패러디의 다양한 방식과 패러디의 의의 논문 리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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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문내용
패러디의 정의를 ‘차이가 있는 반복’으로 설정한다면, 이는 ‘낯설게하기’나 ‘대화성’, ‘상호텍스트성’, ‘메타픽션’ 등 텍스트가 쓰여진 시대의 담론과 관계된 개념들과 연계되며 작가는 ‘차이’를 통해 자신의 비평적 거리를 드러내게 된다.
서사 구조와, 인물 구성 그리고 초점화와 서술의 양상 면에서 원텍스트와 비교하여 드러나는 차이를 패러디 텍스트의 의미로 보고, 이러한 의미를 작품이 생산된 사회문화적 조건과 결부시켜 보았다.
이광수의 「허생전」은 작가의 욕망이 과도하여 미적이 손상이 있는 부분도 있지만, 대체로 구성적 동기부여에 의해 확장된 서사 구조나 초인적 지도자로서의 허생의 인물 구성, 내부적 지각의 통어로 허생을 이상화하는 시점과 서술의 양상 등이 준비론적 민족주의라고 하는 작가의 정치적 의도를 패러디라는 문학적 장치를 통해 잘 드러내고 있는 소설이라고 할 수 있다.
채만식의 진보적 리얼리즘은 원텍스트를 패러디하는 과정에서 사실적 동기 부여에 의해 모티프들을 변형, 삽입, 삭제함으로써 작품의 구조를 탄탄히 하고, 시대가 요구하는 현실적이고 합리적인 근대적 인물을 제시하였으나, 구체적 실체로서 성격화하지 못하고 자신의 이데올로기를 전하고자 하는 과도한 욕망으로 지나친 동질화, 지나친 잉여, 지나친 명시성을 보임으로써 패러디의 효과를 제대로 거두지 못한 작품으로 드러난다.
이남희의 「허생의 처」는 지배적인 언술 구조 속에 소외되어 있던 허생 처의 삶을 전경화시키는 서사 구조, 봉건적 선비로 드러나는 허생의 성격화, 주변인으로서 중심의 이데올로기에 지배당하며 살았던 허생의 처인 ‘나’가 자기 스스로의 주체적인 목소리를 갖게 되는 과정을 시점 교차라는 서술 방식으로 보여 줌으로써 페미니즘이라는 작가의 이데올로기를 패러디라는 장치를 통해 효과적으로 드러낸 소설이라고 할 수 있다.
「허생전」패러디소설을 중심으로 살펴 본 한국 현대 패러디소설에서 패러디는 작가의 이데올로기를 드러내는 문학적 장치이며, 그 미적인 효과는 서사 기법을 통해 발휘된다는 것을 밝혀 보았다.
작가들이 패러디를 창작 기법으로 선택했을 때, 그들은 두 가지 측면에서 이점을 누릴 수 있다. 첫째, 통시적으로 오랜 시간이 경과하면서 독자들이 익숙해져 있는 모델을 바탕으로 창작함으로써 쉽게 독자를 확보할 수 있다는 점이고, 둘째, 원텍스트와 상이한 방향으로 서술되는 패러디 텍스트는 낡은 인상과 새로운 인상사이의 공백을 만들어 흥미와 호기심을 높이고, 독서 과정을 연장하고, 텍스트에 의미를 부여하는 데 독자가 역동적으로 참여할 수 있게 해 준다는 것이다.
모든 문학적 양식화가 그러하겠지만 특히 패러디는 담론적 행위이다. 이것은 생산과 수용의 양면이 고려될 때 의도와 효과가 나타난다. 패러디 작가의 입장에서 이것은 원텍스트의 고유한 맥락 속에 자신의 담론을 섞는 과정이고, 독자의 입장에서 보자면 해석적 행위에 참여함으로써 패러디 텍스트의 능동적인 공동 창조자가 되는 것이다. 이러한 패러디의 대화적 특성은 ‘소통’으로서의 문학사에 유효한 척도를 제공한다. ‘독자를 통한 문학 작품의 선행적인 경험에 기인하는’ 수용 미학에 강조점을 둔 새로운 문학사 서술의 척도가 될 수 있다는 것이다. 물론 이러한 소통으로서의 패러디 소설사는 패러디 자체의 형식적 측면과 패러디 작가의 의도와 독자의 인지라는 실용적 측면 외에도 역사적 관점사회적 문맥에서 한 시대의 이념성까지도 고려해야 할 것이다.
낡은 형상의 재강조와 재창조를 통한 새로운 형상의 창조로써 스스로를 끊임없이 재정의하는 역동적 범주인 패러디는 중심의 부재 혹은 문학적 소재의 고갈이라는 시대 인식을 적극적으로 수용하고 민감하게 대처할 수 있는 문학적 장치일 뿐 아니라 ‘소통’으로서의 문학사라는 새로운 패러다임의 척도를 제공하는 기반이 될 수 있을 것이다.
- 이미란, “한국 현대 패러디 소설 연구:「허생전」의 패러디 소설을 중심으로”, 전남대학교 박사학위논문, 199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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