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숙영낭자전」의 감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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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문내용: 「숙영낭자전」의 감상
작품의 배경과 줄거리
「숙영낭자전」은 조선 후기 봉건질서가 붕괴되었던 시기 창작되었던 소설로서, 작자는 밝혀지지 않았으며, 염정소설, 적강(謫降)소설, 판소리계 소설 등으로 분류된다. 이 소설은 하늘에서 죄를 짓고 지상으로 내려 온 재자가인의 사랑 이야기를 다루었다는 점에서 소재나 구조, 유형적인 면에서 기존의 다른 고전 소설과 많은 변별점이 나타나지 않는다. 그러나 내용이나 사상, 가치관 적인 면에서는 이전에 창작되었던 많은 소설들과 다른 양상을 보이게 된다. 「숙영낭자전」은 한 양반 가문을 배경으로 이야기가 진행되는데, 자식이 없는 부부가 하늘에 기원하여 아들을 낳게 되고 이름을 선군이라고 하였다. 선군은 약관의 나이에 꿈에서 아름다운 선녀를 만나 사랑에 빠지게 되는데, 하늘이 정한 기일을 지키지 않고 선녀와 부부의 연을 맺게 된다. 이후 선군은 아들과 딸을 낳고 행복하게 살다 부모와 부인의 권유로 과거를 보러 가게 되는데, 이때 부인 숙영낭자는 시녀 매월의 모함으로 행실을 의심받고 이에 자결하게 된다. 과거에서 장원 급제한 후 숙영이 죽었다는 것을 알게 된 선군은 죽은 숙영의 혼에 의해 범인을 잡아내고, 누명에서 벗어난 숙영은 하늘의 도움으로 다시 환생하게 된다. 이후 선군은 정숙하고 아름다운 임씨를 둘째 부인으로 맞고 셋은 화목하게 백년해로 한 후 나란히 하늘로 돌아가게 된다.
중세적 가치관의 붕괴
「숙영낭자전」은 이전의 고전소설과 달리 근대적 가치관이 잘 반영된 작품으로서 그 특징을 나타낸다. 즉, 중세 봉건적 질서 속에서 중요시 되었고, 마땅히 지켜져야 했던 관습이나 가치관 등이 아닌 근대의 사회적 욕구가 반영되었다고 할 수 있다. 이 작품에서는 이러한 가치관이나 시대상의 변화가 부모와 자식 간의 대립을 통해 보여 진다. 보편적으로 조선 시대에서는 가부장적 제도 속에서 부모에 대한 효와 가문의 영광이 가장 중요시 되었다. 그렇기 때문에 많은 소설 속에서 등장인물들은 무조건적으로 부모의 말에 순종하고, 지극정성으로 부모를 봉양하는 모습을 보인다. 설령 부모의 처사가 도리나 형평에 어긋나더라도 자식은 그것에 반하기보다 부모의 뜻을 따르고자 하고, 그것이 곧 효라는 이름으로 아름답게 포장되었다. 또 더 나아가 가문의 영광을 위해 노력하는 것은 자손으로서 마땅히 행해야 할 바였다. 이에 반해 이 작품의 주인공 선군과 숙영은 중세적 가치를 대표한다고 할 수 있는 부모와 끊임없이 대립하는 모습을 보인다.
먼저 선군과 숙영은 부모의 결정에 의한 것이 아닌 자율적인 만남을 가졌음은 물론, 부모의 허락 없이 혼인을 하기에 이른다. 이는 요즘 시대에서나 가능한 자유 연예라고 할 수 있는데, 당시 부모의 뜻에 따라 수동적으로 배우자를 맞이했던 관습에서 생각해 본다면 매우 파격적이라고 할 수 있다. 부모의 뜻을 거스르는 경우는 야합에 의한 혼인 이후에도 나타나는데, 부모가 과거 시험을 보기 원함에도 불구하고 선군은 이를 달가워하지 않다가 부인인 숙영이 권하자 그제서야 과거를 볼 결심을 한다. 또 과거를 보기위해 집을 떠나서도 부인을 잊지 못해 부모 몰래 집으로 돌아와 숙영과 밤을 보내는 것도 부모를 기만하는 행위라고 할 수 있다. 마지막으로 부모가 정한 임소저와의 혼인을 거절하는 것도 중세적 시각에서 본다면 도리에 어긋나는 것임이 분명하다.
아울러 추구하는 가치에 대한 차이도 부자간에 갈리는 모습이 나타난다. 부모는 선군이 과거 시험을 봄으로써 관직에 오르기를 바라는데, 이는 선군 개인에게 있어서 명예로운 일이거니와 가문을 빛내는 일이기도 하기에 자식으로서, 또 한 가문의 자손으로 마땅히 행해야 할 의무일 것이다. 그러나 선군은 굳이 과거를 보지 않더라도 집이 부유하므로 이러한 의무를 수행하고자 하지 않는다. 이는 선군이 관직에 대한 의미나 가치를 돈이나 부에 대한 것보다 우위에 두지 않는다는 것을 여실히 보여주는 모습이라고 할 수 있다. 즉, 선군의 태도를 통해 이전까지 물질적 부를 천시하고 학문과 관직, 명예 등을 숭상했던 가치관이 전도되고, 물질적이고 현실적인 돈 또한 그 가치를 인정받음을 알 수 있다.
선군을 통해 드러난 이러한 의식의 전환은 당시의 시대상을 반영했다고 볼 수 있는데, 인간의 본능적인 욕망을 부정하지 않고 이를 적극적으로 추구할뿐더러 현실적 문제에 눈을 돌렸다고 볼 수 있다. 또 집단적 사고와 가치보다는 개인적 문제에 치중하였고, 수직적 가족 질서가 아닌 수평적 가족 질서가 나타나게 된다.
근대 소설로서의 한계
「숙영낭자전」은 중세 시대를 넘어 근대적 가치관을 적극적으로 수용하여 새로운 인물상을 보여 준 작품이라고 할 수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중세적 가치에서 벗어나지 못한 채 봉건적 윤리질서나 의식, 형식을 답습하는 부분도 존재하고 있다. 먼저 작품 속 선군과 숙영의 만남과 혼인, 죽음에 이르기까지는 모두 하늘의 뜻에 의한 바였다는 것이 그것이다. 즉, 이들은 개인적 욕망에 의한 자유로운 연예를 통해 결혼을 하였고, 남녀 간의 애정이라는 지극히 개인적인 욕구에 충실한 모습을 보여주었다. 그렇지만 이러한 이들의 운명은 실은 천상에서 예정되었던 것이 나타난 것일 뿐이다. 선군의 탄생은 물론 이들의 만남과 결혼 그리고 숙영의 환생과 이들의 죽음에 이르기까지 하늘의 뜻은 어김없이 개입되며, 끊임없이 천상의 존재가 나타나 삶의 길을 제시하는 모습이 보여 진다. 이렇게 하늘의 뜻에 의해 인물들의 생이 좌우되기 때문에 하늘의 질서에 반하는 행동을 하였을 때, 이는 어김없이 상응하는 제재를 받게 된다. 바로 숙영의 죽음이 그것인데, 선군과 숙영은 하늘의 질서에 의하면 3년이 지난 후에야 혼인을 할 수 있음에도 불구하고 인간이라는 개인의 의지로 그 뜻을 어기고 혼인을 하였기 때문에 갈등이 나타나게 된다고 볼 수 있다. 즉, 하늘의 뜻을 어긴 죄과로 숙영은 누명을 쓰고 자결하기에 이른 것이고, 하늘의 뜻에 의해 다시 환생하게 된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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