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이버 공간과 정치커뮤니케이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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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문내용
오늘날 새로운 커뮤니케이션 도구로서 인터넷의 발전은 공공생활의 전통적인 개념과 판이하게 다른 새로운 종류의 공공성(publicness)을 창출하고 있다. 이처럼 인터넷을 통해서 형성되는 매개된 공공성은 특정한 공간적-시간적 장소에 얽매이지 않는다는 의미에서 비(非)장소화된 공간이라는 특성을 가지며, 특히 이 공공성은 매개물의 내용이 전적으로 미리 제한될 수 없다는 점에서 개방적인 것이다. 바로 이러한 속성은 정보의 흐름에 변화를 가져오며, 정치과정의 변화 또한 초래하는 동인이 되고 있다. 정치학자들은 이를 전자민주주의 시대가 도래하고 있다고 진단하고 있다. 여기서 말하는 전자민주주의란 정보통신기술을 활용하여 개별적집단적으로 주요 정치적정책적 이슈에 대하여 직접적으로 의견을 제시함으로 시민의 정치참여를 보다 용이하게 하고 직접적참여적인 민주주의를 가능하게 하는 정보화 시대의 민주주의를 의미한다.
이러한 정치구조의 변화는 주권자인 국민들이 기존의 대의제 민주주의에서 정보통신기술을 활용, 어느 정도 직접 참여가 가능한 참여민주주의적인 정치환경을 가짐으로써 가능하다. 오늘날 많은 네티즌들은 인터넷의 전자 게시판이나 대화방 등을 통해 특정 정치 현안이나 정책 사안에 관심을 갖는 사람들과 집단적 의견, 즉 여론을 형성하고 이를 정부나 국회 등 관련기관에 전달하는 방법을 모색함으로써 기존의 시민사회(input) → 정당 → 입법부 → 행정부 → 결과(output)라는 단선적인 정치과정과는 달리, 시민사회 → 정당은 물론, 시민사회 → 입법부, 시민사회 → 행정부로의 직접적인 의견전달이 가능하게 됨으로써 정치과정의 변화는 불가피한 것이다. 또한 각 정치인이나 정당, 정부의 각 부처, 각급 단위의 지방자치단체들 역시 각종 정보통신망을 활용해 자신들의 입장이나 정책을 홍보하고 지지를 동원하는 경향이 커지고 있는데, 이 역시 시민사회 영역의 정치사회 영역으로의 관심을 촉구함으로써 정치과정의 변화를 촉진하는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이제 일반시민들도 인터넷과 같은 통신매체를 적극 이용함으로써 과거와는 달리 훨씬 쉽게 여론을 조성하여 과거와는 달리 훨씬 능동적이고, 쉽게 참여할 수 있는 기회를 갖게 되었다. 디지털혁명이 새로운 민주주의의 지평을 확장시켜주고 있는 것이다. 그렇다고 해서 디지털혁명으로 인해서 기존의 대의민주주의가 직접민주주의로 전환되기는 아직 이르다. 어느 정도 직접민주주의적인 요소가 꾸준히 확대되겠지만 그것은 다만 대의민주주의를 보완하는 수준에서 그칠 것이다.
2. 네트워크 사회와 사이버정치
- 2002년 대통령 선거를 거치면서 우리 사회에서도 인터넷의 정치적 활용과 그 효과에 대한 논의와 관심이 높아지게 되었다. 물론 선거운동에서 홈페이지를 만드는 등 인터넷을 정치인들의 홍보 매체로 활용하기 시작한 것은 훨씬 이전의 일이지만, 이러한 인터넷의 정치적 효과의 위력이 확인되었고 또 본격적으로 활용되기 시작한 것은 아무래도 2002년 새천년민주당 국민참여경선 과정에서 노무현을 사랑하는 사람들의 모임 (이후 노사모라 칭함)의 활동을 확인하고 난 이후의 일이라고 생각된다. 노사모는 인터넷이라는 가상공간에서 만들어진 자발적인 정치인의 팬클럽이었지만 노무현 후보의 지지를 확산시키고 조직화하는데 매우 중요한 역할을 수행했다. 이러한 인터넷의 위력은 2002년 대통령 선거 하루 전날 밤 정몽준이 노무현에 대한 지지를 철회한다는 결정을 전격적으로 내린 후, 노무현 지지자들이 자발적으로 인터넷 공간의 여기저기를 찾아다니며 노무현에 대한 지지 규합을 호소하고 다녔고 그것이 노무현의 당선에 중요한 기여를 했다는 확인되지 않은 세간의 평가로 인해 더욱 확대되는 양상을 띄게 되었다. 또한 2002년 선거 과정에서 오마이뉴스나 프레시안과 같은 인터넷 언론이 적지 않은 영향력을 갖게 되었고 실제로 노무현 대통령은 당선 후 오마이뉴스와 첫 인터뷰를 갖기도 했다. 2002년 대통령 선거 개표 이후 오마이뉴스는 실제로 대한민국의 언론 권력이 교체되었다는 선언까지 했다 (한겨레신문 2003년 5월 15일). 이러한 선언은 물론 다소 성급하고 과장된 것이지만 과거에 비해 인터넷이 정치적으로 미치는 영향이 크게 증대되었다는 데 대해서는 어느 누구도 부인하기 어려울 것이다.
(1) 여론 형성과 의제 설정 기능
인터넷의 가장 강력한 기능은 누구나 접속할 수 있다는 개방성과 정보 유통의 신속성일 것이다. 바로 이러한 특성 때문에 인터넷은 여론 형성에 강력한 영향을 미치게 된 것이다. 이에 따라 여론 형성과 거기서 비롯되는 정치과정상의 특성이 과거와는 다른 형태로 변모하여 나타나게 되었다. 우선 과거에는 정당이나 언론, 이익집단 등을 통해 조직화된 여론을 형성하여 정책 결정에 영향을 미치는 정치 과정상의 흐름이 인터넷의 등장 이후에는 이러한 채널에 의존하지 않고 직접 그 과정에 참여할 수 있는 기회가 마련되었다. 다시 말해서 과거 정당, 언론, 이익집단 등이 여론의 형성, 전달 과정에서 누렸던 게이트키핑(gatekeeping)이나 의제 형성 (agenda setting)의 권한이 인터넷의 등장 이후에는 불가피하게 축소될 수밖에 없게 되었고 과거 이들 중간 매개 집단이 지니고 있던 그러한 권한과 기능이 사실상 인터넷을 사용하는 모든 이들에게 개방된 셈이다. 그러나 이보다 더욱 중요한 점은 이러한 인터넷상의 토론 과정이 (특히 젊은 네티즌들의 경우) 정치 사회화의 주요한 역할도 수행하고 있는 것으로 보아야 한다는 것이다. 네티즌들 사이에서 만들어지는 사회관계 (혹은 공동체)의 특성에 대해서 강정인 등 (2002: 110)은 인터넷 사용과 인터넷을 통한 동호회 활동이 네티즌의 의식변화에 영향을 주고 있다고 보았는데 이러한 현상은 바로 인터넷을 통한 정치 사회화의 기능을 보여주는 것이다. 다시 말해 인터넷상에서의 정치적 토론을 통해 특정 사건을 해석하고 바라보는 시각의 형성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것이다.
(2) 집단 형성 기능
다원주의 집단이론에 따르면 이해관계가 존재하는 곳에 집단이 형성된다.
그러나 인터넷상에서의 집단 형성은 구체적인 이해관계뿐만 아니라 유사한 관심사와 흥미가 있다면 생겨날 수 있다. 다음(daum) 등 각종 포탈 사이트에는 수많은 인터넷 공동체, 인터넷 동호회가 존재한다. 집단에의 가입 및 활동의 비용이나 부담이 오프라인에 비해 매우 적다는 것이 인터넷상의 활발한 집단 형성의 주요한 원인이 될 수 있을 것이다. 물론 인터넷상의 대부분의 집단은 동호회나 친목단체 등 비정치적인 성격을 갖고 있지만 이러한 경우라도 상황에 따라서는 정치적인 의사를 표현할 수 있는 집단으로의 변신도 가능할 수 있다. 예컨대 같은 학교 출신 의사들의 친목단체를 인터넷상에 만들었다고 하더라도 의약분업과 관련된 사회적 이슈가 제기된다면 인터넷상의 이러한 집단들이 자신들의 이해관계를 관철하기 위한 효율적인 정치적 의사표현의 장으로 활용될 수 있다.
(3) 이익 표출 기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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