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감상 - 박하사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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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감상 - 박하사탕
“나 다시 돌아갈래!” 기적처럼 그는 정말 거꾸로 가는 기차를 타고 시간여행을 떠나게 된다.
처음으로 간 곳은 3일전, 마지막 남은 돈을 털어 총을 사고 자살을 연습한다.
그러고 천막집으로 돌아갔을 때 한 남자가 첫사랑 순임의 소식을 전해준다. 그리고 함께 순임의 병문안을 간다. 의식불명의 순임에게 박하사탕을 선물한 뒤 순임에게 받은 카메라를 단돈 4만원에 팔아치우고 그 돈으로 빵과 우유를 사 먹는다. 자살을 연습하던 그에게 더 이상 첫사랑의 추억이 담긴 카메라는 의미가 없었다. 아니 의미가 있다고 하더라도 너무 늦었는지도 모른다.
다음으로 도착한 곳은 1994년 여름, 가구점 사장 영호의 삶이다. 주식도 호가이며, 예쁜 비서와 불륜을 저지르기도, 유쾌하게 농담하고 떠드는 여유로운 생활이다. 무엇 하나 아쉬울 게 없는 것 같은 삶에는 안타깝게도 아내 홍자의 외도가 있었다. 우연히 형사시절 고문을 했었던 운동권 학생 박명식을 식당에서 만나고 영호는 삶이 전혀 아름답지 않다고 생각하는 투로 명식에서 삶이 아름답냐고 묻는다. 그렇다 영호의 삶은 진실됨이 없었고, 자신에게 주어진 상황을 받아들이기만 했을 뿐 명식처럼 자신의 운명을 개척하려 하지 않았다. 그런 그에게 아름다운 삶이 없는건 어쩌면 당연한 일 일 것이다.
다음 1987년 봄, 선배의 권유에 고문을 처음 시도하는 영호. 그리고 그 광기어린 고문에 겁에 질려 인분을 배출해 버리는 묶인 남자. 손에 묻은 인분을 닦아 보려 노력하지만 하얀 천에 검은 잉크가 묻은 것처럼, 영호가 점점 때 묻어 가는 것처럼 인분의 흔적은 좀처럼 지워지지 않는다. 또한 아내 홍자를 사랑하지 않는 영호, 잠복근무 차 찾아간 군산의 옥탑방 술집 종업원의 품에서 첫사랑 순임을 목놓아 부르며 눈물을 흘린다.
1984년 가을, 영호를 짝사랑하는 홍자. 이 때 순임은 이곳저곳을 알아보고 영호의 행방을 찾아오게 되는데, 자신의 때 묻은 마음이 이젠 더 이상 박하사탕처럼 하얗고 순수한 순임과는 어울릴 수 없다고 판단한다. 마음에도 없는 손짓으로 순임 앞에서 홍자의 엉덩이를 만지고, 순임은 눈물을 흘리며 준비해온 선물인 카메라를 주고는 떠나려한다. 하지만 그 어렵사리 순임이 구입한 카메라마저 받을 수 없는 더러운 손의 영호이다.
순임을 떠나보낸 날 영호의 밤, 그의 잠자리에는 나체의 홍자가 있게 된다.
1980년 5월, 순임은 서울에서 계엄령에 대해 알지 못한 채 이등병 김영호의 면회를 온다. 면회를 하지 못하고 돌아가는 길. 그 때 영호는 시민들을 학살 하러 가는 출동 명령을 받고 전투준비태세 중이다. 아직 뭘 모르는 이등병 영호, 순임이 선물했던 박하사탕을 담아둔 반합을 떨어트리고 하얀 박하사탕들은 출동준비로 바쁜 동료의 군화발에 짓이겨 때묻고 부서진다.
엎질러진 물처럼, 바닥위에서 으깨진 박하사탕처럼 영호의 순수는 계속해서 돌이킬 수 없는 방향으로만 짓이겨져만 간다.
광주에서 학생들을 대상으로 한 무력제압 중 동료가 쏜 총에 다리를 다친 영호, 선임의 구호를 기다리던 영호에게 나타난 무고한 여학생 점순이를 오발사고로 죽이게 되고, 영호는 죄책감에 오열한다. 광기어린 고문에 겁먹은 남자의 인분이 묻은 손보다, 군화발에 짓이겨진 박하사탕보다 자신이 더럽게만 느껴졌을 영호이다.
마지막 소풍, 1979년 가을. 영호가 돌아가고 싶어 하던 바로 그 시절이다. 야학에서 나온 소풍에서 처음만난 순임과 이야기를 나누고 박하사탕을 받아먹는다. 예쁜 꽃들을 사진에 담고 싶다고 말하는 순수한 한 남자 영호. 처음 오는 곳이지만 많이 와본 느낌이다. 그렇다 그는 그의 소원대로 시간여행을 마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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