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세의 문예이론 르네상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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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세는 대략 기원후 500년부터 1500년까지를 가리킨다. 이 시기는 흔히 신앙의 시대 또는 암흑기로 알려져 있다. 오랜 영화를 이끌어 오던 그리스 로마 문명이 게르만족, 구체적으로는 고트족의 침입에 의해 멸망한 뒤 유럽 지역에 나타난 특징적인 문화가 중세라는 이름으로 포괄된다. 그러나 이 시기는 우리가 알고 있는 바와 같이 암흑기였던 것은 아니다. 그리스 로마 문명과 다른 성격을 가졌지만 근대문명을 탄생시키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한 나름의 독특한 문화가 발전하고 있었던 것이다. 서양 문명을 헬레니즘과 히브리즘이란 두 축을 중심으로 발전한 문명으로 파악할 때 중세는 기독교 중심의 세계관을 가진 히브리즘이 중심적 역할을 한 시대라고 할 수 있다. 중세는 로마제국의 영토 안에 게르만족이 자리를 잡는 것과 함께 시작된다. 최초에 중세를 특징짓는 것은 신앙의 확산이었다. 중세유럽은 종교적 통일과 새로운 경험이 맞부딪히는 시대였다. 르네상스 이후 각 민족이 자립적인 정치체제를 갖추고 개인의 개성과 자유를 보장하는 사회체제를 성립시켰던 사실은 중세가 지녔던 보편성의 일면을 보여주는 것이다. 신앙의 시대인 중세를 지배한 서양의 철학은 스콜라 철학이었다. 스콜라철학이 담당한 역할은 당시 지배적인 위치를 지니고 있던 아리스토텔레스의 철학적 전통과 교회의 교리 체계를 일치시키는 일과 이교도적인 문필가들에게 맞서 교회의 교리를 수호하는 것이었다.
중세의 문학은 시기별로 많은 차이를 지니고 있다. 중세 초기의 문학은 무질서의 시대에서 새로운 중세적 질서가 확립되어 가던 시대의 이념을 잘 나타내고 있다. 영웅적인 인물의 생활과 정신을 중심으로 하여 문학이 창작되었던 것이다. 이러한 양상은 중세를 가로지르고 있으며 12c 프랑스 작품인《롤랑의 노래》에까지 이어지고 있다. 이 작품은 샤를마뉴의 정복 전쟁을 소재로 하여 봉건사회의 이념을 잘 드러내고 있는 작품이다. 778년에 실제로 일어났던 사건이 소재로서 샤를마뉴대제가 북부 스페인의 전쟁에서 승리하고 돌아오던 길에 가스코뉴인들의 습격을 받아 군대의 후위가 전멸한 사건을 중세적 이념에 맞게 변용한 것이다. 《미메시스》의 저자 아우어바흐는 이에 대해 다음과 같이 말하고 있다. 이 작품은 결코 새로운 얘기가 아니며 객관적 삶의 좁은 영역만을 묘사했다. 이 이야기는 봉건사회 상류계층의 공적만을 다루고 있으나 일반 민중에게도 호소했다. 이러한 무공시는 모든 사회계층에게 하나의 영향력이었고 힘이었다는 사실은 11c 말, 성직자들이 자신들의 목적을 위해 영웅서사시를 이용하기 시작했다는 사실이 잘 보여주고 있다. 11~13c의 청중들에게 있어 영웅서사시는 역사였던 것이다.
《롤랑의 노래》가 지닌 중세적 이념의 성격은 많은 기사도 소설의 주제에 빈번하게 등장한다. 그러나 중세 후기에 속하는, 또는 중세적 이념의 대단원에 속하는 단테의 《신곡》에 이르면 그 성격은 크게 변화된다. 이 작품은 루카치에 따르면 보편성이 지배적 범주로 작용하면서도 뛰어난 예술적 형상성을 획득한 세계 문학 사상 유일무이한 작품이다. 작품은 지옥, 연옥, 천국 편의 3부로 구성되어 있다. 각기 33편의 칸토(曲)으로 구성되어 있고 1편인 지옥에 서론이 달려 있어 총 100칸토인 것이다. 이것은 완벽한 수인 10의 제곱을 나타내는 것으로서 작품의 유기적 전체성을 상징적으로 보여준다. 그리고 각 부는 동심원의 구조를 이루면서 확대된다. 이처럼 《신곡》은 중세적 이념의 획일적 보편성을 나타내기 위한 치밀한 구성을 가지고 지옥과 연옥, 천국을 차례로 여행한 것의 기록으로서 여행자의 윤리적 정신적 체험을 추상적인 수준에서 보여주지만 그 세부에 있어서는 당대의 사회 현실에 확고한 토대를 가지고 있었다. 이것은 《신곡》이 거시적인 차원에서는 비통일적이고 첨가적이며 병렬적인 중세의 구성 양식을 따르고 있지만 세부에서는 사실적이고 경제적인 방식으로, 구어체와 유머러스한 문체를 사용하면서 다양한 어조로 현실의 문제를 형상화했다는 것을 의미한다. 그것은 이상과 현실, 역사와 전설이 만나는 마당이 되는 것이다.
이와 같은 양태는 소설의 선구자로 알려져 있는 보카치오의 《데카메론》에서 좀 더 심화된다. 《데카메론》은 《신곡》과 마찬가지로 100편의 이야기로 구성되어 있다. 이것은 중세적 이념이 보카치오에게도 작용하고 있음을 입증하는 사실이지만 《신곡》에서처럼 내세에의 여행이 아니라 현실에서 진행되고 있는 사건이고, 흑사병의 창궐이라는 이야기 전개의 단서가 역사적 사실과 밀접한 관계가 있다는 점에서 차이를 드러낸다. 《데카메론》이란 10일 이야기라는 뜻이다. 흑사병을 피해 교외의 별장에 피신한 7명의 귀부인과 3명의 신사가 무료를 달래기 위해 열흘간 매일 주제를 바꾸어 가며 전개한 이야기들로 이루어져 있다. 주네는 왕이나 여왕으로 뽑힌 사람이 자유롭게 정하는 것으로서 예컨대 ‘고난 끝에 행복이 온다’, ‘그 사랑이 불행한 결말로 끝난 사람들’과 같이 이야기의 패턴을 나타내든가, 인물의 유형을 나타내는 말들로 되어 있다. 《데카메론》은 교황에서 귀족, 신사, 숙녀, 예술가, 공증인, 의사, 농부 등 다채로운 인물을 등장시켜 사회의 여러 국면을 드러내는 이야기를 펼친다. 이 점에서 단테의 《신곡》이 신의 길을 나타내는 작품이라고 하면 《데카메론》은 사람의 길을 보여주는 ‘인곡’이라고 불려 마땅한 내용을 담고 있다. 거기에는 삶에 대한 애착과 고뇌가 깊이 아로새겨지고 있는 것이다. 아우어바흐는 《데카메론》의 특징을 사랑할 수 있는 권리에 뿌리박은 완전히 실제적이고 세속적이며 확연한 도덕률을 발전시키는데 그것은 본질적으로 반기독교적이라고 말하고 있다.
2. 르네상스 시대의 사회와 문화
르네상스는 재생이나 부흥을 나타내는 말이다. 이 시대는 고전고대의 문화를 부활시킨 것이고 과거의 찬란한 문화가 당대의 예술가나 작가에 의해 새롭게 창조되었음을 나타낸다. 이것은 르네상스의 번역어인 문예부흥이라는 말에서도 엿보이는데 그것은 그리스 로마의 영화로운 문예를 부흥시켰음을 분명히 명시하고 있다. 그러나 고대에 대한 관심은 중세에도 지속되고 있었으며 르네상스 또한 새로운 역사가 아니라 중세의 지속이면서 또한 새로운 시대의 개막이라는 성격을 지니고 있다. 이러한 인식은 르네상스가 중세와 동일성을 유지하면서도 질적인 차이를 갖게 되었음을 의미한다. 이에 대해 하우저는 르네상스가 이룬 질적 변이에 대한 새로운 인식을 다음과 같이 제시하고 있다. 르네상스에서 괄목할만한 점은 한마디로 표현해서 예술품이 하나의 자연 연구가 되었다는 점이다. 르네상스가 시작하면서 일어나는 변화란, 형이상학적인 상징이 완전히 사라지고 그 대신 예술가의 목적이 점차 더 단호하게 그리고 더 의식적으로 감각 세계의 묘사로 좁혀지고 있는 데 불과하다. 사회와 경제가 교리의 속박에서 벗어나는 정도에 비례해서 예술 또한 점차로 아무런 스스럼없이 직접적인 현실 세계로 눈을 돌리게 된다는 것이다.
하우저가 지적하는 것은 르네상스에서 나타난 특질이란 중세에 없던 것이 새롭게 나타났다기보다는 그것들이 전면적이고 체계적이며 의식적인 것이 되었다는 점이다. 르네상스는 대략 1100년경에 태동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것은 중세가 가져다준 선물 가운데서 가장 뛰어난 선물인 도시의 발달과 긴밀히 연관된다. 이탈리아는 도시의 발달이 화폐경제와 상공업의 발달로 이어지는 조건에서 다른 유럽 지역보다도 확실히 우월한 조건에 있었다. 르네상스가 이탈리아에서 발흥된 것은 이러한 조건들이 서로 부합되었다는 데 큰 힘을 얻고 있다. 이러한 현상은 여러 학자들과 예술가들이 도시의 흥륭을 따라 움직였던 것과 긴밀히 연결되어 르네상스 초기에 피렌체, 그 뒤로는 로마, 베네치아가 르네상스의 수도 역할을 맡아 했던 것과도 맥을 같이 한다. 15c 후반에 들어서 이탈리아의 르네상스 문화는 절정에 달한 느낌을 주었고 이웃인 프랑스와 네덜란드 등에 파급되면서 전 유럽적인 현상으로 도약할 수 있는 기반을 조성했던 것이다.
르네상스 시대의 근본 사조는 인문주의이다. 14c부터 두드러지기 시작한 인문주의는 말뜻 그대로 인간을 모든 사고의 중심에 놓음을 의미한다. 개인주의가 인문주의의 이면을 형성하면서 싹트게 되는 것은 인문주의가 허용한 비판의 자유가 사상의 자유를 재래하고 거기에서 자유로운 개성의 신장이 보장됐기 때문이다. 르네상스 이후의 개인주의는 자기반성적인 개인의식, 이에 대한 사회적인 공인. 이것의 적극적 고양을 중심 내용으로 하는 것이다. 르네상스 문화의 특징을 이루는 원근법과 그와 결부된 통일성의 원리는 중세의 문화와 대비를 통해서 명확하게 파악할 수 있다. 중세의 정신적 지주였던 기독교는 우상숭배를 엄격히 금지함으로써 감각으로부터 절연된 것이 더 중요한 의미를 지니기 때문에 예술은 감각적 직접성보다는 상징성을 우위에 놓게 된다. 이는 예술이 최소한의 의미만을 전달하는데 만족하도록 했으며 이것은 예술에서는 매우 혹독한 부정적인 현실이지 않을 수 없다. 예술은 감각적 자극을 필수적인 요소로 하고 있으며 그것을 바탕으로 정신적 세계로 전진할 수 있는 것이기 때문이다. 르네상스의 인문주의는 바로 이런 중세 시대의 예술이 처한 부정적인 현실을 전복하는 의미가 있었다. 인문주의는 세계에 대한 새로운 이해, 인간에 대한 새로운 이해를 통해서 감각적 직접성을 되찾을 수 있기 해 주었음은 물론 현실의 시공간을 재구성할 수 있게 함으로써 새로운 미학의 탄생을 가능하게 했다. 이 미학은 원근법을 통해 가장 극명하게 나타난다.
르네상스 이전에 원근법에 상응하는 것이 예술에 전혀 없었던 것은 아니나 르네상스의 원근법은 그것을 우연적인 기법이나 방식에 국한되지 않는 예술의 원리로 격상시켰다. 원근법은 묘사되는 대상을 관찰하는 주체의 관점에 따라, 그 대상에 부여되는 중요도에 따라 묘사하게 해주었다. 여기서 관찰자 또는 이야기하는 사람의 관점이 중요시되고 그것의 정당성이 문제로 등장하게 된다. 관점이나 화자는 관련 없는 것처럼 보이는 사물들에 집중성을 부여하고 통일성을 구비하게 한 것이다. 이것은 고대의 공간묘사, 시간의 처리가 서로 관련 없는 부분들을 합친 일종의 구성체였음에 비추어 근본적인 변혁에 해당한다. 원근법과 그와 결부된 통일성의 원리는 특정 사물에 대한 집중된 관심을 요구하며 그것이 완결된 자율적 세계로서 통일되어 모든 부분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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