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이팅 게일과 현장 그곳에서의 혁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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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이팅게일과 현장 그곳에서의 혁명
히포크라테스, 갈레노스, 파라켈수스, 토마스 시드넘, 린네, 소바주, 모르가니 등등 셀 수도 없이 많은 분들은 의료발전이라는 기나긴 은하수의 하나하나의 별이셨다. 의학에 종사하는 사람들의 특징인 것일까? 이들은 모두 뚜렷한 개성을 가지며 그 개성을 의학발전의 장에서 맘껏 발휘하셨다.
천재적인 발상에서 시작한 작은 이론들은 현실상에서 도입되며 시행착오를 거쳐 사람들에게 도움이 되는 형태로 자리 잡았다. 이성적이고 논리적인 기준 성립은 분류학 체계를 꽃피게 하였다.
수업시간, 그리고 의료인문학 교과서를 읽으며 매순간 감탄을 했지만 그들은 나와는 너무나 다른 사람으로 느껴졌다. 하지만 단 한명, 그 한분만큼은 내가 노력하면 흉내라도 내 볼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게 하였다.
나이팅게일, 바로 그녀이시다. 의사가 되는 사람이 간호사의 큰 위인 나이팅게일을 존경한다고 하면 비웃을 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비웃는 자 이 글을 보라. 내가 아는 그녀는 그대들이 칭송하는 천재적인 이론가도 아니었으며 새로운 학파를 세운 수완가도 아니었다. 겉보기에는 아무 위인도 아닌 그녀는 하지만 대단한 실천가였다.
그녀의 실천은 간호체계와 위생체계를 바로잡는 것이었다. 그 당시에 간호체계는 기강이 흐트러져 있었으며 위생체계 또한 엉망이었다. 하지만 모두가 알고 있었다. 간호체계와 위생체계를 바로잡으면 의료의 현실이 훨씬 나아질 것이란 것을. 하지만 그 누구도 함부로 실행하지 못했다. 당시의 잘못된 상태로 굳어져버린 관행, 비합리적인 체계의 만연을 고친다는 것은 밖에서 실제로 벌어지는 전투 그 이상의 전투였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녀는 이 모든 고난을 이겨내고 44%의 내원 사망률을 2.2%로 낮춘다. 사망률을 낮춘 것은 획기적인 의학의 진보가 아니었다. 또한 수술도구의 혁명적인 발전도 아니었다. 그것은 단지 당시에 불합리적이고 지극히 당연히 고쳐야 된다고 여겨지는 것들에 대한 물러서지 않는 투쟁과 승리이다.
앞서 넌지시 비쳐서 알겠지만 난 천재가 아니다. 히포크라테스를 비롯해 여러 선배 위인들의 기발한 아이디어를 나는 내지 못한다. 그저 감상하고 감탄할 수 있을 인지능력 정도를 지녔다. 이런 나에게 있어 그들을 존경하지만 롤모델로 삼을 수는 없는 노릇이다.
나의 정의감이 그대의 정의감과 크게 다르지 않다. 나 또한 종종 정의를 엎누르는 부조리 앞에 고개 숙일 때가 많다. 하지만 확실한 한 가지는 그러한 부조리 앞에서 움츠릴 지언정 그것이 지극히 옳지 못하다면 맞서 싸워야 한다. 그래서 앞으로 나는 이런 일을 하고 싶다. WHO라고 하는 국제보건기구가 있다. 의료사회에서 내가 노력한다면 할 수 있는 자리가 될 것 같다. 자본주의와 민주주의가 기본으로 전제되는 세계 사회질서 속에서 우리는 종종 민주주의 없는 힘의 자본주의를 목격한다. 약육강식은 오랜 역사동안 우리를 지배하는 기본적인 질서다. 어젯밤 꿈속에서 본 것과 같은 어린 마음으로 이 당연한 질서를 거스르자고 말하고 싶은 게 아니다. 하지만 약육강식의 기본적인 전제는 공존이다. 사자의 사냥을 보면 우리는 이 의미를 알 수 있을 것이다. 오늘날 강함에 도취되어 기본적인 전제를 잊어버리는 미쳐버린 약육강식이 때때로 일어나고 있다. 모두들 이것이 잘못된 것인지 알지만 쉽게 언뜻 나서려 하지 않는다. 쉬운 일이 아님을 알고 있음으로.
좀 큰물에서 인류에 기여하는 의료인이 되고 싶은 천재가 아닌 나에게 있어 이 같이 좋은 기회가 있을 수 있을까? 의료사회에서 위에서 언급한 바와 같은 부조리를 없애고 합리적인 기강을 잡는데 기여하는 것이 바로 나의 길 일거라고 확신한다.
앞으로 더 부지런해져야겠다. 앞으로 더 실천하는 지성인이여야 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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