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관계론 사랑따윈 필요없어 여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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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03.29 / 2015.03.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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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문내용: <사랑따윈 필요없어, 여름 (愛なんていらねぇよ、夏)>
1. 들어가며
『사랑따윈 필요없어』라는 제목으로 한국에서도 영화로 리메이크되기도 했었던 일본의 10부작 드라마, 『사랑따윈 필요없어, 여름』. 이 드라마는 배우들의 카리스마 넘치면서도 절제된 내면연기와 탄탄한 스토리, 그리고 너무나도 잘 어우러진 음악을 바탕으로 우리나라를 비롯한 다른 다수의 국가로부터 그 작품성을 인정받고 있는 명작이다. 그러나 리메이크작인 영화는 뛰어난 원작에 비해 스토리 구성 및 배우들의 연기가 미숙하다는 이유로 좋지 못한 평가를 받고 있다.
이 드라마의 주인공 타카조노 아코(히로스에 료코 분)는 대부호 타카조노가의 외동딸로, 아코의 어머니는 아코가 어렸을 때 아버지와 이혼하면서 유일한 형제인 오빠를 데리고 집을 나갔다. 아버지는 아코에게 100억 엔의 재산을 남기고 돌아가신 후로 아코는 가정부, 집사들과 지내고 있다. 또 한명의 주인공인 시라토리 레이지(와타베 아츠로 분)는 태어나자마자 부모에게 버려진 후 고아원에서 자라, 신주쿠 카부키쵸에서 잘나가는 넘버원 호스트로 살아가고 있다. “사랑따윈 필요없어”라고 외치는 두 주인공 모두에게서 불우한 어린 시절로부터 비롯된 잘못된 성격 형성을 엿볼 수 있다. 이 중 아코의 성격 및 그 형성 원인을 파악하고, 주변 사람들과의 관계에서 드러나는 문제점과 개선 방안에 대해 알아보기로 한다.
2. 타카조노 아코와 주변인과의 인간관계
타카조노 아코와 시라토리 레이지
아버지로부터의 100억 엔이라는 막대한 유산 등 물질적으로는 전혀 부족한 것 없이 생활하는 아코지만, 그녀는 눈이 보이질 않는다. 그런 아코의 주변에는 어린 시절부터 돌봐 준, 유모와도 마찬가지인 가정부 나카타 사키코, 아코와의 결혼을 생각하고 있는 아버지 회사의 부하 이가라시 아키라, 그리고 어린 시절부터 아코와 알고 지낸 친구 이토 카에데가 있다. 이들 모두는 아코의 곁에서 아코를 돌봐주지만, 아코는 그들의 마음이 진실한 것이라고 받아들이지 않는다. 자신이 상속받은 재산을 탐내고 있다고 생각하는 것. 어린 시절 부모님의 이혼 및 가족해체로 인해 받은 상처와 애정 결핍으로 아코는 인간관계에 있어 항상 타인을 의심하고 마음을 열지 않게 되었다. 그리고 또다시 상처받게 되는 것이 두려운 나머지, 무뚝뚝한 행동과 직설적인 말투로 자신이 먼저 타인에게 상처를 주는 쪽을 택하게 되고 말았다. 아코는 사키코, 아키라, 카에데 등에게 자신의 재산을 나누어 주면서 모두에게 떠나줄 것을 요청할 정도로 인간관계에 대한 거부감이 심각하다. 결국, 아코 주변에 남아있던 사람들은 아코의 마음이 열리지 않자, 아코를 전부 떠나게 되고 아코의 곁에는 가짜 오빠 레이지만이 남게 된다.
이러한 아코의 성격은 부적응적 인간관계의 양상을 띠고 있는 것으로 볼 수 있는데, 그 중에서도 인간관계 ‘회피형’의 ‘경시형’으로 분류할 수 있다. 이 유형에 해당하는 사람들의 특징으로는 아코처럼 인간관계가 삶에 있어 중요하지 않고, 무의미하다고 생각하고 회피하며 고립된 생활을 추구한다. 또한, 인간관계를 부정적으로 보는 독특한 신념이나 인생관을 가지고 있는 경우가 많다. 이는 아코나 레이지의 경우처럼 과거에 긍정적이고 의미 있는 인간관계를 경험해 보지 못하거나 불행한 인간관계를 가진 사람들에게서 주로 보여 진다.
레이지 역시 겉으로는 풍요롭고 화려한 삶을 살고, 주변에는 항상 수많은 여자들이 있지만, 그의 내면은 아코와 마찬가지로 고독하다. 어린 시절 부모에게 버림받고, 또, 진심으로 사랑했던 단 한명의 여자를 사고로 잃은 뒤, 다른 누구에게도 진심을 드러내지 않고 ‘사랑’은 돈을 벌기 위한 수단으로만 이용할 뿐이다. 이러한 레이지 역시 부적응적 인간관계 ‘회피형’ 중 ‘경시형’으로 분류할 수 있다. 아코의 친오빠와 이름이 같다는 것을 계기로 재산을 노리고 아코의 집에 들어와 친오빠 행세를 하면서, 호시탐탐 아코를 죽이고 재산을 가로채 자신의 빚을 갚을 궁리만 한다. 아코는 갑자기 등장한 친오빠의 존재가 의심스러우면서도 내심 반가운 마음이 들지만, 겉으로는 ‘오빠따위 필요없다’며 변함없이 퉁명스럽기만 하다. 한편, 겉으로도 타인에게 냉정한 아코와는 달리, 레이지는 겉으로는 주변사람들과 원만한 관계를 유지하는 듯이 보이지만, 그 진심은 아무도 알 수 없다. 죽이고 싶은 사람과 죽고 싶은 사람, 아코와 레이지는 오랜 시간 함께 지내면서도 마음을 굳게 닫고 피상적인 인간관계만을 거듭한다. 이러한 둘의 성격을 성격장애의 측면에서 본다면, 둘 다 ‘A군 성격장애’의 ‘분열성’으로 분류할 수 있을 것이다. 친밀한 관계 형성에 관심이 없고, 감정반응도 거의 없으며, 정서적으로 냉담하고 무관심한 태도로 일관하여 고립되기를 자처하는 특징을 보인다.
타카조노 아코와 가정부 나카타 사키코
어린 시절부터 아코를 돌봐 온 사키코는 진심으로 아코를 걱정해주고 챙겨주지만, 한편으론 그런 자신의 행동에 대해 보상받아야만 한다는 생각을 가지고 있다. 언제나 의심부터 하고 마음을 열지 못하는 아코는 사키코에게 단 한번도 따뜻하게 대해주지 않을뿐더러 사키코를 속물 취급하고, 사키코는 지쳐만 간다. 결국, 사키코는 아코의 곁을 떠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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