뮤직비디오의 나아갈 방향 듣는 음악에서 보는 음악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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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에 눈을 뜨면서부터 잠자리에 들 때까지 영상물과 떨어져 살래야 살 수 없는 영상세대들. 우리는 TV에서 쏟아지는 수많은 CF와 뮤직비디오, 영화, 컴퓨터의 디지털 영상에 이르기까지 온갖 종류의 이미지들 속에서 살고 있다. 이러한 영향 혹은 시대의 흐름 때문인지 음악에 있어서도듣는 음악보다 보는 음악을 선호하는 젊은 영상세대들을 겨냥한 뮤직비디오가 음악산업의 새 핵으로 떠오르고 있다.
음반홍보용으로 제작되는 뮤직비디오는 현대 대중음악의 주요 영역으로 자리잡아가고 있다. 국내에 케이블TV 음악 채널들이 등장한 이후 뮤직비디오의 제작열기는 대단하다. 단편영화와 비견될 정도로 영상미를 추구하고, 억대의 제작비를 들여 작품을 만들고 있다. 이로 인해 뮤직비디오는 독립적 영상매체로서의 가능성을 보여주고 있다.
듣는 음악에서 보는 음악으로
뮤직비디오하면 마이클 잭슨을 빼놓을 수가 없는데, 그는 영화 한편을 제작하는데 드는 비용을 들여 뮤직비디오를 제작하고 이로 인해 그의 뮤직비디오는 늘 화제 거리였다. 그리고 그가 여전히 슈퍼스타로 남아있는 데에는 뮤직비디오가 큰 몫을 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80년대 초반의 마이클 잭슨의 뮤직비디오와 같은 경우가 바로 듣는 음악에서 보는 음악의 시작으로 보여진다.
우리 나라에서 보자면 뮤직비디오 때문에 얼굴 없는 가수로 유명했던 조성모가 듣는 음악에서 보는 음악으로의 변화에 가장 대표적이라 할 수 있다. 그 이전의 뮤직비디오들이 가수들이 야외에서 노래하는 장면이나 가수들의 립싱크 장면을 담은 것이라면, 조성모의 뮤직비디오 경우에는 스토리를 갖춘 드라마 형식의 뮤직비디오라는 점에서 화제가 되었었다. 뿐만 아니라 조성모의 경우 얼굴 없는 가수로 유명했는데, 이는 처음부터 얼굴 없는 가수가 될 생각이 있었던 것으로 보이지는 않는다. 이병헌, 김하늘, 허준호 등과 같은 인기 탤런트들이 등장하는 그의 노래 투헤븐(To Heaven)의 드라마 형태 뮤직비디오가 먼저 알려지면서 화제가 되는 바람에 가수의 얼굴이 뒷전이 된 것이다. 물론 이것이 상업적인 전략이었다고 하더라도 말이다. 이 뮤직비디오는 무명의 한 가수를 하루아침에 일약 스타로 만들어 놓았다. 그래서 그런지 요즘은 음악에 있어서 뮤직비디오가 차지하는 비중은 거의 절대적이다. 막대한 돈을 투자하여 뮤직비디오를 만들어 내고 있으며, 이것이 음악의 흥행에 결정적인 변수가 되고 있다. 이렇게 뮤직비디오가 음악 흥행에 절대적인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는 것은 영상세대들이 갖고 있는 영상물에 대한 관심 때문일 것이다. 그들은 보는 것에 커다란 관심을 보이기 때문에 이에 발맞춰 음악도 듣는 음악에서 보는 음악으로 변모하게 되는 것이다.
영화장면을 이용한 뮤직비디오
조성모의 뮤직드라마투헤븐(To Heaven)을 시작으로 드라마 형태의 뮤직비디오들이 유행을 하게 되면서 뮤직비디오 제작은 커다란 열기를 띠었었다. 이러한 열기는 가수들이 막대한 제작비와 시간을 들여 뮤직비디오를 제작해야만 하게 했다. 하지만 최근 들어 영화 속 장면을 이용한 뮤직비디오들이 부쩍 늘어나고 있다. 영화 OST가 아니라 오리지널곡으로 영화 뮤직비디오를 만든 가수는 장호일, 이기찬, 구피, 시후 등이 있다. 장호일의 경우 첫 솔로앨범을 내면서 뮤직 비디오 구상에 골치를 앓던 중 영화 <인터뷰>측에서 제의가 들어와 영화사와의 협의를 마쳐 편집료 400만원을 투자한 것으로 뮤직비디오를 완성했다. 장호일은 영화장면이 자신의 노래 고백과 잘 어울려 대 만족이라고 한다. 장호일 외에도 시후와 변진섭도 각각 영화 <러브레터>와 <성원>을 편집해 아름다운 뮤직비디오 덕을 톡톡히 보았다. 그룹 스카이의 경우에도 후속곡 마이 레이디(My Lady)의 뮤직비디오를 일본 이와이 슈운지 감독의 <4월 이야기>의 영상에 맞추어 제작 중이기도 하다.
이렇게 기존의 영화 속 장면을 이용한 뮤직비디오 제작은 가수의 경우 거액의 제작비를 투자하지 않고도 필름으로 찍은 질 좋은 뮤직비디오를 선보일 수 있고, 영화사 측도 손쉽게 홍보효과를 올릴 수 있어 서로에게 이익된다는 것이 뮤직비디오 제작 관계자들의 반응이다. 이 같은 영화 속 장면을 이용한 뮤직비디오 제작은 한 동안 계속 될 전망이다.
하나의 독자적인 영역 뮤직비디오
뮤직비디오가 신곡의 홍보를 돕는 차원에서 벗어나 하나의 독자적인 영역으로 자리잡아 가면서 대중 문화의 흐름을 읽는 중요한 키워드로 등장하고 있다. 톱스타들을 동원한 영화 같은 뮤직비디오들의 등장은 청소년 팬들의 열광적인 사랑을 받고 있다. 이것이 영상 세대가 만들어낸 문화다. 이를 반영해 음악전문 케이블TV m.net은 99 m.net 영상음악대상을 열기도 했다. 이 시상식에서 영화감독, 음악평론가, 문화평론가 등의 심사위원들이 15개 부문별로 그해 최고의 뮤직비디오를 뽑았다. 여기에 2만 6천여명의 네티즌들도 인터넷을 통해 순위 선정에 참여했다. 뿐만 아니라 음악전문 케이블TV m.net은 원하는 음악을 선택해 들을 수 있는 인터넷 맞춤방송 마이디오(MyDio)를 개국하기도 했다. 마이디오(MyDio)는 국내 최초의 인터넷 전용 뮤직비디오 채널로 m.net 홈페이지(www.mnet27.com)의 마이디오코너에 들어가면 24시간 내내 국내 인기 가수들의 뮤직비디오를 무료로 볼 수 있다. 이처럼 뮤직 비디오는 이제 하나의 독자적인 장르로 자리잡아 가고 있다.
뮤직비디오의 나아갈 방향
이 같은 뮤직비디오의 열기를 좋지 않게 보는 시선도 있다. 음악 자체보다는 화제 거리로 승부를 거는 얄팍한 상술의 반영이자 음악의 본질과 비본질이 전도되는 현상이라는 비판이다. 그리고 뮤직비디오 제작비로 억대에 이르는 돈을 쏟아 넣은 음반사는 안전하게 흥행 위주의 음반제작에 몰두하게 된다는 비판이 일기도 하는 것이다.
하지만 뮤직비디오의 열기가 그렇게 나쁜 점만 있는 것은 아니다. 영화감독 등의 제작 참여로 수준이 높아지고 있으며, 새로운 볼거리를 제공한다고도 볼 수 있다. 보는 것에 민감하고 관심이 많은 영상세대들에게 그들이 원하는 것을 제공한다는 의미에서는 좋다고 볼 수 있지 않을까? 음악이 아닌 막대한 제작비를 들인 영상물로 승부를 건다는 건 문제이지만, 그것이 아니라 좋은 음악과 함께 좋은 볼거리를 제공한다면 뮤직비디오 제작 열기는 듣는 음악에서 보는 음악으로 변화되는데 좋은 방향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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