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극감상문] 관객모독을 보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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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05.01.20 / 2019.12.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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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객모독
관객모독은 反연극이란 기치를 내걸고 공연된다. 어떤 특정한 무대소품이나 연출 장치 따위 없이 오로지 배우 4명이 말하는 ‘대사’로 극이 진행된다.
무대 위에는 덩그러니 4개의 의자만이 놓여 있을 뿐 다른 소품을 찾을 수가 없다. 조명도 각각의 의자를 비추는 4개뿐이다. 극이 시작할 때 배우 한 명이 나와 준비되었냐고 묻고 그렇다 응답하면 조명이 꺼지면서 극이 시작된다. 아무것도 분간되지 않고 그저 어둠뿐인 무대 속에서 몇 명이 속삭이는 듯 한 소리가 들려온다. 그 소리는 차츰 커지며 4가지의 색깔을 띤 욕설로 변한다. 배우들이 욕을 한다는 것이 놀랄 법도 하지만 관객모독이란 극명에서 유추할 수 있고 무엇보다 대략의 설명을 듣고 연극을 보러 갔기에 놀라지는 않았다. 조명이 켜지면 무대 위에 4명의 배우가 서 있는데 차림새는 다들 다르다. 의자에 앉아서 하나의 이야기를 죽 이어나간다. 마치 이어달리기에서 바톤을 건네 쥐듯 4명의 배우들이 번갈아 가면서 이야기를 한다. 배우들이 연기하는 인물상이 따로 없어서 개성이 없기에 1명이 목소리를 4가지로 내는 것과 다름이 없다. 그들 자신 또한 말한다. 자신들은 특정 인물이나 사건을 연기 하는 것이 아니라 자신 그대로라고. 무대가 현실과 분리되어 있지 않은 현실이듯, 관객들의 시간 또한 현재와 유리되지 않았듯이, 배우 자신들 또한 자신들과 유리되지 않고 ‘자신‘ 그 자체이다.
그들의 이야기를 귀담아 들어보면 대부분 내용이 관념적인 것들로 채워진 것을 알 수 있다. 대사의 내용이 추상적이고 생각을 해야 만이 이해할 수 있는 내용이었다. 그것보다 나는 대사를 말하는 모습, 즉 형식에 관심을 두었다. 이어말하기 도중에도 다른 배우의 말을 자르며 자신의 대사를 전개하고 다른 배우의 대사가 마무리될 무렵에 추임새를 넣는다. 음악에서 끊임없이 들어가는 코러스와 유사하다는 느낌을 받았다. 대사도 주로 대구형식을 취하고 있는 것이 많아 운율과 비슷한 느낌을 주었다. 4명이서 모두 말할 때가 있는데 같은 말을 할 때나 무대 처음처럼 각 자신의 대사를 다른 배우와는 상관없이 말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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