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세와 르네상스의 윤리학 존 홀데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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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세와 르네상스의 윤리학 [ 존 홀데인 ]
1. 서론
중세와 르네상스의 철학을 평가하려고 할 때 겪게 되는 난점 중 하나는 그것이 대단히 생소한 이론적 어휘로 표현되고 있다는 점이다. 이는 비타협적으로 전문성을 고수했던 스콜라 철학의 본성과 관련되어 있다. 또 하나의 문제는 우주의 본성과 그 안에서 인류가 차지하는 위치에 관해 그들과 우리가 세우는 가정이 매우 상이하다는 점이다. 따라서 중세와 르네상스 시기에 전개된 윤리사상의 유형들을 이해하려면 먼저 11세기 말경에 스콜라 철학이 등장하게 된 역사적, 철학적 배경을 밝혀야 한다. 그 후에 13세기 중반부터 14세기 중반까지의 100년 동안에 나타났던 사상들과 논쟁들을 살펴보아야 하는데 이 시기가 중세사상의 전성기이다.
르네상스 윤리학은 두 가지 전통으로 양분된다. 그 중 하나는 후기 스콜라 철학자의 전통인데, 그들은 13세기에 태어난 천재들의 작품을 정교하게 다듬고 종합했다. 다른 하나는 인문주의자들의 전통인데, 그들은 고전적 고대를 되돌아보는 한편 세속화된 정치적 미래를 예견하기도 했다.
2, 교부들로부터 스콜라 철학자들까지
교부시대의 기독교, 즉 교부들의 저작이 중세철학의 가장 오래된 기원이라고 할 수 있다. 이 저작들은 동방 및 서방 교회 소속의 종교적 교사들에 의해서 2~5세기에 저술되었다. 이신학적 저자들의 목표는 그리스와 로마의 철학 사상을 통해 유대교-기독교의 경전과 전통을 해석하는 것이었다. 그들은 중세 및 르네상스 철학에서 지속적으로 표명되었던 대단히 중요한 생각들을 그들의 유신론적 윤리학에 도입했다.
그 중 첫 번째 것이 알렉산드리아의 클레멘트와 그 후의 저자들의 저작에 나오는데, 몇몇 고대 철학자들이 자연적 이성을 사용해서 인간에게 어떤 종류의 삶이 적합한가에 관하여 기독교의 도덕적 교의와 일치하는 결론에 도달했다는 생각이 그것이다. 그리스 철학 중에서도 교부들의 관심을 끈 것은 실천적 추리 또는 ‘올바른 이성’의 발견이었다. 플라톤과 아리스토텔레스는 모두 올바른 행위 방식의 선택과 관련된 이성적 판단 능력이 존재한다고 주장했다. 이 능력을 탁월하게 발휘하는 것이 실천적 지혜라는 지성의 덕을 구성하며, 실천적 지혜의 판결에 부합되는 행위가 도덕적 덕이다.
일반적으로 교부들은 철학적 논변에는 관심이 없었고, 오히려 어떻게 살아야 하는가에 대한 몇몇 결론들이 성경에 나오는 종교적 교의와 일치한다는 데 더 관심을 가졌다. 이는 도덕적 지식의 대안적 모델이 더 유용할 수도 있음을 암시한다. 이 가능성은 계시사상의 난점을 없애 준다. 계시사상에 따르면 직접 계시를 받지 못한 이들이나 계시를 사람들에게 전하지 않은 이들은 그들 자신의 잘못이 아닌데도 구원을 수단을 빼앗긴 것이다. 그러나 만약 이교도들이 덕에 이르는 그들 나름의 길을 이성적으로 사고할 수 있다면, 모든 사람들이 좋은 삶을 살 수 있는 천부의 자산을 똑같이 가지고 있는 셈이다. 이는 실제로 보편적 구원의 은총을 주장하는 하나의 모델이 되었다.
그러나 천부의 도덕적 인식 능력에 대해서는 적어도 두 가지 해석의 가능성이 존재한다. ① 사람들이 이성적 사고 능력을 부여받았다는 뜻으로 해석될 수 있다. (합리주의)
② 문제의 그 자질이 행위의 옳고 그름을 단순하게 직관할 수 있는 일종의 도덕적 감각 능력으로 해석될 수도 있다. (직관주의)
중세 초기와 후기의 저자들은 선과 악을 구별하는 천부의 능력을 신데레시스라고 불렀다. 이 용어를 처음 도입한 사람은 제롬인데, 그는 그것이 우리의 죄를 식별하는 ‘양심의 불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나중에는 특정 행위의 차원에서 선악을 구별하는 능력에 대해 ‘양심’이라는 말을 쓰게 되었다.
스콜라 철학 이전 시기에는 도덕적 사고에 관한 직관주의적 견해가 받아들여지는 경향이 있었다. 이 견해는 성 제롬과 성 아우구스티누스의 저작에서 발견되는데, 이에 따르면 양심은 신의 도덕 법칙을 인간의 영혼 속에 각인된 그대로 드러내는 천부의 능력이다. 현대 기독교의 논의에서도 이런 생각의 일단을 엿볼 수 있다. 아우구스티누스에 따르면 신은 모든 사람에게 도덕법칙을 알 수 있는 양심을 부여했다. 그러나 이 앎은 덕의 충분조건이 아니다. 덕은 또한 의지가 선을 향해 있을 것을 요구한다.
도덕적 인식론에 의해 제기되는 또 하나의 문제는 양심이 드러내는 것의 본성에 관한 것이다. 양심은 도덕법칙을 드러내는데, 도덕법칙의 개념에 대하여 적어도 두 가지 해석의 가능성이 존재한다. 이 두 해석 방식은 모두 중세와 르네상스의 사고에 영향을 미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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