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소년 루키즘 Lookism 과연 미디어 의병 폐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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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루키즘(Lookism), 현재 우리 사회에 존재하는 대중문화 현상의 단면이다. 루키즘이란 사회 속 인간관계가 외모에 따라 다르다는 외모지상주의 look과 ism이 합성된 신조어로 외모가 개인 간의 우열과 성패를 가름한다고 믿어 외모에 지나치게 집착하는 것을 의미한다.
교육정책의 변화와 미디어의 영향으로 청소년들의 미에 대한 관심과 욕구가 지속적으로 높아지고 있으며, 이는 ‘청소년 문화’라는 하위문화의 형성에도 많은 영향을 끼치고 있다. 외모에 대한 청소년들의 관심과 갈망이 대중문화의 또 다른 흐름을 형성하고 있는 한편, 이런 현상을 우려하는 시선 역시 함께 커져가고 있는 상황에서 청소년들의 루키즘 현상의 원인과 그 본질에 대한 보다 심층적인 관점과 판단이 필요하다.
얼마 전 한 언론 매체에 보도된 기사 내용에 따르면 청소년들의 루키즘 현상을 조장하는 결정적 요인은 미디어에 있다고 한다. 예민한 감성을 지닌 청소년들은 유행의 흐름과 변화에 즉각적으로 반응하기 때문에 미디어에 등장하는, 소위 ‘트렌드세터’로 불리는 유명인들의 스타일을 그대로 모방하려 한다. 아울러 이러한 행위를 통해 자아정체성을 형성하며 스스로의 가치를 재인식하고 재평가하기도 한다. 이는 최근 아이돌 그룹들의 대거 등장으로 인해 청소년들이 미적 가치를 판단하는 기준이 ‘하얀 얼굴, 마른 몸매’등 획일적인 경향을 보이고 있다는 사실을 통해서도 알 수 있다. 역으로 화장품이나 패션 용품 등을 생산하는 기업들은 청소년들의 이런 심리를 상업적으로 이용하여 신제품 개발을 통해 끊임없이 새로운 유행을 조장하는데 일조하고 있다. 일례로 더페이스샵, 에뛰드 등과 같은 로드샵에서는 청소년 소비자층을 타겟으로 한 제품들을 저렴한 가격으로 판매하여 그들이 부담 없이 쉽게 구매할 수 있도록 유도하고 있다.
언론에 보도된 연구 결과들과 같이 청소년들의 외모에 대한 지나친 관심과 그릇된 미적 가치관이 과연 미디어의 영향에 의해서만 초래된 현상이라 할 수 있을까? 2012년 5월 14일부터 일주일간 수도권 지역에 거주하는 남·녀 초·중·고등학생 55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 조사에서는 기존에 발표된 것과는 다른 결과가 나타났다.
우선 루키즘(lookism) 현상의 실태에 대한 구체적인 조사에 들어가기에 앞서 학생들이 현재 가지고 있는 가장 큰 관심과 고민거리는 무엇인지 알아보았다. 학업, 외모, 이성 문제, 미래, 기타 등의 보기를 제시하고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보기부터 선택해 보도록 하였다. 조사 결과, 예상 외로 성별과 연령에 관계없이 대다수의 학생들이 유사한 순서로 제시된 보기들을 나열하고 있었다. 전체 응답자 중 68%의 학생들이 공통적으로 학업과 미래에 대한 고민을 가장 많이 하고 있었으며, 외모와 기타, 이성 문제 순으로 뒤를 이어, 현재 학생들은 자신의 외적인 측면보다는 불투명한 장래와 진로에 대해 더 많은 고민과 관심을 가지고 있었다. 그러나 자신의 외모와 스타일에 대해 콤플렉스를 가지고 있는 지의 여부를 물어보는 문항에서는 전체 응답자의 61%(333명)가 ‘있다’고 대답해 과반수가 넘는 학생들이 자신의 외모에 만족하고 있지 않는 것으로 밝혀졌다.
청소년들이 자신의 외모에 어느 정도의 투자를 하고 있으며, 루키즘과 관련된 사회적 현상들에 대해 어떤 의견을 가지고 있는지 조금 더 구체적으로 살펴보기 위해 성형, 화장, 패션 등 세부적으로 주제를 나누어 문항별 조사를 진행하였다. 먼저 성형과 관련하여 살펴 본 결과, 자신의 콤플렉스를 극복하기 위해 성형을 할 의사가 있는지의 여부를 물어보는 문항에서는 전체 조사 대상자의 71%인 388명의 응답자들이 ‘없다’고 답해 자신이 직접 성형을 하는 것에 있어서는 비교적 부정적이거나 관심을 많이 가지고 있지 않은 것으로 드러났다. 반면 성형할 의사가 있다고 답한 학생들이 성형을 하고 싶어 하는 가장 큰 이유로는 ‘자기 불만족’을 들었고, ‘학교에서 외모로 인한 스트레스를 받아서’라는 답변이 뒤를 이어 청소년들은 스스로의 외적 가치를 인식하는 과정에서 친구나 동료 등 주변인들의 평가와 영향에 민감하게 반응하는 경향을 보였다. 서울 ㅅ 초등학교에 재학 중인 김○○양(12)은 “얼굴이 예쁜 친구들은 친구들도 많고 인기도 많다. 그에 비해 나는 뚱뚱하고 얼굴도 못생긴 것 같아 많은 친구들과 어울리며 놀고 싶어도 친구들에게 적극적으로 다가가는 것이 자신이 없다."고 밝혀, 청소년들이 스스로의 외적 가치를 인식하며 평가하는 과정이 초등학교 시절부터 비교적 빠르게 나타나고 있음을 확인할 수 있었다. 즉, 청소년들은 초등학교에 입학하는 그 순간부터 학교라는 집단에서의 2차적 사회화 과정을 통해 자의식을 완성해 가므로, 미디어나 매스컴에 등장하는 연예인들의 영향을 받기 보다는 친구나 주변인들과의 관계 속에서 자신의 외적인 가치를 형성하고 평가하고 있는 것이다.
다음으로 요즘 방송과 기사에 흔히 보도되는 연예인 또는 일반인들의 성형 고백 소식과 관련해서는 전체 응답자 중 53%가 ‘관심 없다’라고 답했고, ‘그리 좋아 보이진 않는다’는 답변이 28%를 차지해 뒤를 이었으며, 나머지 19%의 응답자들만 당당해서 보기 좋다라는 긍정적인 답변을 택했다. 매스컴에서는 성형의 위험성을 알리는 노력보다는 유명인을 비롯한 일반인들이 성형으로 인해 얻게 된 아름다움에만 주목하고 있는 현상이 만연한데 비해, 청소년들은 이에 대해 주로 무관심하거나 부정적인 반응을 보여 미디어의 보도 내용을 맹목적으로 추종하지 않고, 비교적 여과해서 수용하고 있었다.
성형에 이어 화장에 대한 의견과 경험에 대해서도 조사를 진행했다. 화장의 기준은 임의적으로 스킨, 로션, 선크림을 제외한 화장품들을 이용한 경험이 있는 것으로 규정했다. 첫 번째로 화장을 한 경험에 대해 물어보는 문항에서는 전체 응답자의 61%인 336명이 ‘없다’라고 답해 화장 경험이 있는 학생들의 비율을 훨씬 앞섰다. 화장을 한 경험이 있다고 답한 학생들을 대상으로 얼마나 자주 화장을 하는지, 경험의 빈도를 추가적으로 물어본 결과 ‘하루에 한번’이라고 응답한 학생들이 34%로 가장 높게 나타났다. 화장을 하지 않는 학생들의 비율이 더 높지만, 일부 화장을 하는 학생들의 경우 친구들과 어울려 놀러 다닐 때뿐만 아니라 평소 학교를 다닐 때에도 화장을 하고 다니는 경우가 많아 스스로의 외모에 많은 관심을 가지고 투자를 하고 있었다. 또한 특이하게도 남학생 응답자들의 12%는 화장을 하는 것으로 나타나 소수의 남학생들은 자신의 외모에 많은 관심을 가지고 있었다. 이런 현상이 발생하는 원인으로 메트로 섹슈얼족의 증가에 따른 남성 외모에 대한 사회적 인식의 변화를 배제할 수 없다. 메트로 섹슈얼족은 도시에 살면서 패션, 미용 등 여성적 라이프 스타일에 적극적으로 관심을 기울이고 내면의 여성 취향을 긍정적으로 즐기는 남성층을 일컫는 말로,메트로 섹슈얼족의 발생과 증가가 새로운 문화 현상으로 자리매김하면서 수 많은 언론과 매체에서도 이런 남성들의 아름다움과 라이프 스타일등에 주목하며 이에 대해 앞 다투어 다루고 있다. 남성들 사이에서도 아름다움이 경쟁력의 하나로 여겨지고 있는 것이다. 미디어에 무방비로 노출된 청소년들의 경우, 이와 관련된 영향을 더 쉽게 받을 수 있을 것이라 예상했다. 그러나 평소에 화장을 하고 다니는 남자애들이 있냐는 질문에 서울 ㄱ 고등학교에 재학 중인 이○○군(18)은 “화장은 여자애들이 하는 거 아닌가요? 주변에 화장하는 애들도 없고, 화장을 꼭 해야 할 필요성도 못 느껴요.”라는 답변을 했고, 남자들이 화장을 하는 현상에 대한 생각을 물어보는 문항에서도 전체 남학생 응답자의 58%가 부정적인 시각을 가지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반면 여학생 응답자의 57%는 개성있어 보인다내지, 외모의 부족한 점을 보완할 수 있어 나쁘지 않다고 답해 남성이 화장을 하며 외모를 가꾸는 현상을 바라보는 남녀 응답자들의 시각에 다소 차이를 발견할 수 있었다.
화장이나 패션에 관한 정보의 출처로는 전체 응답자의 43%가 인터넷을, 42%가 주변 친구들이라 답해 정보원으로서는 인터넷과 주변인들의 영향이 비슷한 비율을 차지하고 있었고, 그 뒤를 이어 TV, 기타, 잡지의 순으로 학생들이 화장과 패션에 관한 다양한 정보들을 얻고 있었다. 청소년들이 외모지상주의와 관련해 미디어에 등장하는 많은 현상들을 여과해서 받아들이고는 있지만 외모를 가꾸는데 있어 주변인들 뿐만 아니라 미디어 역시 여전히 주요 정보원의 역할을 하고 있기 때문에 미디어의 영향으로부터 완전히 분리되어 있다고 볼 수는 없다. 서울 ㄱ 중학교에 재학 중인 한○○양(15)은 "친구들끼리 신상(새로운 상품)에 대한 정보를 많이 교환하고, 인터넷에서 같이 찾아보기도 한다."고 답해 청소년들은 주변 친구들과 미디어가 제시하는 유행에 동시에 반응하기도 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사회생활을 하거나 인간관계를 맺는 경우, 외모와 몸매 등 외적인 측면이 끼치는 영향력에 대한 의견을 묻는 문항에서는 81%의 학생들이 외적인 측면이 영향을 끼친다라고 답했다. 청소년들은 스스로의 외모를 가꾸는 행위에는 비교적 소극적인 편이지만, 성공적인 사회생활과 인간관계의 형성에 있어 개인의 외모는 중요한 요소로 작용하고 있다고 생각하는 것이다. 이 밖에도 55%의 응답자들이 이성을 볼 때 외형적인 모습을 많이 본다고 답해 청소년 시기에도 이성과의 관계 형성, 또는 교제에 있어 개인의 외모가 비교적 많은 영향을 끼치고 있었다.
청소년 루키즘 현상은 지금까지 많은 언론에서 보도된 내용들처럼 미디어의 영향에 의해 발생된 일시적인 사회 현상이라 단정할 수 없다. 청소년들은 외모를 가꾸고 외형적으로 보이는 것들을 판단함에 있어 피상적이며 일방적인 미디어가 강조하는 내용들 보다는 주변 친구들과의 관계 형성과 그로 인한 사회화 과정의 영향을 더욱 많이 받고 있었다. 또한 청소년들의 화장 실태에 대해서도 그동안 매스컴에서 흥미를 끌기 위해 과장하여 다룬 측면이 적지 않아 수용자들은 이 점 역시 고려하여 조금 더 객관적인 시각으로 청소년 문화를 바라 볼 필요가 있다. 실례로 최근 KBS2의 예능 프로그램 <스펀지>에서는 ‘엄마가 모르는 아이의 비밀-아이의 화장’ 편을 방영하여 청소년 루키즘 현상의 문제점을 부각시킨 바 있다. 이는 시청자들이 청소년 문화의 일부일지도 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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