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값등록금과 자원의 평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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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값등록금과 자원의 평등
Ⅰ. 서 론
최근 한국 사회에서는 반값등록금에 대한 요구와 논의가 활발하게 일어나고 있다. 대학등록금의 과도한 인상과 수위에 대항하여 반값등록금을 요구하던 대학생들의 촛불 집회는 학생과 학부모 및 시민사회 일반의 참여와 지지를 확보해나가면서 반값등록금을 촉구하는 조직적인 연대를 강화해나가고 있고, 정부와 정당은 반값등록금을 요구하는 대학생들의 촛불 집회와 사회적 관심이 확대되면서 반값등록금의 현실화를 위한 일련의 조치와 개혁을 제시하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사실 반값등록금은 한나라당이 지난 2006년 지방선거에서 처음 내새워 2007년 대선 이후 대학등록금 부담 완화 정책으로서 정부 정책에 반영한 공약사항이다. 이는 소위 ‘든든학자금’이라고 불리는 취업 후 상환 학자금 대출(ICL) 제도로서 정책화되었는데, 소득 7분위 이하에 직전 학기 평점 B학점이라는 자격 요건을 충족하고 5.2%(2010년 2학기)라는 적지 않은 이자율을 부담해야 한다는 데서, 그 실효성은 물론 진정성마저도 의심 받고 있는 실정이다. 저소득층에 대한 무상장학금이 크게 축소된 사실도 이와 같은 의혹을 뒷받침한다. 따라서 현재 한나라당은 반값등록금에 대한 대책의 하나로서 ICL의 자격 요건과 이자율의 완화를 주장하고 있고, 민주당도 동일한 정책에 대해서 한나라당보다 좀 더 전향적인 입장과 함께 등록금 상한제를 추가적으로 제시하고 있다. 그러나 이는 대학등록금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근본적인 대책은 아니라는 것이 일반적인 견해이다.
한편 대학등록금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근본적인 대책으로는 대학재정 운용에 대한 감독과 국가 재정 지원의 확대 방안이 제시되고 있다. 이는 대학생 등 시민 일반과 전문가 및 정부와 정당 등에서도 공유하고 있는 근본적인 대책이다. 따라서 정부는 감사원을 동원하여 대학재정 운용에 대한 전반적인 감사를 계획하고 있고, 정당은 국가 재정 지원의 적정선을 가용 예산 등을 계산하여 발표하고 있다. 그러나 감사의 수준과 범위에 대한 구체적인 내용은 불분명하고 국가 재정 지원의 적정선과 가용 예산 등에 대해서는 상이한 인식과 태도를 나타내고 있는데, 이는 문제에 대한 현실적이고 정치적인 접근에만 치중한 결과라고 할 수 있다. 감사의 구체적인 내용 혹은 국가 재정 지원의 적정선과 가용 예산 등에 대한 타협과 조정이 가능하기 위해서는 대학재정 운용에 대한 감독과 국가 재정 지원의 확대가 초래할 수 있는 반대급부에 대한 고려, 즉 대학에 대한 정부의 규제와 간섭 및 이로부터 말미암는 문제에 대한 충분한 숙고와 신중한 판단이 전제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다시 말해서 이는 이와 같은 대책을 정치철학적 토대 위에 정초시키는 작업이 선결요건이 되어야 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하에서는 먼저 대학등록금의 현실과 문제의 원인에 대해서 살펴보고자 한다. 이는 대학등록금에 대한 문제의식을 재고하는 동시에 반값등록금이 사회의 최대 현안이 된 배경을 짐작하게 할 수 있을 것이다. 그리고 이에 대한 근본적인 대책으로서 제시되는 대학재정 운용에 대한 감독과 국가 재정 지원의 확대 방안을 정치철학적 관점에서 분석하고 평가해보고자 한다. 이는 문제에 대한 대책의 정당성과 안정성을 확보하는 동시에 대책의 한계에 대해서도 고려해볼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할 수 있을 것이다. 한편 이와 같은 작업은 분배적 정의, 특히 드워킨(R. Dworkin)의 자원의 평등을 통해서 이루어지게 될 것인데, 자원의 평등은 가장 현실적합적인 동시에 충분히 자유롭고 공정할 수 있는 분배적 정의관이라고 생각되기 때문이다.
Ⅱ. 대학등록금의 현실
대학등록금은 최근 10년간만 하더라도 물가상승률 대비 2배 이상 인상되는 경향을 보이고 있다. 정부가 경제위기에 대한 안정화 정책의 하나로서 대학등록금의 동결을 적극 권장했던 09년 이후를 제외하고는, 대학등록금이 매년 최소한도 물가상승률 이상에서 최대한도 4배 이상까지 비정상적인 인상률을 보이고 있는 것이다. 또한 국립대학 등록금의 인상률이 사립대학 등록금의 인상률보다 높게 책정되어 오면서, 국립대학 등록금도 과거와는 달리 결코 낮다고 할 수 없게 되었다. 2010년 국립대학(서울대) 의대의 연간 등록금 최고액은 1,000만원을 넘어서고 있기 때문이다. 물론 사립대학의 경우는 연간 등록금 최고액이 1,000만원을 넘어선지 오래다. 따라서 대학등록금 수준은 OECD 국가들 중에서도 미국에 이어 2번째인 동시에, 가계소득에서도 상당한 비중을 차지하게 되었다.
그 결과 대학등록금을 마련하기 위해서 대학생들 혹은 대학생을 자녀로 둔 학부모들은 최저임금과 부당한 대우를 받으면서도 아르바이트나 고된 노역에 종사할 수밖에 없게 되었다. 심지어 불법 유흥업소를 출입하거나 아니면 대학등록금을 감당하지 못하고 자살하는 사례도 비일비재하게 되었다. 따라서 과거에는 대학을 ‘우골탑(牛骨塔)’이라고 불렀다면 오늘날에는 ‘인골탑(人骨塔)’이라고 부르고 있는 실정이다. 이는 비싼 대학등록금을 마련하느라 사람의 등골이 휘어지거나 뽑힐 만큼 힘들다는 의미이다.
<표 1> 최근 10년간 대학 등록금인상률 및 물가상승률 현황 한국대학교육연구소, 『미친 등록금의 나라』, 개마고원, 2011, p7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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