 반복한다. 눈앞에 끝이 확실히 보이지는 않지만 자신 앞에 놓인 길을 따라 끝없이 걸어가는 것이다.
그 길이 얼마나 가파른 길인지, 좁은 길인지, 아니면 장애물이 놓여있는 길인지 예상 할 수 없기에 사람들은 공포와 불안감에 한 발을 내딛기 조심스러워 머뭇거리고, 때론 그 장애물에 걸려 넘어져 아파하지만 그 머뭇거림조차도 여정의 진행형인 것이다. 후퇴할 수 없는 길 위에서 어차피 나는 앞으로 나아갈 수밖에 없고, 각자 자신의 길 위에서 걸어가고 있는 많은 사람들의 이야기를 그의 작품은 담고 있다.
우리가 살펴 볼 텍스트인『누가 걸어간다.』에서도 끝없이 길을 걸어가는 사람들의 다양한 모습에 초점을 맞춰 작품을 느껴보도록 하자.
Ⅱ. 텍스트 마주하기
1. 줄거리
3년 전에 이혼을 하고, 이제는 암에 걸린 사내는 외가의 들판 풍경을 닮은 파주의 한 마을에 온다. 며칠 뒤, 영어강사와 우연히 같이 저녁을 먹게 되고 이야기를 나눈다. 그러던 중 갑자기 나타난 폴로모자 남자를 만나게 되고 잠깐의 실랑이를 한다. 그날 밤 서울행 차들을 일일이 검문하는 군인들을 보게 된다.
다음날 사내는 산책 중에 폴로모자 남자와 미용실 여자를 보게 된다. 사내는 갈대밭으로 그들을 찾아가고 거기에서 남자와 여자가 관계를 가지는 것을 보면서 남자의 정체에 대해 의심을 하게 된다. 그 후 집으로 돌아오다가 영어강사를 만나고 이야기를 나누는 도중에 탈영 사고가 있어 검문을 나온 군인들과 만나게 된다. 영어 강사와 드라이브를 마치고 마을로 돌아오면서 탈영병이 마을을 빠져 나가기는 어려울 것이라는 이야기를 나눈다. 사내는 집으로 돌아가기 전에 영어강사의 방에 들러 그녀가 첩의 딸이라는 이유로 제대로 된 연애를 할 수 없었다는 것과 어머니가 돌아가신 후 얼마 뒤 도망치듯 떠난 고향마을인 금촌과 가까운 파주로 돌아왔다는 이야기를 듣는다.
며칠 동안 군인들은 계속해서 마을을 검문하였고, 폴로모자 남자와 미용실 여자는 보이지 않는다. 어느 날 저녁, 사내는 영어강사에게 자신의 몸이 병들었음을 이야기하고, 영어강사는 화를 내며 자리에서 일어난다. 다음날 새벽, 사내는 폴로모자 남자가 제방으로 가는 것을 목격한다.
사내는 마을을 떠날 준비를 하다가 아쉬움을 느끼고 며칠 더 마을에 머문다. 제방 쪽으로 사라진 남자가 돌아오지 않고 군인들의 모습이 보이지 않자 불안감을 느끼던 도중 폴로모자 남자가 미용실 여자와 함께 들판에 나타났고 군 수송 차량이 다리를 건너고 있었다. 제방 쪽에 서 있는 영어강사 역시 절박한 상황임을 감지한다. 사내는 절박한 마음에 제방위로 뛰어 올라가고 군인들은 포위망을 좁히며 폴로모자 남자와 미용실 여자를 쫒는다. 결국 미용실 여자는 샛강 한가운데에서 남자와 헤어지게 되고 폴로모자 남자는 샛강을 건너면서 꼭 돌아오겠다는 말을 남긴다. 사내는 위협사격을 계속하는 군인들에게 쏘지 말라고 외치면서 제방을 뛰어 내려간다.
2. 배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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