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후감 - 향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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향수
소설의 주제
작가는 향수를 통해 지금까지 근대적 이성에 대한 비판적 태도라는 일관된 메시지를 전하고 있다. 서구 계몽주의 이후 형성된 합리성을 바탕으로 한 현대성 이념에 대한 비판을 하고 있다. 효율성과 합리성을 그 본질로 하는 계몽주의 정신에 대해 나아가 계몽주의로부터 출발하는 현대성 이념에 대해 유희적으로 비판하고 있다. 이에 대한 근거는 소설의 주요인물의 분석을 통해 자세히 알 수 있다.
소설의 인물 성격
향수는 다양한 해석을 할 수 있는 가능성을 가지고 있다. 그러나 자세히 살펴보면 근대적 이성에 대한 비판적 태도라는 일관된 메시지를 전하고 있다. 이러한 관점에서 주요 인물을 분석해보았다.
소설의 거의 모든 등장인물은 합리성을 바탕으로 한 계몽주의적 사고와 행동을 하는 것으로 나타난다. 그러나 합리적 판단과 계산을 바탕으로 한 이들의 예상과 현실은 번번이 빗나간다. 또한 이들은 근대성의 부정적 측면 때문에 결국 철저하게 파멸하는 것으로 나타난다. 그루누이의 어머니, 가이아르 부인, 그리말, 발디니, 에스피나스후작 모두 처절하게 죽는 것으로 결론이 난다.
주인공
“향수”의 주인공 장 바티스트 그루누이는 천재성과 악마성을 동시에 지닌 인물로 묘사된다. 그가 후각에 남다른 재능을 가지고 있다는 사실은 유년생활에서부터 증명된다. 그는 배우지 않았음에도 배추속의 벌레, 대들보 뒤에 감춰 둔 돈, 몇 개의 길을 건널 정도로 떨어져 있거나 벽을 거쳐서야 보이는 사람들조차 알아맞히는 능력을 소유한 것으로 드러난다. 그가 후각을 통해 주변의 모든 사물들을 완전히 파악해내는 특수한 능력의 소유자임이 이미 작품의 전반부에서 독자들에서 명확하게 전달된다.
그러나 그루누이가 가진 후각의 타고난 재능이 학습할 수 없는 것이라는 사실은 발디니를 통해서 증명된다. 그는 향수 장인으로서 오랜 세월동안 모든 규칙과 기술을 터득하였지만, 결코 독창적인 향수를 만들지 못하고 그루누이가 만든 향수를 오로지 모방만 할 따름이다. 그루누이는 분명 기존의 어떤 규칙에도 얽매이지 않는 천재적 재능을 가진 인물로 그려지는 것은 분명하지만, 그 역시 계몽시대의 특징을 동시에 구현하고 있는 인물로 나타난다. 타고난 재능을 바탕으로 향수제조의 최고의 장인으로 발전하는 과정에서 그는 당시의 시대적 특징인 과학적 방식을 답습하고 있다.
그가 역사상 가장 위대한 향수 제조인이 되고자 결심한 계기가 된 최초의 살인행위 이후 그가 처음 행한 것은 기억속의 거대한 냄새의 폐허 속을 뒤지고 다니면서 수백만 가지의 냄새조각을 검사해서 체계적인 질서에 따라 배열하는 것이었다. 그의 분류는 시간이 지나면서 더욱 정교해지고 세분화되고 체계가 더욱 더 분명해진다. 이 이후 그루누이가 자신과 같은 천재성을 전혀 갖지 못한 발디니로부터 도제생활을 하면서 익힌 작업은 증류법이었다. 이 과정에서 그의 관심을 끄는 것은 오로지 이 새로운 실험 과정이었다. 그가 증류법을 익혀나가는 과정은 철저하게 과학적 실험을 반복해서 그 기술을 익히는 과정으로 묘사된다. 그래서 마침내 그는 증류분야의 전문가가 되었다. 그는 여기서 만족하지 않고, 향수를 얻는 세 가지 방법 중 나머지 두 가지를 얻기 위해 그라스로 떠나고 여기서 침지법과 냉침법의 기술을 익힌다. 작간ㄴ 이 과정에 대한 과학적 기구와 실험과정을 자세하게 언급하고 설명하고 있는 것이 나타난다. 결국 이렇게 익힌 향수제조 기술을 바탕으로 그루누이가 마지막 최고의 향수를 제조하게 되는 것은 당연하다. 그루누이는 자연에 규칙을 부여하는 천재성을 지녔지만, 그가 최고의 향수제조 장인이 되는 과정은 당시의 시대정신인 계몽적 방법에 철저하게 의존하고 있음이 확인된다. 그가 행하는 분류와 실험은 철저히 계몽주의 시대를 상징적으로 드러내는 행위이다.
그루누이가 대상을 철저하게 향수탈취라는 목적수행을 위한 수단으로 파악하는 것은, 인간이 그 대상이 되는 경우에도 마찬가지이다. 이러한 태도는 그루누이의 살인의 성격에서 두드러지게 나타난다. 그가 가진 지식과 향수제조기술을 가지고 살인을 행하는 과정에서 인간은 철저하게 향기탈취를 위한 대상일 따름이다. 그 외는 아무런 의미도 없다. 그루누이의 범죄를 묘사하는 작품상의 문체의 어조를 보면 이러한 사실이 보다 확실히 나타난다. 25번의 살인 중 첫 번째와 마지막 살인을 제외하고는, 발견된 시체에 관한 화자의 간결한 보고만이 있을 뿐이다. 또한 작가는 이 살인에서 어떠한 공포나 전율을 목표로 하지도 않는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처음부터 그루누이는 그의 희생자들에게서 어떤 육체적 흥미도 가지고 있지 않으며, 어떤 육욕적인 쾌락 때문에 살인을 행하지도 않는다. 그는 오로지 보다 더 높은 목표 때문에 그들을 살인하는 것이다. 그가 행하는 살인은 치정살인이 아니라, 장인이 자신의 작업을 완전하게 완수하기 위한 냉정한 하나의 작업과정으로 묘사된다. 그가 살인을 저지르는 이유는 단지 자신이 원했던 향수의 재료를 손에 넣는 가장 손쉬운 방식이기 때문이다.
그루누이에게 살인은 자신이 설정은 높은 목표 달성을 위해서 거쳐야하는 당연한 과정으로만 의미가 있다. 그루누이가 마지막에 로르를 살인하는 과정에 대한 묘사는 뛰어난 장인이 자신의 예술품을 마지막으로 혼신의 힘들 다해 만들어내는 장면으로 글져 있다. 그의 작업은 냉정한 이성의 판단에 의해 창작의 과정이자 생산의 과정이다. 그에게는 인간마저도 오로지 향수 생산을 위한 수단으로만 존재할 뿐이다. 이를 통해 작가는 계몽의 합리성과 인간의 도구적 이성은 인간의 해방을 위해서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인간마저 효율과 합리성을 위해 수단화가기 위한 것을 보여주는 것이다.
이러한 도구적 이성에 대한 경고는 작품의 마지막으로까지 이어진다. 그루누이는 결국 자신이 만든 향수 때문에 흥분되고 유도된 사람들에게 죽임을 당하는 것이다. 이것은 인간이 만든 생산품이 이미 인간의 통제력을 넘어서서 그것을 만든 인간을 파멸시킬 것이라는 경고로 해석할 수 있다.
주인공 장 바티스트 그루누이는 후각에 천부적인 재능을 가지고 태어났지만, 정작 본인에게선 아무런 냄새가 나지 않는다. 오직 하나의 목표를 가지고 광적으로 달려가는 그루누이가 왜 나에겐 외롭게 보였을까. 그래서 더욱더 기억에 남는 향수를 선택하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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