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세의 성모 마리아와 아기 예수 중세의 성모 마리아와 아기 예수 소개 중세의 성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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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세의 성모 마리아와 아기 예수
왼쪽 - <글자 ‘0’속에 성자를 안고 있는 성모> / 12c 말
오른쪽 - <이집트로의 피신> / 1400년경
‘중세 미술’ 이라는 중세미술의 설명과 작품들이 실려 있는 책을 도서관에서 빌렸다. 책을 넘겨 보던 중 가장 내 눈길을 끈 작품이 왼쪽의 작품이다. 성모마리아와 아기예수로 주제를 정한 후 책을 넘기다 같은 중세시대의 그림이라고는 믿어지지 않는 성모마리아와 아기예수에 대한 그림 한 점을 더 보게 되었다. 두 작품 다 유명한 그림은 아니지만 비교하는 과정이 재미있을 것 같아서 고르게 되었다.
왼쪽의 ‘글자 ‘0’속에 성자를 안고 있는 성모’ 작품이 눈길을 끈 가장 큰 이유는 아기예수와 성모마리아의 표정인 것 같다. 아기의 몸에는 어울리지 않는 아저씨가 지을 법한 고통스러운 표정과, 아기 예수와 닮은 성모마리아의 고통스러운 표정이 강렬하게 느껴졌다. 멀리서 보니 아기 예수의 운명을 예견한 듯 슬퍼 보이기도 했다. 표정에서 시선을 떼고 다른 부분을 살펴 볼 때 눈에 띄는 부분은 아기예수의 옷을 표현한 방법이다. 면으로 색을 칠한 것이 아니라 흰 곡선들로 옷을 묘사해 놓았다. 처음에는 야하다고 생각했었는데, 아기예수의 옷을 면으로 그렸으면 어땠을지 상상해 보니 지금보다 생동감이 덜 느껴질 것 같았고 그림이 너무 꽉 차서 답답한 느낌일 들 것 같았다. 조사해 보니 비잔틴 회화의 영향을 받아 옷의 투명함을 물결 같은 선들로 암시한 것이라고 한다. 성모마리아의 옷을 강렬한 붉은 색채로 표현한 것과 굵은 선들 때문인지 딱딱한 느낌이 들면서도 성모마리아와 아기예수가 특별한 사람인 것 같은 신성한 느낌을 주기도 했다.
약 200년 후의 그림인 ‘이집트로의 피신’은 200년 만에 이렇게 변해도 되나 싶을 정도로 ‘글자 ‘0’속에 성자를 안고 있는 성모’와는 다른 느낌이 들었다. 색감이 훨씬 다양해졌을 뿐만 아니라 명암이 두드러졌다. 그리고 사람과 배경을 묘사함에 있어서도 훨씬 구체적이면서 사실적이게 되었다. 빨강 파랑 초록의 원색들이 쓰였지만 조화롭게 그려져 강렬하면서도 딱딱한 느낌이 들지 않았다. 특히 성모마리아의 표정에서 슬픔과 아기예수를 걱정하는 마음이 느껴져서 부드러운 느낌까지 들었다. 그림의 또 다른 특징은 옷의 부드러운 곡선들이다. 성모마리아의 파란 옷 뿐 아니라 요셉이 입고 있는 옷과 모자 심지어 신발까지 예쁘게 주름 잡힌 곡선으로 그려졌다. 이 그림을 보면서 의문스러웠던 점은 성모마리아와 아기예수는 저렇게 아름답고 자애롭게 표현해 놓았으면서, 아기 예수의 아버지인 요셉은 술을 병째로 벌컥벌컥마시며 걸어가는 술꾼처럼 묘사해 놓았는지 이다. 아기예수를 헤롯왕의 손에서 구해내기 위해 이집트로 피신을 가는 상황이 두려웠기 때문일까?
미술관에 언제 갔지 싶을 정도로 그림과는 동떨어진 삶을 살았는데, 내가 이렇게 그림을 감상하고 또 그에 대한 느낌과 해석을 쓸 수 있다는 것이 신기했다. 고대에서부터 이제 중세에 왔는데, 미술의 꽃인 르네상스시대의 미술에선 어떤 작품을 볼 수 있을지 기대가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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