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아하는 책에 대한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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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본문내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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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가 좋아하는 책은 위험한 책입니다. 책이 위험하다는 뜻보다는 책 이름이 ‘위험한 책’입니다. 익살스러운 제목의 이 책은 붉은 바탕의 표지에 금색 글씨로 위험한 책이라고 적혀 있습니다. 원제는 ‘Dangerous Book for Boys’ 입니다.
424페이지나 되는 이 두꺼운 책의 내용은 놀랍게도 모조리 소년들이 즐겁게 놀기 위한 방법에 대한 설명입니다. 멋진 종이비행기를 접는 방법에서부터, 고대 불가사의, 매듭 짓는 방법, 낚시 하는 방법과 잡힐 만한 어종에 대한 설명, 공룡, 동전치기놀이, 활 제작법, 메이저리그의 영웅들, 암호 사용법, 토끼 사냥 및 가죽 만들기, 포커 게임에 대해서, 주변에서 보이는 나무에 이르기까지 방대한 분야에 대해서 다루고 있습니다. 짧게 요약하자면 이 책은 멋진 소년이 되기 위해서 필요한 방법에 대해서 알려주는 책입니다. 저자가 이 책을 쓰면서 원했던 것을 책 속에 직접 적어둔 부분이 있습니다.
생각하라, 느껴라, 경험하라.
-텔레비전과 비디오 게임기 뒤에 숨어 있는 이 시대의 소년들에게도
매듭 묶기와 나무 위에 집짓기, 도저히 믿을 수 없는 용기에 관한 이야기는 여전히 필요하다.
이 책은 한가로운 일요일 오후나 길고 긴 여름날을 다시 찾아주고자 한다.
제가 이 책을 산 시기는 고등학교 2학년으로 올라가는 겨울방학이었습니다. 영어 참고서를 사기 위해서 시내에 있는 큰 서점에 갔습니다.(저는 작은 도시에서 자라서 큰 서점이라고 해 봐야 철학산책 수업이 있는 김대건관 302호실의 반도 안 되는 크기입니다.) 참고서를 사러 온다는 것을 핑계로 사실 소설책을 한참 읽다가 돌아가고는 했는데 처음에 이 책의 멋진 겉모습에 끌려 책표지를 열었는데, 제가 꿈꾸던 유년시절을 그대로 담아 놓은 듯한 모습이었습니다. 어린 시절, 모험을 해 보고 싶고, 나와 친구들만 들어올 수 있는 아지트를 콘크리트 건물 사이에서 찾아 헤매던 저에게는 가슴을 두근두근하게 해 주는 책이었습니다.
게다가 당시에는 고등학생이라는 답답한 일상이 반복되는 상황이었기 때문에, 일상답지 않은 어딘가 신나고 두근거리는 일이 저를 기다릴 것만 같은 모험의 세계로 빨려드는 듯한 기분이었습니다. 어렸을 때에는 괜스레 ‘나에게 어떤 모험이 벌어질 지도 몰라’ 라는 생각을 하면서 친구들과 막대기를 구해 동네 뒷산으로 놀러 다니던 저를 이해해 주는 책인 것만 같았습니다. 공부보다 힘들었던 건, 초등학교, 중학교 때처럼 낮에 햇볕을 받으며 낯선 곳을 헤메는, 은근한 두려움과 함께 저를 설레게 한 모험을 할 수 없도록 학교 안에 묶여 지내는 것이었습니다. 지금 생각해보면 모험을 위해 모르는 길을 가보는 것은 언제나 어린 저에게 눈물이 날 정도로 무서운 일이었지만, 항상 저를 설레게 하고 새로운 모습을 보여주는 곳에 가는 것이 제 어린 인생의 커다란 낚이었던 것 같습니다.
언제나 제가 가장 좋아하는 풍경은 붉은 빛깔이 하늘에 내려앉는 해질녘의 풍경입니다. 해질녘 하늘을 바라보면 누구든지 스스로의 감정에 젖게 되는 것 같습니다. 제가 젖는 감정은 유년시절의 추억에 대한 그리움입니다. 저는 해질녘에 놀이터에서 노는 동안 어머니가 저녁 먹으러 들어오라고 부르는 소리를 듣는 상상을 자주 합니다. 그게 저의 모험의 끝이었고. 하루의 마감이었습니다. 저녁식사 후에 집안에서 보내는 시간이나, 그 이후에 부모님과 함께 동네 축제에라도 다녀오는 시간들은 몽롱한 꿈과 같은 시간들이었습니다. 위험한 책 앞뒤 표지의 붉은 색, 그리고 표지 안쪽의 노란색이, 왠지 모르게 노을로 경계지어진 제 모험으로 다시 들어가는 듯한 기분을 저에게 느끼게 해주었습니다.
특히 제가 가장 좋아하는 내용은 나무 위에 작은 집을 지어 아지트로 사용하는 부분입니다. 세세한 설명은 기술적인 부분이라 생략하고, 주요한 부분만 적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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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년들의 영원한 아지트, 나무 위에 집짓기
나무 위에 집을 그럴 듯하게 짓기란 무척 어려운 일이다. 남자 어른 한 사람이 60여 시간을 들여야 끝낼 수 있으며, 목재와 용구를 구입하는 데만 거의 20만 원 이상의 비용이 든다. 달리 말하자면 아버지들이 할 일이다. 차라리 그 시간 동안 비디오 게임기 앞에서 게임을 몇 차례 하며 보낼 수도 있다. 나무 위의 집짓기는 오래된 옛날 이야기도 아니고 솔직히 비디오 게임보다 훨씬 더 건강한 일이다. 목재도막을 나무에 박는 데서 얻을 수 있는 재미는 대단하다. 겉모습도 그런대로 괜찮고, 튼튼하고 안전하며, 오랫동안 나무 위에 우뚝 솟은 집을 만들고 싶다면 재미와 흥미 이상의 무언가가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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