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극과 희극 희비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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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문내용
비극과 희극, 희비극
희곡의 하위 갈래는 그 기준에 따라 다양하게 나누어진다. 비극과 희극, 그리고 희비극은 희곡이 지닌 미적 특성을 기준으로 분류한 것이다. 서양의 희곡사 혹은 연극사를 보면 비극이 중심에 서 있지만, 한국의 희곡(연극)에서는 비극적 전통보다는 희극적 혹은 희비극적 전통이 훨씬 강하다. 이러한 차이는 강의를 시작하면서 이야기하였듯이 지역적 정서의 차이와 더불어 민족적 심성의 문제에서 비롯된 것이 뿐, 그 자체의 우열을 따질 필요는 없다. 즉 "우리나라에는 왜 <외디푸스 왕>과 같은 비극이 없는 것일까?"라는 고민의 결과가 한국 연극의 수준을 폄하하는 방향으로 귀결되어서는 안 된다는 뜻이다. 앞으로 3주간에 걸쳐서 비극과 희극, 그리고 희비극에 대해 살펴보기로 하자.
비극
1. 개념
비극을 사전적으로 정의하자면, 사건의 으뜸가는 줄거리가 슬픈 결말을 낳도록 꾸며진 극이다. 그러나 결말이 슬프다고 해서 모두가 참다운 의미의 비극으로 볼 수 없으며, 주인물의 패배로 귀결되는 작품이 비장미(悲壯美)를 불러 일으키는 희곡이 비극이라 하겠다. 비장미는 비극의 주인물의 패배가 숭고한 의미를 지니고 있을 때 생성되는 것으로, 비극적 사건을 통해 작품에 실제화 된다. 예를 들어서, 자신의 가족이 돌발적 사고로 인하여 죽었을 때 생기는 슬픔은 그 어떤 것과도 비교할 수 없을 정도이지만, 가족이 아닌 제3자의 경우에는 슬픔의 강도가 현저하게 약화되기 마련이다. 이처럼 특수한 개인의 심정을 넘어서서 위력을 발휘하지 못하는 죽음은 숭고한 의미가 없는 슬픈 사건일 뿐이다. 슬픈 사건은 비극적 사건과 대비가 된다. 만일 가족의 죽음이 그를 둘러싼 세계가 지닌 모순이 빚어 놓은 필연적 결과이고, 더구나 자신을 둘러싼 모순을 타파하기 위하여 패배를 각오하고 싸워나갔다면, 그의 죽음은 비장미를 불러 일으키는 비극적 사건이 되는 것이다.
그런 점에서 비극은 패배하는 주인물이 생성하는 비장미를 통하여, 이 세계가 안고 있는 모순과 부조리의 근원을 파헤치고, 인간해방의 정신을 관객에게 전달하고자 한다. 현대비극의 가장 본질적인 특성은 비극정신, 비극적 세계상, 비극적 전망이다. 비극정신은 주인물이 세계와 갈등에서 마침내 패배하게 되지만 그속에 함몰되지 않는 개인의 자유의지라면, 비극적 세계상은 모순이 가득찬 비극적 세계 속에서 그것에 대항하여 싸워서 인간 스스로를 일상성의 예속으로부터 해방시키려는 형이상학적 반항, 의지의 태도이면서 그것이 해결 불가능하더라도 인간존재가 자유로운 행위자임을 패배로서 증명하는 것이다. 따라서 비극적 전망은 비극적 세계 속에 놓인 인간존재에 대해 인간이란 무엇인가라고 묻는 윤리적이면서 형이상학적인 물음이다.
2. 비극의 특성
희곡사 내에서 비극 작품을 살펴보면, 고대의 비극과 현대의 비극 사이에 상당한 거리가 있음을 알 수 있다. <외디푸스 왕>을 비롯하여, 우리가 잘 알고 있는 고대 그리이스 시대의 비극에서부터 현대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작품들이 지니고 있는 공통된 특징을 추출하여 살펴보기로 하자.
1) 비극의 인물
비극적 인물이란, 인간존재에 대한 근원적인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 스스로 직면한 실존적 한계상황 속에서 일체의 고통을 극복하고 모든 억압적인 것에 대항하여 행동해 나가는 초월의지, 자유의 정신을 가진 자로서, 역사적으로는 영웅(왕과 귀족)에서 일상인으로 변화해 간 것이다.
아리스토텔레스는 「시학」에서 "비극은 실제 이상의 선인을 모방한다"라고 인물의 특징을 설명하였다. 즉 <외디푸스 왕>의 외디푸스처럼 영웅적 능력을 지닌 인물들이 비극의 주인물로 설정되었다. 그들은 비극적 결함(hamartia) 때문에 좌절을 경험하게 된다. 비극적 결함이란, 비극적 주인물이 자기 자신도 모르는 가운데 저지른 도덕적인 잘못이며, 고의성이 전혀 없는 비의도적 행위에 의해 저지른 도덕적 잘못을 가리킨다. 이러한 특징은 그리이스 시대의 비극은 귀족들의 보호하에서 발달해 온 특수한 상황 때문에 생겨난 것이며, 귀족 이상의 인물들에 의해 이 세계가 움직여지고 있다는 영웅적 역사인식 때문에 생겨난 것이다.
영웅에 의한 역사 변혁을 거부하는 현대 사회에서는 비극적 주인물도 신분상으로는 평범한 일상인으로 변화하였다. 즉 비극적 상황을 직면하기 전까지는 어디서나 만날 수 있는 일상인의 모습이었으나, 비극적 상황 속에서 인간의 본성을 지키려고 나서는 순간부터 비극적 인물의 모습으로 바뀌는 것이다. 그런 점에서 현대 사회에는 "진정한 비극은 존재하지 않는다"는 견해도 있으나, 비극성은 어느 시대에나 존재하는 것이므로 현대 사회에서는 현대 사회에 맞는 비극의 개념이 필요하다는 견해(R. williams)가 설득력을 얻고 있다.
2) 비극의 운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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