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리 힐레스타드 버틀러의 트루먼스 쿨 악플 사건 독후감 인터넷 문화중심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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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문내용
인터넷 문화의 타락은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다. 인터넷이 등장하고, 대중화되면서 여러 부작용들이 양산됐다. 이러한 문제들은 인터넷뿐만 아니라 우리의 사회까지 병들게 하고 있다. 사이버 모욕죄에 해당하는 일명 ‘최진실법’부터 미네르바, 국정원 여직원의 편파적 댓글 사건까지 다양하다. 이제는 사회의 암적인 존재가 된 인터넷 문화의 타락은 누군가를 죽음으로 내몰고, 정세를 좌지우지한다. 여기 이런 사회문제를 전면적으로 내건 청소년 소설 『트루먼 스쿨 악플 사건』이 있다.
발단은 한 고등학교 인터넷 커뮤니티 ‘트루먼의 진실’로부터 시작된다. 이 커뮤니티를 만든 ‘제이비’는 학교 신문의 탄압하는 학교에 맞서 진실을 전하는 순수한 목적의식을 가지고 있다. 사이트 역시 처음에는 진실을 추구하거나 심심풀이, 소통의 도구로 사용된다. 커뮤니티가 활성화되던 어느 날 한 학생을 지목해 공격하는 왕따 사건이 일어난다.
사건의 중심에 악플러 ‘밀크&허니’가 등장한다. 그는 익명성을 이용해 ‘릴리’라는 인물의 어두웠던 과거(못 생기고, 뚱뚱한)가 담긴 사진을 유포하고, 레즈비언이라는 소문을 낸다. 이로 인해 ‘릴리’는 퀸카모임과 치어리더 동아리에서 쫓겨나고 남자친구에게 이별을 통보 받는다. ‘릴리’는 친구들에게 철저하게 외면 받지만, 그 누구에게도 털어놓지 못한다. 문제는 점점 커져 그녀를 타깃으로 하는 안티카페까지 만들어진다.
타락한 인터넷 문화를 담은 사회의 축소판이다. 소설이 미국의 한 고등학교를 배경으로 한 만큼 인터넷에 민감한 학생들의 이야기를 면밀하게 담을 수 있었다. 그곳에서 벌어지는 익명성, 악플 문제로 인해 벌어지는 왕따 사건은 사회문제를 정면으로 다루고 있다. 인터넷의 순기능을 위배하는 부작용은 한 아이를 벼랑 끝까지 몰아간다.
이야기의 시작과 끝은 이메일로 시작하고, 채팅스러운 형식을 가지고 있다. 다양한 인물들이 자기의 입장에서 한 사건을 서술하고 있다. ‘익명’이라 불리는 범인도 자신의 계획과 생각을 자유롭게 이야기한다는 점이 추리소설로는 독특하다.
소설은 괴롭히는 사람과 괴롭힘 당하는 사람, 지켜보는 아이들의 시점을 모두 담는다. 실제로 학교 왕따 문제에는 4가지 층위가 있다고 한다. 가해자(왕따를 시키는 사람), 피해자(왕따를 당하는 사람), 개입자(왕따 문제에 개입하는 사람), 방관자(왕따 문제를 모른 척하는 사람)가 그들이다. 소설은 이 모든 층위의 이야기를 담아 한 사건을 다양한 측면에서 바라볼 수 있게 한다.
중구난방 할 수 있는 이야기를 탄탄한 추리로 풀었다. 다양한 인물들이 등장하는 만큼 이야기는 산으로 갈 수 있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왕따 사건의 범인을 찾는 추리형식을 사용해 사건을 흡입력 있게 끌고 나간다.
무거운 사회문제를 아이들의 시선으로 유쾌하게 풀어냈다. 추리소설이지만 신비롭거나 괴기스럽지 않다. 일본의 히가시노 게이고, 미야베 미유키 등의 추리 소설과는 한참 다르다. 익명의 악플러를 찾아내는 것도 어른이 아니라 아이들이다. 어른이었다면 딱딱한 관찰자일 뿐이었겠지만, 자유분방한 아이들이기에 문제해결도 아이들답게 해결한다. 그들을 한 인격체로 받아들이고 자립하게 하는 것이다. 그것이 현실에서 가능한지 문제 삼는 것을 떠나 그것 자체로 의미를 지닌다.
“선생님은 그 일은 한 사람만의 책임이 아닌 우리 모두의 책임이라고 말했다.”
결국 이 문제는 우리 모두의 책임이다. 소설은 왕따에 관련된 모든 아이들의 잘못을 넘어서 확장되고 있다. 현실에서도 타락한 인터넷 문화는 가해자나 피해자의 문제만이 아닌 사회적 문제로 전의된다. 얼굴 없는 익명의 악플러는 정계와 재계, 연예계 심지어 일반인에게도 폭력을 휘두르고 있기 때문이다. 이러한 문제의 해결 방법은 소설에서도 제시하듯 화해와 용서일지도 모른다. 이상주의적인 발상이라고 생각할 수도 있다. 하지만 하루에도 수 천 수 만개의 악플이 넘쳐나는 인터넷을 제지하기란 불가능한 것처럼 보인다. 그 때문에 개개인이 익명성이라는 가면에도 평정을 유지하고, 상대방을 배려하는 것이 법보다 강한 해결책이 아닌가 생각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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