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온티에프 생애와 역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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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문내용: 레온티에프
[ Wassily W. Leontief ]
레온티에프 [Wassily W. Leontief] (경제학사전, 2011.3.9, 경연사)
소련태생의 미국경제학자, 레닌그라드 대학에서 공부했으며, 졸업 후 1931년 하버드대학 경제학부강사가 되었다. 그 후 동대학 교수를 역임, 뉴욕대학 경제분석 연구소를 운영했었다.
레온티에프의 생애
‘가계의 소비 지출은 기업의 판매 수입이 된다.’는 생각을 처음 했던 사람은 프랑스 왕실의 외과 의사였던 케네(F. Quesnay)였다. 케네는 한 나라의 경제를 유기체로 파악했다. 그는 혈액이 온몸을 돌며 순환하고 여러장기가 상호 작용하는 것처럼 한 나라의 경제도 여러 경제 주체가 상호 작용하며 관련을 맺은 시스템이라고 주장했다. 이런 케네의 아이디어는 1758년에 <경제표>란 이름으로 발표됐다. <경제표>는 한 나라(당시의 프랑스)의 경제주체들이 만들어 낸 연간 총생산물이 유통되고 분배되는 과정을 묘사한 매우 간단한 도표였다.
<경제표>는 약 200년 뒤에 더욱 정밀하고 과학적인 모습으로 다시 세상에 나타나게 된다. 레온티에프가 1941년에 발표한 <미국의 경제 구조(The Structure of American Economy)>가 바로 그것이며, 이른바 ‘산업 연관표’ 또는 ‘투입·산출 모형’이라 불리고 있다. 레온티에프 이전에도 마르크스나 발라 등은 한 나라 전체의 경제순환을 보여주는 논리적 기초를 마련했으나 실증적인 것은 아니었다. 산업연관표는 미국 경제를 몇십 가지 경제 부문으로 나누고 그 사이에 있는 상품의 상호 교류 관계를 경제표(산업 연관표)로 정리한 것이다.
레온티에프의 부친도 경제학 교수였다. 그의 부친은 1741년부터 러시아 상트페테르부르크에서 상업에 종사하던 가정에서 태어났고, 그의 모친은 오데사(우크라이나 남부의 흑해 인근 도시)에서 이주해 온 유태인 가정에서 태어났다. 젊은 날의 레온티에프는 학문과 사상의 자유를 추구하는 청년 학도였다. 그래서 그는 정보 당국과 불편한 관계였을 뿐만 아니라 옛 소련 당국은 그의 활동을 제한하거나 구속하는 일도 자주 있었다.
레온티에프는 1925년 레닌그라드 대학에서 경제학사(오늘날의 석사 학위에 해당함)를 받은 뒤 정치적 이유 때문에 고향을 떠나 독일로 이주할 수밖에 없었다. 그는 독일로 이주한 뒤에도 경제학을 계속 연구했고 베를린홈볼트 대학교에서 경제학 박사 학위를 땄다. 논문 주제는 경제순환에 관한 것이었다.
레온티에프는 1931년에 미국으로 이주했지만 연구 주제는 변함없이 경제순환에 관한 것이었다. 그는 1932년부터 하버드 대학교 경제학부 강사로, 1946년부터는 경제학부의 교수로, 1948년부터 하버드대 경제연구소 소장으로 일했다. 하버드는 예나 지금이나 학문의 요람이었던 만큼 레온티에프의 연구에도 크게 기여했다. 그중에서도 다음 두 가지는 꼭 짚고 넘어가야 할 사항이다.
첫째, 당시 하버드에 근무하고 있었던 슘페터의 관심과 도움이었다. 슘페터는 경제학이 진정한 과학으로 거듭나기를 희망했으면서도 평생 동안 학파를 형성하지 않았던 경제학계의 거목이었다. 경제순환에 관한 주제가 동료 연구자를 쉽사리 찾기 어려운 분야였기 때문에 슘페터의 관심과 도움은 더욱 값진 것이었다. 슘페터는 레온티에프의 산업 연관 분석이 경제학의 위대한 성과가 되리란 사실을 일찌감치 꿰뚫어 보고 있었던 것이다.
둘째, ‘하버드 마크 II(Harvard Mark II)’란 컴퓨터의 도움을 받을 수 있었다. 산업 연관 분석은 수많은 변수와 선형 방정식으로 구성된 수학적 모형이었다. 레온티에프는 1949년 무렵부터 컴퓨터를 이용해 수많은 데이터와 수식을 처리했다. 그래서 그는 경제 분석에 컴퓨터를 본격적으로 활용한 첫 경제학자가 될 수 있었다. 하버드 마크 II가 매우 초보적인 단계의 컴퓨터 시스템이긴 했지만 만약 이게 없었더라면 경제학의 발전과 인류의 복지 증진은 반세기 이상 더디게 진행됐을 것이다.
레온티에프의 산업연관표와 투입·산출 모형은 국민경제의 구조와 성장을 연구하는 데 기초가 됐다. 그리고 기술, 무역, 군비 축소, 자본 이동, 환경 등과 관련된 다방면의 연구 분야에서 실증적이고 경험적인 분석 방법으로 응용돼 발전해 갔다. 1973년에 스웨덴 왕립 고등 과학원은 레온티에프의 경제학적 업적을 기려 노벨 경제학상을 수여했다.
산업 연관 분석은 레온티에프가 60년 남짓 동안 한눈팔지 않고 몰입했던 주제였다. 이처럼 오랜 시간을 한 가지 주제에 몰입할 수 있었던 바탕에는 나름의 철학이 깔려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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